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비용 절감을 위해 공사 구역을 통합하는 것을 놓고 돌발 상황에 대응할 여력이 떨어져 안전은 뒷전에 두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2025년 배전협력회사 체제 개편 방안’을 발표하며 배전협력회사 체제를 개편하고 있는데, 주요 내용 중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진행하던 사업소 단위 관할구역 설정 기준을 2025년부터 소규모 사업소를 통합해 권역 단위로 관할구역을 설정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소규모 사업장 통합을 통해 협력회사의 시공 전문성 및 안전관리 역량을 키우겠다는 방침이라고 한국전력은 설명했다.
한국전력 배전협력사들은 관할 구역이 정해져 있고, 당번을 정해놓고 돌발대기를 한다. 전신주 쓰러짐이나 천재지변에 의해 정전 등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대응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사업소 병합을 통해 권역 단위의 관할구역으로 담당 공사 구역을 넓히게 되면 대응 역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예컨대 3개 업체가 담당하고 있는 공사 구역을 2개 업체로 통합하게 되면 관할 구역이 넓은 지방의 경우 업체가 담당할 공사 구역이 넓어져 돌발 상황에 즉시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배전업계 관계자는 “분리돼 있던 관할구역 내에서 동시에 정전이 발생하면 각자 담당하는 관할구역에서 돌발대기하고 있던 업체가 즉각 대응에 나설 수 있었지만, 통합을 통해 관할구역이 넓어지면 즉각 대응이 가능했던 구역도 한 업체가 담당하게 되면서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경우 정전 대처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국민 피해는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며 “나아가 정전된 구역에 병원이라도 있으면 국민 생명까지도 위험해지는 상황이 된다”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전 발생 건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는 총 1046건의 정전이 발생했다. 2019년과 2020년에 600건 대에 불과했던 정전 건수는 2022년(933건)을 기점으로 크게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1000건을 돌파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라 한국전력의 재무 상황이 악화됐던 만큼 한국전력 재무 상황이 악화된 2022년을 기점으로 정전 건수가 증가한 점은 재무 악화에 따른 안전관리 부실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에 한국전력이 소규모 사업소 통합을 통한 관할구역 대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배경에 ‘비용 절감’이 있을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200조 원이 넘는 부채를 갖고 있는 한국전력이 소규모 사업장에 드는 비용을 축소하는 것이 이번 관할구역 통합의 배경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한국전력은 이같은 안전 논란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1일 한국전력은 한국전기공사협회에서 배전협력회사 운영방안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성민 한국전력 배전계획처 배전건설부 부장은 “사업소 병합과 관련해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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