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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장 철근 누락 사태가 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단지에서 설계상 필요한 것보다 최대 20%나 많은 철근을 주문해 시공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철근 절단·가공 과정에서 못 쓰는 부분이 생기고 시공 도중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시공사는 철근을 설계량보다 추가로 주문해 쓸 수 있다. 보통 LH는 시공 손실량을 3%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0∼400t씩 철근을 추가로 주문해 비용 부담이 늘어난 현장에서 ‘누락’ 사태까지 터지면서 LH의 관리·감독 기능이 비판대 위에 올랐다.
10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 LH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철근 누락’ LH 23개 단지 가운데 21개 단지에서 설계량보다 철근을 더 많이 주문했다.
이에 따른 철근 주문 금액은 설계 당시 산출한 것보다 최소 4억 원에서 최대 85억 원까지 늘었다.
평택 소사벌 A-7블록은 철근을 설계량(1809t)보다 19.5%(353t) 많은 2165t 주문해 시공했다. 철근 자재비는 12억 원 불어났다.
오산 세교2 A-6블록의 경우 철근 주문·시공량(4159t)이 설계량(3945t) 대비 5.4%(214t) 많았다. 철근 주문 금액은 43억 원으로 설계 당시 예상보다 24억 원 추가됐다.
화성 비봉 A-3블록은 철근 주문량(1만1240t)이 설계량(1만793t)보다 4.1%(447t) 증가했고 비용은 14억 원이 올랐다.
누락된 철근인 전단보강근이 전체 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편이다. 길이가 한 개당 45㎝에 무게는 0.5㎏ 정도이기 때문이다.
전단보강근은 슬래브(콘크리트 천장)에 들어가는 주철근을 촘촘하게 감는 갈고리 모습을 하고 있다. 전단보강근은 보 없이 기둥이 곧바로 슬래브를 지지하는 무량판 구조에서 하중을 견디도록 보강하는 역할을 한다.
LH는 철근 누락 아파트의 기둥 하나 당 전단보강근 누락 물량이 평균 96㎏라고 전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공사 과정에서 적정량보다 과도하게 철근을 주문한 사례를 잡아내지 못하면 LH에 추가 비용 부담이 돌아올 수 있다. 철근은 시공사가 직접 주문·결제하는 자재다.
고양 장항 A-4블록은 설계량보다 철근 시공량이 247t 적은데도 철근 주문액은 설계 때 예상한 73억 원의 두 배 이상인 158억 원에 달했다. 철근 가격이 급등한 것을 감안해도 상승 폭이 두드러진다.
설계 당시 예상액보다 실제 철근 주문액이 2배 이상 늘어난 단지는 양주 회천 A-15블록· 오산 세교2 A-6블록·평택 소사벌 A-7블록 등 4개 단지다.
파주 운정3 A-23블록은 철근을 설계량 대비 134t(1.2%) 사용했지만 주문액은 설계 때 예상치인 66억원에서 93% 늘어난 128억 원이었다.
LH는 “현장 시공 손실(Loss) 발생량 증가 등 여러 원인에 대한 시공사의 자체적 판단에 따라 주문 수량이 늘어난 것으로 판단된다”며 “해당 단지 시공사를 통한 추가 자료 확인이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철근은 설계에 맞춰 공장에서 가공해 현장에 들어오는 만큼 LH가 관리·감독을 제대로 해야 불필요한 증가분을 줄일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김은혜 의원은 “철근 누락 아파트에 당초 설계보다 더 많은 철근이 반입됐음에도 대체 그 많은 철근이 어디로 간 것인지 발주청인 LH는 감도 잡지 못하고 있다”며 “이렇게 허술한 감독이라면 언제 제2·제3의 순살 아파트가 나타날지 모른다. LH의 감리 감독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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