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이탈주민의 날’ 제정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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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인 포용과 정착 지원 위해 국가기념일 지정
남한 생활에서 가장 필요한 지원은 ‘취·창업 지원’
정착 못 한 탈북인에 용기 주고 차별 장벽 해소하길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15 00:02:02

7월14일로 제정된 ‘북한이탈주민의 날’이 첫 번째 기념식을 맞았다. 윤석열정부가 이 날을 기념일로 제정한 것은 목숨을 걸고 사선을 넘어 자유를 찾아 이 땅에 온 북한이탈주민(탈북인)을 우리와 똑같은 국민으로 보호하고 포용하겠다는 뜻을 공표한 것이다.

우리 헌법은 탈북인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규정한다. 올해 초 북한 김정은은 ‘대한민국은 제1 적대국이자 불변의 주적’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을 분리해 대응할 것임을 밝히면서 탈북인을 위한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제정하도록 지시했고, 그 후 통일부가 7월14일을 기념일로 정해 공식 발표했다.

현재 국내에 정착한 탈북인은 약 3만4000명이다. 5127만 명이 넘는 대한민국 전체 인구에 비하면 0.06%에 불과한 소수지만 이들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상징적 의미는 매우 크다.

자유를 찾아 온 탈북인의 존재는 대한민국의 체제 우월성을 증명하는 귀중한 존재임과 동시에 나중에 찾아올 북한 주민들의 여정을 개척한 용감한 존재다. 특히 올해 초 김정은이 김일성·김정일의 유훈인 ‘통일’을 부정하고 나선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한 것은 북한 이탈 주민을 ‘먼저 온 통일’로서 적극 받아들이고 나아가 북한 주민의 인권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겠다는 의지를 선포한 것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자유를 향한 용기, 통일로 가는 여정’을 슬로건으로 열린 제1회 탈북인의 날 행사에는 탈북인·정착 지원 종사자를 비롯해 정부·국회·유관기관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북한에 억류됐다가 석방 직후 숨진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부모인 프레드 웜비어와 신디 웜비어는 영상 축하 메시지를 통해 “북한이탈주민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용감한 사람들”이라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사실 ‘탈북인의 날’ 제정과 국가기념일 지정은 그간 많은 탈북인들의 염원을 생각하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특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무산되기를 반복하면서 탈북인들의 애를 태웠다. 윤 정부가 이번 일을 적극 추진한 데에는 지난해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직후 중국 당국이 자국에 억류 중인 탈북인 600여 명을 강제로 북한에 압송한 게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국내 탈북민 3만4000여 명의 10배 넘는 인원이 탈북 도중 희생됐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는데, 여기엔 탈북 후 중국에서 붙잡혀 강제로 북송된 북한 주민이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중국 내 탈북인의 강제 북송 저지를 위해 최대한의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국내 탈북인의 안정된 정착을 최우선으로 하여 정책적 허점이 없는지도 잘 살펴야 한다.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이 발표한 2023 북한이탈주민 정착 실태조사에 따르면 ‘더 나은 남한 생활을 위해 필요한 지원’으로 ‘취·창업지원’(21.7%)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그다음으로 의료 지원(18.1%)·교육 지원(14.3%)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올해 탈북인 고용률은 60.5%로 일반 국민 평균치(63.5%)보다 3%p 낮다.

이 밖에도 탈북인이 남한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치열한 경쟁’ ‘탈북인에 대한 차별·편견’ 등으로 밝혀졌다. 정부와 지자체는 탈북인에 대한 국민의 인식 제고를 위한 정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시가 ‘2024 북한인권 서울포럼’을 개최하고 오세훈 시장이 “북한이탈주민들이 대한민국에서 진정한 인권을 누리고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서울시가 앞장 서겠다”고 밝힌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