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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경쟁력 향상을 위해 반도체 업체의 근무 시간을 늘리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적은 근무 시간으로도 대호황을 누리고 있는 SK하이닉스가 반례로 제시되고 있다.
11일 발의된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안(반도체특별법)에는 연구·개발직(R&D) 종사자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 예외 조항이 포함됐다. 반도체 산업에 근로시간 규제 적용 예외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이전부터 나왔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반도체 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근로 시간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52시간에 예외 조항 도입 시도에 노동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화섬식품노조는 52시간 예외 조항에 대해 발표한 성명에서 “SK하이닉스는 현 근로시간제도 하에서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며 “반도체 산업 노동자들은 이미 현 법체계 내에서 최대한도의 노동시간 유연화를 적용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화섬식품노조가 SK하이닉스를 직접 언급한 것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근무 시간이 짧아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에 직접적인 반례가 되기 때문이다. SK그룹이 2019년부터 유연근무제와 매달 두 번째 금요일 또는 매달 지정된 금요일에 쉬는 ‘해피 프라이데이’ 제도를 도입함에 따라 SK하이닉스 역시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매출 17조5731억 원과 영업이익 7조300억 원을 기록하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을 추월했다. 여기에 HBM3E 12단 제품의 4분기 공급을 예고하는 등 반도체 불황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최고의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6월 일부 언론에서 SK그룹이 유연 근무제와 재택근무 등을 폐지 또는 축소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으나 6월30일 경영전략회의에서 기존 제도를 유지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몇 달 전에 그런 얘기가 돌았던 것은 사실이나 실제로 이뤄지진 않았다”며 “유연근무제와 해피프라이데이 등 기존 제도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반도체 부문에서 시장 기대치보다 낮은 실적을 보였으며 전영현 DS부문장이 사과문까지 발표한 삼성전자는 이미 근로자 동의와 고용노동부 인가를 가진 특별 연장 근무 인가 제도를 통해 일부 부서에 한해 주 64시간 노동을 시행 중이다.
삼성전자 초기업 노조는 7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이미 필요한 경우 특별연장 근로라는 제도를 이용해 최대 주 64시간 근무가 가능하다”며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근무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발상은 시대에 뒤떨어진 개발도상국 마인드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고 꼬집었다.
한편 11일 오전 9시 기준 5만6700원으로 시작한 삼성전자 주가는 반도체법 발의 이후에도 계속해서 떨어져 13일 오전 9시 기준 5만20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갱신했다. 반도체 기업의 근무 시간이 늘어나면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52시간 예외 조항 발의에도 시장에서는 반응이 오지 않은 것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TSMC가 52시간제 없이 운영되기 때문에 경쟁사에 밀렸다는 논리가 성립될 수도 있었으나 SK하이닉스 사례와 비교하면 이런 논리가 무색해진다”며 “인력 문제보다 기술 개발이나 전략적 의사 결정 등 근원적인 문제를 더 살펴보고 그다음에 52시간제를 이야기해야 논리가 성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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