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저가 쇼핑앱들 美서 소송전… 이번엔 ‘디자인 도용’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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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인 “테무가 영업기밀 빼돌려 우리 인기 상품 복제”
저작권 침해 일삼는 중국이 지적재산권 인식 높일 계기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21 17:56:01

▲ 쉬인 쇼핑몰 로고. 지난 2년간 쉬인·테무 이들 중국의 저가·초저가 경쟁 기업이 세계적인 소송을 벌여 왔다. 이번엔 쉬인이 자사의 디자인이 도용·복제 당했다며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에 테무를 제소했다. 저작권의 시장 경제적 의미를 둘러싸고 중국인들의 의식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기대된다.

치열한 지구적 경쟁과 상호 법정 공방을 이어 온 중국의 쇼핑앱 ‘쉬인’(Shein)과 ‘테무’(Temu)가 또 하나의 소송을 맞았다. 20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쉬인이 자사 디자인을 테무에게 도용·복제 당했다며 이를 막아달라고 전날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현대적 시장경제 역사가 짧아 저작권 관련 인식이 희박한 중국에서 베끼기란 범죄의식 없이 횡행해 온 현상이다. 이번 사태는 지적 재산권 관련해 중국 업체들 간에 벌어진 소송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지적 재산권의 경제학적 의미를 향한 중국인들 인식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19일 쉬인이 고발한 “테무의 사기 행각” 가운데 엑스(X·옛 트위터) 플랫폼에 쉬인 사이트처럼 꾸민 광고를 올려 이를 클릭한 이용자들이 테무 사이트로 유입되도록 한 것 등이 있다. 쉬인은 관련 캡처 사진을 소송 서류로 첨부했다. 법원에 제출된 80쪽 분량의 쉬인 측 소송 서류엔 테무에게 도용 당했다는 의류 및 잡화 디자인 사례가 10여개 포함된다고 CNBC가 전했다.

쉬인 측에 따르면 테무는 초저가를 내세워 미국 소비자들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도록 유도한 다음 “출혈 판매”를 조장해 대응한다. 결국 “판매자가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위조품이나 수준 이하의 상품을 판매하도록 장려해야만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테무 직원이 쉬인 히트 상품의 거래기밀과 내부 가격정보를 훔쳐내 이용했으며 판매자에게 제품 베끼기를 종용했다고 주장한다.

지난 2년간 양사 간 법적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테무는 지난해 12월 쉬인이 공급업체들을 “마피아식으로 위협해” 공정한 경쟁을 방해했다며 미 법원에 제소했고, 그보다 먼저 양사는 반독점 금지법 위반과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상대방을 제소했었다. 지난해 10월 소송을 피차 취하하기로 합의한 후 몇 주 지나지 않아 다시 법정 싸움을 벌이며 현재에 이른다.

현재 쉬인 본사가 중국 광둥성 광저우에 있으나 난징에서 출발했다. 창업자·최고경영자인 크리스 쉬(許仰天)는 1984년 산둥 출신으로 칭다오과학기술대 국제무역학과를 나온 인물이다. 20달러(약 2만7000 원) 미만의 신발, 10달러(약 1만3000원)짜리 원피스 등의 온라인 판매를 통해 급성장한 후, 2008년 도메인 SheInside로 영미권 소비자를 겨냥한 저가 웨딩드레스·파티복 등 여성 의류 사이트로 발전했다.

쉬인은 2015년 소비자에게 브랜드 인식을 쉽게 하고자 SheInside을 Shein으로 줄였으며 이를 음차한 게 중국명 ‘希音’이다. 2010년대 초반 스페인·프랑스·러시아·이탈리아·독일 등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화장품·신발·가방·장신구 등으로 품목을 늘렸다. 2014년엔 자체 공급망 시스템을 인수해 완전히 통합된 소매업체로 발전했으며, Romwe까지 인수한 후 2017년 이래 5대양6대주를 누빈다.

한편 중국 대형 전자상거래업체 판둬둬의 해외 쇼핑앱 테무는 2022년 9월 미국에 진출했다. 쉬인보다 저가에 판매한다는 게 홍보전략의 하나인 듯하다. 믿기 어려운 초저가가 우리나라에서도 화제와 위기의식을 불렀다. 이들에겐 물류비 절약이 가능한 인접국이자 구매력도 좋은 대한민국이 편리한 공략 대상일 수 있다.

중국의 심각한 내수 부진 속에 해외시장을 향한 현지 제조업체들의 저가 경쟁 및 공세가 치열하다. 테무는 상품을 장바구니에 넣어 둔 채 결재를 미룬 고객에게 관련 제품의 제안·소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띄우기도 한다. 마케팅 전략 경쟁 또한 뜨거운 가운데 2022년 12월 테무가 “쉬인이 거짓·기만적 진술을 하기 위해 온라인 인플루언서들을 모집했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듬해 7월엔 자사 협력업체들을 쉬인이 “위협·협박·허위 침해 주장, 부당한 징벌적 벌금부과 시도” 캠페인에 가담시켰다고 문제삼았다. 이에 쉬인이 테무를 상대로 자사 제품목록 이미지 도용에 대해 임시금지 명령을 받아낸다. 영국에서 진행된 사안으로 해당 이미지 삭제와 손해배상도 청구됐다. 작년 7월엔 테무가 미국에서 쉬인의 독점금지법 위반을 들어 연방 소송을 제기했다.

미 초고속패션 시장의 75% 이상을 점유한 쉬인이 8338개 제조업체들에 독점계약을 강요했다는 게 테무 측 주장이다. 이렇게 테무와의 협력을 막음으로써 “가격상승·소비자 선택권 감소 및 미 초고속 패션의 성장 방해”를 초래했다고 호소했다. 다만 같은 해 10월 양측이 소를 물리더니 12월 공급업체에 대한 불법 간섭을 들어 테무가 쉬인을, 이번엔 쉬인이 테무를 저작권 침해로 제소한 것이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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