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해상풍력 현주소는… WTIV 부족해 중국이 안방 차지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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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좌앙 정책에 풍력산업 전망 안갯속… 정부 시그널 필요
국내 조선사 제조·기술력 보유했으나 WTIV 건조 꺼려

허승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15 13:08:11

▲ 지난해 경남 통영 앞바다에서 국내 최소 해상풍력 전용 설치선 현대프론티어호 출항식이 개최됐다. 현대건설 제공

정부가 정책의 일관성을 잃고 있는 사이 우리나라의 해상풍력발전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해상풍력 개발사들이 국내에 마땅한 선박이 없자 중국산 해상풍력 전용 설치선(WTIV) 사용을 고심하고 있다.

해상풍력 전용 설치선은 기자재 운반 바지선과 설치 바지선을 별도로 운용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1척으로 운반과 설치를 일괄 수행할 수 있도록 설비를 일체화시킨 선박으로 해양풍력단지 설치에 꼭 필요한 선박이다.

15일 해상풍력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21년 입찰에 선정된 전남해상풍력을 비롯해 지난해 낙찰된 △완도금일1해상풍력 △완도금일2해상풍력 △신안우이해상풍력 △낙월해상풍력 △고창해상풍력 현장 6곳은 착공 일정을 맞추기 위해 현재 선박 용선 계약을 준비 중이다.

국내 유일의 WTIV인 현대스틸산업의 현대프론티어호는 최대 10MW급 터빈 설치가 가능한 선박으로 전남해상풍력·완도금일해상풍력·신안우이해상풍력은 11MW급 이상 터빈을 사용하기에 국내 선박은 사용 불가능하다.

특히 WTIV인 현대프론티어호는 독점적 지위로 인해 가격협상이 쉽지 않아 업계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렇다고 유럽산 배 용선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격 조건도 맞추기 쉽지 않지만 유럽에서 배가 출항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시간만 왕복 2개월이며 길게는 3개월까지 소요된다. 더욱이 운항료를 포함해 2200억 원에서 2300억 원의 용선료가 필요하다는 부담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유럽 선사에 대한 자료요청을 보냈지만 한 건의 답신도 받지 못했다”며 “유럽 현지의 해상풍력 시장 활성화로 이들 입장에선 굳이 외국 현장에 참여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동발전의 경우 올 하반기 WTIV 입찰을 준비하고 있는데 상한가를 1500억 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며 “유럽 선사를 용선하려면 아무래도 가격 부담이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국내 해상풍력 현주소가 이렇다 보니 해상풍력 시장의 부족한 인프라를 중국이 전략적으로 공략해 지배력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앞서 한국해양기술은 중국 1위 해저케이블 기업 ZTT와 WTIV 5척 운영권 계약을 체결했다. WTIV 5척 중 종티안 31·39호는 20MW급 풍력발전기를 설치할 수 있고 내년 4월부터 즉시 한국 해상에서 단독 사용 또는 임대사업을 할 수 있는 배타적 독점적 사용권을 인정하는 협약이다.

중국이 시공 시장을 선점하면 국내 기업들은 시공 경험과 기술을 축적할 기회를 잃게 된다고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엔 해상풍력 주요 기자재를 생산하는 회사들이 많고 국내 조선사들이 이미 WTIV 설계 및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한 관계자는 “대규모 자본을 투자해 WTIV를 발주한다고 해도 지속적으로 프로젝트에 투입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며 “이런 불확실성을 감수하는 것 보다 중국 선박을 용선하는 것이 훨씬 안정적이고 부담이 적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전력수급기본계획도 우왕좌왕이라 국내 풍력산업 전망이 뚜렷하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내 해운사들의 대규모 투자를 기대하는 것보다 일단 중국 선박을 용선하는 것이 비용과 시간을 줄일 방법이다”고 강조했다.

허승아 기자 heos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