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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칼럼] 김정은과 문재인 향한 맥매스터의 힐난
이춘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9-13 06:31:10
 
▲ 이춘근 국제정치아카데미 대표 
허버트 맥매스터(H.R. McMaster) 장군은 현역 미국 육군중장 시절이던 2017년 2월부터 2018년 4월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백악관에서 군복을 입은 채로 미국 제25대 국가안보보좌관을 역임한 인물이다. 
 
안보보좌관직을 떠난 후 곧 퇴역한 그는 정책연구소에서 일하며 저술과 강연 활동을 통해 미국의 안보 및 외교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소령 시절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에서 베트남전쟁 연구로 역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육군사관학교에서 전쟁사를 강의하기도 했던 저명한 군인학자이기도 하다.
 
1997년 제목도 험악한 ‘직무 유기’라는 책을 통해 미국은 하지 말아야 했을 베트남전쟁에 개입했고 이길 수 있는 전쟁에서 패배하고 말았다며 그 모든 잘못은 오로지 린든 존슨 대통령과 로버트 맥나마라 국방부 장관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주장을 뒷받침하는 확실한 근거 자료를 제시했음은 물론이다.
 
그는 이 책에서 베트남에 파병된 미군은 잘 싸웠고, 반전 시위를 벌이는 대학생들도 문제가 없었고, 반전을 주도한 뉴욕타임스의 1면 기사도 잘못이 없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모든 잘못은 당시 백악관의 최고 정책결정자들에게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대단한 필명을 얻게 되었고 학자로서 명성도 날릴 수 있게 되었다.
 
8월27일 맥매스터 장군은 ‘직무 유기’와 맞먹는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지만 트럼프와 그의 국가안보 핵심 참모들 사이에서 일어났던 일을 다룬 충격적인 내부 고발서를 출간했다. 책 제목은 ‘내부 전쟁: 나의 백악관 근무 시절(At War with Ourselves: My Tour of Duty in the Trump White House)’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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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출간 직후 미국보다는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더욱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 여러 언론 매체가 맥매스터 장군의 책에 나오는 내용을 ‘트럼프 두들겨 패기’라는 목적을 위해 활용하고 있다. 트럼프가 얼마나 황당무계한 인물인가를 보여 주는 근거자료로 활용되고 있다는 말이다.
 
예로써 맥매스터 장군의 책에는 약간 의역하자면 “북한군이 군사 퍼레이드를 벌일 때 하루를 잡아 그들을 공격해서 모두 제거해 버리는 게 어떻겠소?(Why don’t we take out the whole North Korean Army during one of their parades?)”라는 두 줄도 채 못되는 짧은 문장이 있다.
 
우리 나라 언론은 이 같은 황당한 말을 했다는 트럼프를 어이없는 망나니로 묘사하고, 그러니까 트럼프가 재선되면 한반도에 큰일이 일어날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맥매스터 장군은 그 문장 바로 뒤에 “나는 곧 트럼프가 그 같은 황당한 질문 혹은 언급을 하는 것은 단지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거나 놀라게 해 주려고 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부연하고 있다.
 
맥매스터 장군의 책은 저자가 머릿말에서 기술한 대로 트럼프를 미워하는 사람들이 읽을 경우 트럼프를 몹쓸 인간으로 여겼던 자신의 신념을 확신하게 될 것이며, 반대로 트럼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읽을 경우 정말 트럼프가 괜찮은 사람임을 재확인하게 될 그런 책이다. 솔직하게 사실을 기록한 책이라는 말이다.
 
필자는 이 책이 출간된 즉시 구입해서 정독해 보았다. 그리고 이 책은 ‘트럼프 두들겨 패기’용보다는 문재인과 김정은의 안보·외교정책이 얼마나 무모하고 허무한 가정에 근거한 것이었는지를 잘 말해 주는 책이라는 독후감을 가지게 되었다.
 
북한 핵 문제에 국가의 사활이 걸려있는 제1 당사국인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국가안보를 담당하는 최고위직 관리들이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중개인 노릇이나 하는 모습을 비꼬는 부분을 읽으면서 한국인 학자로서 모멸감을 느꼈다.
 
맥매스터 장군은 한국 대통령과 관리들은 북핵 문제의 당사자라기보다는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김정은에게는 김정은이 좋아할 말을 전달했고, 트럼프에게는 트럼프가 좋아할 말만을 전달했던 엉성한 매치메이커(matchmaker·중매쟁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한국의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을 방문해서 평창올림픽 개막식에서 한국과 북한 선수들이 나란히 입장해서 평화올림픽을 만들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 ‘얼마 전 미국 대학생 웜비어를 잔학하게 살해한 북한과 무슨 평화를 말하는지 알 수 없다’는 미국 측의 푸념도 쓰여 있다.
 
미국 대표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김여정 북한 대표의 회담을 성사시키려는 문재인정부의 애타는 노력에 펜스는 회담은커녕 사진 한 장 같이 찍어 주지 않았다. 이 책은 한국인들에게는 ‘트럼프 두들려 패기’ 용도보다는 김정은과 문재인의 개념 없는 정책을 비난한 책으로 더욱 잘 쓰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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