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는 강탈, 국고지원은 외면… 정부 이중 잣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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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재정 20% 국고로 지원하도록 법에 규정
내년 국고지원금 12조6000억 원… 법정 국고지원 비율 14.4%

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29 14:12:51

▲ 서울 국민건강보험공단 종로지사. 윤석열 정부가 국고로 건강보험재정의 20%를 지원하도록 규정한 법을 내년에도 지키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3년 연속이다. 연합뉴스

급격한 고령화로 노인 의료비가 급증하면서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법적으로 국고에서 건강보험 재정의 20%를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정부가 이를 지키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2025년도 예산안 자료에 따르면 건보 가입자에 대한 내년 국고지원금은 일반회계와 건강증진기금을 합쳐서 12조6000억 원으로 편성됐다.

올해 국고지원금(12조4284억 원)보다 1716억 원이 늘었다. 건강보험 가입자에 대한 국고지원 비율로 따지면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4.4%다. 이번에도 ‘20% 상당 금액’ 지원이라는 법정 기준에 미달했다.

국회에서 정부예산을 심의하기 전이라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로 봤을 때 이 안대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건강보험법과 건강증진법에 따라 정부는 2007년부터 해당 연도 ‘건보료 예상 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일반회계에서 14%, 담뱃세(담배부담금)로 조성한 건강증진기금에서 6%를 각각 지원해야 한다.

그렇지만 정부는 이렇게 법으로 정해진 국고지원 비율을 단 한번도 지킨 적이 없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 시절에 평균 지원 규모는 각각 16.4%와 15.3%, 14% 등으로 오히려 갈수록 떨어졌다.

심지어 정부는 보험료 예상 수입액을 적게 잡는 등의 편법을 써가며 매년 축소 지원해왔다. 예산을 편성할 때 보험료 인상률‧가입자 수와 소득 증가율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실제보다 낮게 잡아 건보료 수입을 과소평가해 온 것이다.

건보 재정에 대한 장기적 재정 전망은 좋지 않다. 초고령화로 국민 의료비 지출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발주로 김윤희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연구팀이 올해 수행한 ‘건강보험 재정 추계와 주요 가정’ 연구에 따르면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올해를 기점으로 적자(1조 원)로 전환해 2042년 적자 규모가 81조 원으로 커지고 이때까지 누적 적자는 563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28조 원에 달하는 누적 준비금도 2029년 전액 소진된다.

한편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 지원 규정은 2000년 의약분업 시행을 계기로 생겨났다. 당시 의약분업은 의사와 약사의 역할을 분리해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의료비 급증으로 건강보험 재정 압박이 예상됐다.

정부는 이러한 재정적 부담을 완화하고 제도의 안정적인 운영을 보장하기 위해 2007년부터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 법률 규정을 만들어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 규정은 이후 건강보험 재정의 핵심 지원책으로 자리 잡았다.

임한상 기자 hsr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