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프랑스 총선 1차 투표에서 국민연합(RN)이 대승했다. 2022년 총선 때(47.5%)보다 약 20%나 높은 투표율이 이번 선거에 걸린 강렬한 메시지와 의지를 말해준다. 일주일 후 2차 투표가 남아 있으나 대세엔 변화 없을 전망이다.
지난 총선 때 5명에 불과하던 1차 투표 당선 확정자들이 이번엔 81명이나 된다. 이 가운데 약 절반은 RN 후보이며 RN의 실질적 지도자 마린 르펜도 그 중 한 명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반면 1차 투표로 선거를 끈낸 현 집권당 후보는 단 4명이다. ‘폭망 수준’이라 할 만하다. 1차 투표에서 당선되려면 지역구 등록 유권자의 25% 이상, 당일 총투표수의 50% 이상을 얻어야 한다.
르펜 의원이 출구조사 발표 직후 “민주주의가 목소리를 냈다”며 “유권자들이 에마뉘엘 마크롱 7년의 환멸스러운 부패 권력을 끝장낼 의지를 드러냈다”고 외쳤다. 조르당 바르델라(28) 대표의 총리직도 가시화됐다. RN이 과반 득표하면 프랑스 역사상 최연소 총리의 등장이자 5공화국 4번째 ‘(좌우연립)동거내각’이 수립된다.
최종 결과는 7일 결선 투표로 나오지만 심각한 여소야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좌파정당연합인 신민중전선(NFP)과 범여권 앙상블이 “극우 집권을 막아야 한다”며 3위로 결선에 오른 자당 후보들의 사퇴를 종용하고 나섰다. 이에 르펜 의원은 “아직 이긴 게 아니다. 이 나라를 극좌 정당 손에 넘기지 않으려면 2차 투표가 결정적”이라며 “바르델라 대표의 총리 임명을 위해 절대 과반을 만들어달라” 호소했다.
NFP 측에선 반전을 벼르고 있다. NFP 소속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가 “단 한 표도, 단 한 석도 RN에 더 주지 않겠다”며 3자 대결 지역구에서 표몰아주기를 선언했다. RN 후보 1위, NFP 후보 3위일 경우 2위를 위해 NFP 후보가 사퇴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올리비에 포르 사회당 대표도 TF1 방송에 출연해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극우세력이 국가를 통치할지 모른다”며 RN을 막기 위한 후보 사퇴 필요성을 역설했다. 중도 좌파 플라스퓌블리크(PP) 또한 이날 저녁 성명을 통해 2차 투표에서 3자 대결일 경우 모든 3위 정당이 양보함으로써 RN에 함께 맞서자고 촉구했다.
범여권은 1차 투표 단계에서부터 3위가 확실시됐다. 의석은 반토막 날 조짐이다. 다급해진 마크롱 대통령이 투표 종료 후 대(對)RN 전선 연대를 호소하는 성명을 냈고 그의 소속 정당 르네상스 역시 ‘RN 저지를 위한 표몰아주기’를 강조했다. 오리종의 리더 에두아르 필리프 전 총리도 이 움직임에 가세했다.
가브리엘 아탈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더 강한 어휘를 동원해 같은 입장을 밝히며 RN을 이기기 위한 “명예로운 선택”을 제안했고 유권자들의 반발을 부른 실업보험개혁 중단을 알렸다. “극우 집권만은 막겠다”며 이례적으로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까지 총선에 출마해 37.6%(1위)로 결선투표를 맞이하게 됐다.
45.4%를 득표한 아탈 총리는 NFP 소속 후보와 2차에서 재대결한다. RN 후보에 밀려 지역구를 빼앗긴 파비앙 루셀 공산당 대표의 경우 낙선의 충격을 “(조기총선은) 대통령 혼자 결정한 일”이라며 우회적 유감으로 표시하기도 했다.
예상되는 이번 총선의 결과가 마크롱의 정치적 미래를 한층 암울하게 하고 있지만 유럽의회 내 세력 개편은 더욱 현실화될 분위기다. 프랑스 총선 1차 투표일(30일) 오스트리아 빈에선 중·동유럽 3개국의 자국우선주의 정당들이 모여 새로운 정치그룹을 결성하기로 했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헝가리 피데스(Fidedz)당을 이끄는 오르반 빅토르 총리와 오스트리아 자유당(FPOe) 헤르베르트 키클 대표, 체코 긍정당(ANO) 안드레이 바비시 대표가 이날 ‘유럽 애국자’ 그룹 구성을 알렸다.
유럽의회 내 최대 우파 형성이 이들의 목표다. 이들은 EU의 기득권 정치인들이 전쟁‧대량이민으로 사회불안과 침체를 초래했다며 평화·안보·개발을 내걸고 ‘자국 주권 수호’을 분명히 했다. 불법이민을 막아 서민‧중산층 삶을 보호하며 친환경정책 완화로 농민과 기업의 숨통을 틔워주겠다는 것이다. 교섭단체가 되려면 EU회원국 4분의1(7개국) 이상 출신의 최소 23명 의원을 확보해야 한다. 이들 3개국 세 정당은 지난달 초 유럽의회 선거에서 총 24석을 차지했지만 4개국이 더 합류해야 한다.
오르반 총리는 EU 주류와 일찌감치 결별하고 친러시아 행보를 이어왔다. 최근 집행위원장 연임 등 고위직 인선에 공개적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이탈리아형제들(FdI) 당수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또한 중도·좌파 일색인 EU 고위직 인선에 불만을 토로했다. 다만 프랑스 RN을 포함해 아무리 자국우선주의자들이라도 선(線)은 지킨다. 나치친위대 옹호 발언이 나온 독일대안당(AfD)과는 모두 거리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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