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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러에 장거리 탄도미사일 수백 기 제공… 서방 긴장
테헤란 전면 부인… 우크라이나 전세에 큰 영향
바이든 대응 미지수… 푸틴 자극할 언행 자제할 듯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9-08 17:23:31
 
▲ 2017년 9월24일 연례 국방의 주(週)를 맞아 이란 테헤란 시내에 전시된 가드르_H 미사일과 세질 미사일. 그 오른쪽으로 최고지도자(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진이 보인다. 연합뉴스
 
이란이 러시아에 수백 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우크라이나 전황 및 중동 정세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간) 익명의 미국·유럽 당국자들 증언을 인용 보도한 이 소식에 이란은 즉각 주유엔 대표부를 통해 성명을 내고 전면 부인했으나 미국 등 서방 세계에선 긴장한 분위기다. 
 
CNN·월스트리트저널(WSJ)이 먼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같은 내용을 전한 바 있으며, 로이터 통신도 지난달 초 러시아군 관계자 수십명이 이란에서 위성 유도 단거리 전술 탄도미사일 ‘파타흐(Fath)-360’ 등 사용법을 훈련받고 있다면서 조만간 이란제 미사일 수백발의 러시아행을 내다봤다. 
 
큰 전쟁 없이 수십년을 보내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위기 대처 능력은 현저히 저하했다. 그것이 고스란히 대(對)우크라 무기 원조 차질로 드러나 소모전 장기화 속에 양측 모두 탄약 및 그것을 담아 날릴 미사일 확보가 절실하다. 미사일 대국 이란의 대(對)러시아 무기 제공의 본격화는 우크라 전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북한제 포탄과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우크라군이 곤경을 치렀다. 이에 우크라 외교부가 7일(현지시간) 이란을 향해 유럽·중동 등 전 세계 안보 위협을 초래할 것이라며 대러 탄도미사일 공급 중단을 공개 촉구했다. 우크라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이란제 미사일 중 사정거리 최소라도 국경에서 불과 30㎞ 거리인 주요 도시 하르키우가 위험하다고 짚었다. 이란이 러시아에 건넨 것으로 전해진 파타흐-360과 아바빌 탄도미사일 사정거리는 각각 120㎞·86㎞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파비안 힌츠 선임연구원이 이 매체 인터뷰에서 “이들 이란제 미사일들은 최전선 작전과 관련된 목표물이나 병참시설·지휘소·병영·연료저장고 등을 겨냥할 때 쓰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숀 세이벳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민간인 희생 역시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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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이 이번 사태에 어떻게 대응할지 현재로서는 분명치 않다. 일각에선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우크라가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장거리미사일 사용을 승인할지 모른다지만 여러모로 현실성 떨어지는 관측이다. 실제 유럽 당국자들의 경우 바이든 대통령이 그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자극할 만한 언행을 자제해 왔다는 점에 무게를 둔다.
3월 주요 7개국(G7)이 이란과 러시아 간 미사일 거래 시 양측 공동 제재 부과를 예고했으며, 이는 7월 워싱턴DC 나토 정상회의에서도 강조됐다. 하지만 실질적 제재 수단을 못 가진 채 ‘경고’만 거듭된다면 미국 위신이 떨어질 뿐이다. 대선을 50여일 앞둔 민감한 시점, 바이든 대통령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 약화)을 감안할 때 강경 대응을 전망하기 어렵다.
 
바이든정부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이스라엘 전쟁 수습을 위해 이란 외교에 공을 들여 왔다. 고강도 제재 추가 시 이란이 지원해 온 하마스-이스라엘 간 휴전협상은 결정적으로 꼬일 게 뻔하다. 대이란 추가 제재가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통한 핵합의(JCPOA) 복원과 경제제재 완화’를 공약한 개혁파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신임 대통령을 궁지에 몰 것이라는 지적 또한 설득력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진격 후 한 달이 지난 현재, 러시아 측 태도가 또 한 번 눈길을 끌었다. 7일 정례 브리핑에서 ‘쿠르스크의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내고 벨고로드를 지킬 충분한 군과 자원이 있느냐’는 리아노보스티통신 질문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그렇다”고 단언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달 6일부터 러시아 남서부 접경지 쿠르스크로 진격해 공세를 계속 중이다. 러시아는 쿠르스크·벨고로드·브랸스크 등 접경지 3곳에 대테러작전 체제를 발령했으며 국방부에선 쿠르스크의 우크라 측 손실이 병력 1만400명 이상, 전차 81대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유가 상승세 속에 러시아는 원유 수출 예측치를 상향 조정했다. 6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경제부가 2024년 원유·가스 수출 매출 예측치를 이전 수치에서 174억 달러(약 23조3000억 원) 올린 2397억 달러(약 321조 원)로 수정했다. 수십년간 저렴한 러시아산 에너지에 기대어 번영하다 대러 제재의 부메랑을 만나 고전해 온 서유럽에게 이번 겨울은 또 하나의 고비가 될 수 있다.      
 
원유·가스 등 천연 자연이야말로 러시아의 주요 재정 수입원이자 서방의 제재를 사실상 무력화시킨 힘이다. 더구나 크림반도 병합 이후 제재 속에 자국 산업의 근육을 키운 상태이며 우크라전쟁이 역설적으로 내수 진작과 부의 재분배 효과까지 가져왔다는 평가다. 전날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EEF)에선 푸틴이 러시아 원유와 가스 없이는 세계 경제가 실패할 것이라고 호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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