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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 한동훈은 더불어민주당의 첩자인가
▲ 오주한 정치전문 기자
1997년 개봉한 ‘큐브(Cube)’라는 빈첸초 나탈리 감독의 캐나다 호러영화가 있다. 35만 달러(약 4억9000만 원)라는 초저예산으로 제작돼 전 세계에서 900만 달러(약 125억 원)를 벌어들여 초대박을 친 작품이다.
 
등장인물은 채 10명도 안 되는 한 무리의 남녀다. 배경은 작은 구멍을 통해 옆방에서 옆방으로 끊임없이 연결되는 인공 건축물이다. 정체 모를 거대 세력에 의해 납치된 주인공들의 신분은 학생·의사·탈옥수·경찰 등 다양하다. 이들이 마주치는 상당수 방들에는 끔찍한 함정이 설치돼 있다. 함정을 피하는 과정에서 몇몇은 목숨을 잃고 만다.
 
남녀는 처음에는 자신들을 실험실 쥐처럼 궁지에 몰아넣은 거대 세력에 맞서 합심해 출구를 찾는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 간의 사소한 갈등이 일면서 강력계 형사 ‘쿠엔틴’은 점차 폭주하기 시작한다. 그는 나머지 멤버 몇몇이 자신을 해하려 한다고 생각하는가 하면 자신이 이 무리의 왕이라는 망상에 빠진다. 쿠엔틴은 “경찰인 내가 질서를 잡아야 한다”는 자기합리화도 한다.
 
급기야 무리는 폭군이 된 ‘쿠엔틴’을 멀리하고 경계한다. 홀로 낙오한 쿠엔틴은 출로를 찾아 거대 세력을 응징해야 한다는 생각 따윈 까맣게 잊어버린 채 ‘내게 감히’라는 생각에 펄펄 뛰면서 나머지 멤버에 대한 복수에만 혈안이 된다.
 
2024년 6월 대한민국 서울 여의도에서 영화 ‘큐브’와 비슷한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7.23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얘기다.
 
그의 당권 도전 출사표는 300만 당원 상당수의 귀를 의심케 했다. “당 대표가 되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종결 여부와 무관하게 제3자가 공정히 특검을 고르는 채상병특검법을 추진하겠다.” 야권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관문으로 여기는 해병대 채 상병 사건 특검법을 오로지 여론조사 결과를 이유로 여당이 앞장서서 발의하겠다는 발언이었다.
 
당은 발칵 뒤집혔다. 당권주자인 윤상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출마) 선언으로 착각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미 총선 참패로 정권을 흔들어 놓고 당마저 정권을 흔들면 이 정권이 온전하겠나”고 일갈했다.
 
당원들의 분노에는 이유가 있다. 민주당이 여당발(發) 특검법을 원안대로 따를 가능성은 현저히 낮으며 도리어 “저것 봐라. 여당 대표도 대통령실의 채 상병 사건 수사개입 의혹에 대한 조사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여론몰이에 나설 수 있다. 설사 민주당이 제3자에 의한 ‘공정한’ 특검 추천에 동의한다고 해도 ‘제3자’에 친야(親野) 성향 인물 또는 단체를 선정하면 그만이다. 22대 국회 의석수 108석의 국민의힘은 제3자를 고를 힘이 없으며 그간의 전적을 볼 때 야당은 공정한 선발에 협조할 이유가 없다.
 
이렇게 ‘무늬만 공정한’ 제3자 특검 추천 내용의 특검법이 본회의 문턱을 넘고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야당은 “여당도 동의한 걸 대통령 혼자 반대한다”고 몰아붙일 수 있다. 야당 공세에 부담을 느낀 국민의힘 의원 최소 8명이 다시 국회로 돌아와 재표결에 부쳐진 특검법에 찬성한다면 그대로 의결정족수(전원 출석 시 200석)는 채워진다.
 
채상병특검이 실시되면 야권으로선 그다음은 일사천리다. “채상병특검도 되는데 김건희여사특검은 안 될 것 무엇 있나”는 논리로 대통령실을 겨냥한 제2·제3의 특검법을 발의·처리할 수 있다. 이는 곧 민주당이 그토록 원하는 ‘조기 대선’으로 직결될 수 있다. 야권은 그다음 수순으로 이제 더는 효용 가치가 떨어진 여당 대표에 대한 ‘한동훈특검법’ 처리에 시동을 걸어 ‘보수 궤멸’을 완성시킬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한 전 위원장이 23일 주장한 ‘제3자 추천에 의한 채상병특검’은 여당으로선 자충수일 뿐이며 대통령·국민의힘·한 전 위원장 모두가 빼도 박도 못하게 공멸하는 길이 되는 것이다. 당권주자인 나경원 의원은 “민주당의 (채상병특검 추진은) 실체 규명에는 아무 관심이 없고 대통령 탄핵으로 가기 위한 의도”라며 “야당(조국혁신당)이 ‘한동훈특검법’도 발의했는데 여론조사 결과가 (찬성이) 높으면 (한 전 위원장은 자신에 대한) 특검을 하시겠냐”고 지적했다.
 
한 전 위원장이 무슨 생각에서 23일 저러한 주장을 했는지는 모른다. 그저 짧은 정치 경륜과 안목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만에 하나 당정에 대한 분노에 눈이 멀어 ‘다른 의도’를 품은 것이라면 소탐대실을 경계해야 한다.
 
중국 전국시대 진나라 혜왕은 황소 조각상 안에 화려한 황금·비단을 채워 이웃 촉나라에 선물하려 한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험한 지세에 의지해 수월하게 진을 막던 촉왕은 보물에 눈이 어두워 조각상을 맞이할 잔도(棧道·벼랑에 낸 길)를 만들었다. 혜왕은 그 잔도로 군사를 보내 마중 나온 촉왕을 사로잡고 촉을 무너뜨렸다.
 
지금의 민주당의 행보는 가히 혜왕의 음모에 비견될 만하다. 한 전 위원장은 ‘쿠엔틴’처럼 분노에 눈이 멀어 촉왕처럼 공멸행(行) 잔도를 놓은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던 비대위원장 사퇴의 변을 잊지 말고 사퇴로부터 불과 두 달 만에 다시 나선 자신을 돌이켜보며 ‘책임 정치’의 뜻을 곱씹어 보길 바란다. 자신이 내친 도태우 등은 물론 허식 전 인천시의회 의장의 복당이 논의되고 있는 현실도 참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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