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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8·15광복 이후 정부 수립, 6·25전쟁과 빛나는 산업화 시기를 거쳐 대한민국은 오늘에 이르렀다. 격동의 한반도, 美CIA 요원으로 그 한복판에서 활약한 마이클 이 박사의 숨 막히는 체험…. 북한 정권의 실체와 광주5·18 등 좌경 친북세력이 주도한 사건들에 관한 증언과 분석, 급변하는 국제정세의 소용돌이 속 한반도의 미래에 관한 그의 이야기들이 값지다. 이에 美연방정부 공무원으로 살아온 40년 세월을 담은 그의 저서 ‘CIA와 대한민국’을 지면에 연재한다.
북한 ‘혁명역량’의 침투
그동안 북한 특공대원들이 남한에 잠입하여 5·18 광주 소요에 가담했다는 탈북인들의 증언이 여러 차례 있었다. 단, 그 규모에 대해서는 일관성이 없어 460명이라고 말한 사람도 있고 600명이라고 말한 사람도 있다.
2013년 5월18일, 광주사태 33주년을 전후해 북한 특공대가 5·18 광주소요에 가담했는가의 여부를 놓고 언론계에서 치열한 공방이 있었다. 이에 대해 나는 어느 쪽이 옳고 그르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 다만 북한이 개입했다는 사실만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어떤 형식으로 개입했는지에 대해서는 더 정확한 분석과 증거가 도출되어야 할 것이다.
언론인 중에는 광주사태에 동원된 북한 특공대가 마치 노르만디 상륙작전처럼 일시에 광주로 집결한 것처럼 생각하거나 현실적으로 그런 일은 불가능하므로 북한이 개입했다는 사실 자체를 아예 부정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북한 특공대는 오래전부터 2인조·3인조 형식으로 침투해 잠복하고 있다가 광주에 집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파 간첩 외에 1979년 10월 부마사태 때 북한이 배후 조종해 내려왔던 간첩들과 1980년 4월 강원도 사북탄광 노사분규 때 침투한 공작원들도 북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대로 잔류해 있다가 광주 공작조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때 광주사태 작전 지휘부는 목포에 있었다고 한다.
현역 특수군이 아닌 민간인 특공대
북한 특수군의 광주사태 개입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말이 맞다. 광주에 동원된 북한 공작대는 물론 여러 인민군 부대에서 차출된 현역 군인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현역 군인으로 구성된 게 아니었다. 그들은 대남 공작부서에서 현역 군인보다 더 무서운 훈련을 받았지만 군부대의 단대호(단위 부대마다 소속·규모·병과 등을 정해서 붙인 번호)가 없는 민간인 대남 공작 특공대였다.
원래 북한의 계획에 따르면 광주 폭동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1980년 5월27일에 6·25전쟁 때처럼 현역 군대, 즉 비정규전 특전대 병력이 대거 남침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래서 휴전선 인근에 병력을 배치하고 대기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광주시민의 협력 정도가 북에서 예상했던 것에 못 미쳤고 게다가 사태가 27일 오전에 진압되었기 때문에 그 계획을 취소했다고 한다.
두말할 것도 없다. 북한 교과서에 “광주사태는 남조선 해방을 위하여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가 지령한 과감한 거사”라고 기록되어 있고, 함경북도 청진시 낙양동에는 1980년 8월에 세워진 광주 작전 희생자를 위한 ‘렬사 추모비’가 있다. 그 비석에는 158명 희생자의 이름이 적혀 있는데 다른 문헌에는 희생자가 총 490명이라고 되어 있다. 북한에서도 그들을 인민군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그것은 대남 공작대의 정체를 은폐하기 위한 거짓말이다. 그들 중에는 현역 군인도 끼어 있었지만 조직 자체는 군부대가 아니었다.
미 국무부에서 기밀해제 된 문서에 의하면 5·18은 ‘김대중 추종자들(Kim Daejung followers·남한의 좌익 운동권 세력)’과 ‘북한 민간 공작대원들(North Korean Agents)’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돼 있다. 여기서 Agent는 군부대 요원이 아니라 ‘민간인 간첩’이라는 뜻이다.
북한의 대남 공작 수장인 김중린은 대남공작단을 구성하면서 군 병력을 차출하기도 했지만 조직 자체는 엄선된 민간인 중심으로 꾸려졌다. 이들 민간인은 군부대의 특수요원들보다 작전 수행 능력이 더 뛰어나며 고도의 훈련을 견뎌 낸 사람들이었다.
5·18 당시 군부대의 탱크를 탈취하고 아세아자동차와 교도소를 습격하는 등의 행동은 특수한 훈련을 받은 공작대원들이 아니고서는 일반 광주시민이 할 수 있는 정도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전 세계 어느 나라의 군대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철저한 훈련을 받은 혁명역량이 동원된 것이며 사전답사를 통해 위치정보를 다 확보해 놓은 지원 세력과의 합작품이었다.
하지만 고도의 훈련을 받은 북한 공작대원들도 낯선 환경에서 몇 가지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폭도들을 싣고 가던 트럭 운전사가 차를 세우고 광주시민들에게 도청 소재지 위치가 어디냐고 물은 것 등이 그 사례 가운데 하나다.
무등산의 진달래
북한 인민무력부 총참모부 부참모장 상장 박승원이 5·18광주 소요 작전을 위해 남한에 내려왔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는 2000년 제1차 남북 국방장관 회담 때 북측 차석 대표로 제주도에 왔던 인물이다. 박승원은 마식령 스키장 건설과 관련해 공이 크다며 북한 정부로부터 노력영웅 칭호와 금메달·국기훈장 1급을 받은 바 있다.
1988년 10월 평양의 인민문화궁전 지상에서는 ‘전국영웅대회’가 열렸고 지하에서는 ‘대남영웅대회’가 열렸다. 당시 박승원은 ‘대남 영웅대회’에 토론자로 출연해 ‘5·18 광주항쟁’ 참전의 공훈담을 증언했다. 그는 또한 5·18 광주 참전 ‘대남 영웅’들을 기리기 위해 김정일의 지시로 제작된 ‘무등산의 진달래’라는 노래의 제작에도 관여한 인물이다.
그런데 김일성을 찬양하는 ‘님을 위한 행진곡’처럼 이 ‘무등산의 진달래’라는 노래 또한 지금 평야에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광주에서도 불리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국민은 알고 있는가.
무등산 절에 나타난 청년 100명
1980년 5·18 직전 전라남도 광주시(현재 광주광역시) 동구 운림동 무등산 자락에 있는 증심사(證心寺)란 절에서 청년 100여 명이 우리 군에 의해 목격됐다.
1980년 5월14일 광주 소재의 전투병과교육사령부(전교사) 군수지원단 소속 장병과 군무원 약 70명이 점심 식사 후 무등산을 등반했다. 당시 매주 수요일 군에서 행하던 체력강화 훈련의 일환이었다.
이들은 버스 2대에 올라 부대를 출발해서 현재 ‘무등산 옛길’로 불리는 담양군 남면 방향의 무등산을 넘어가는 산길 도로를 지나 임진왜란 때의 의병장 김덕령 장군의 위패를 모신 충장사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렸다. 그리고 잠시 사진을 찍는 등 휴식을 취하고는 무등산 산악행군길에 올랐다.
오후 3시 무렵 이들이 중재머리 정상에 올랐다가 증심사 계곡의 오솔길로 내려오던 중 100명이 넘는 낯선 청년들을 발견한 것이다. 긴 장발머리에 남루한 옷차림·살기 도는 눈빛을 가진 수상한 모습의 청년들이었다. 이들을 발견하고 일부 장교는 잠시 긴장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석가탄신일을 앞둔 시점이니 다른 지역에서 절에 놀러 온 사람들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대로 지나쳐 증심사 입구 부근에 주차해 있던 버스를 타고 부대로 복귀했다.
광주 무등산 증심사는 남파 간첩 손성모가 위장 잠입한 곳이다.
손성모는 1980년 5월 전라남도 해남으로 남파돼 승려로 위장하고 활동했다. 그는 이듬해인 1981년 경북 문경시에서 체포되었는데 당시 대공 수사당국은 손성모가 5·18 당시 침투한 북한 특수작전부대원들의 길 안내 역할을 하기 위해 남파된 것으로 파악했다. 재판 기록에 보면 그가 5·18이 일어나기 11일 전인 5월7일부터 증심사에서 승려로 신분을 위장하고 활동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래서 무등산의 증심사는 5·18 당시 단순히 손성모의 체류지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일종의 사령부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에 대한 진상 조사·규명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광주사태 당시 시민군은 특히 증심사를 중심으로 인근 야산을 수색하면서 밤중에 계엄군이 접근해 오면 저지 사격을 하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시민군이 절을 사수하려는 듯한 행동을 보인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뭔가 이유가 있는 일이었음이 분명하다.
정리= 박혜수 편집위원
프로필
△ 美 연방정부 40년 근속
(DIA(Defense Intelligence Agency·국방정보국) 16년·CIA(중앙정보국) 24년)
△ 1976년 미국 외무고시 합격
△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정치학 박사
△ 美 국무성 동아시아 문제 수석연구원
△ 美 국무성 외교연수원 교수
△ 주한 미국대사관 정무관
△ CIA 한·미 안보협력 조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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