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승룡의 와인이야기] 리아스 바이샤스의 알바리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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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승룡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1-28 00:10:28

지난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호텔에서 리아스 바이샤스의 아시아로드쇼 와인 테스팅 행사가 있었다. 리아스 바이샤스 와인너리들이 한국에 선보인 와인은 화이트 품종인 알바리뇨를 사용해서 만든 와인이 대부분이다.

알바리뇨(Albarino; Alvarinho)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청포도 품종으로 스페인 북서부의 해안지역인 갈리시아(Galicia)와 포르투갈의 미뉴(Minho) 지방이 대표 산지이다. 특히 스페인 갈리시아의 리아스 바이샤스(Rias Baixas)가 최고의 산지다.

리아스 바이샤스는 영어로 번역하면 ‘Lower Ria’다. 여기서 Ria는 ‘리아스식 해안’을 의미하는데 갈리시아어 Ria에서 유래됐다. 우리나라 서해안처럼 구불구불한 해안선과 인접한 이곳에서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알바리뇨는 이 지역을 대표하는 토착 품종으로 예전에는 성직자와 귀족만 즐기던 최상위급 와인이었다.

리아스 바이샤스는 16세기부터 유럽의 다른 지역으로 와인을 수출했던 지역으로 다른 유럽 와인 생산 지역과 마찬가지로 19세기 말 필록세라(포도 전염병)로 인해 대부분의 포도나무가 죽었고 와인 산업도 쇠퇴했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정부가 이 지역에 알바리뇨 같은 지역 포도를 심는 것에 인센티브를 주기 시작하면서 다시 활기를 찾아 지금에 이르게 됐다.

현재 리아스 바이샤스에는 약 180개의 와이너리가 있고 이곳에서 생산하는 와인의 95%는 알바리뇨로 만든 화이트와인이다. 와인 라벨에 ‘Rías-Baixas Albariño’라고 쓰여 있는 경우 이 와인은 100% 알바리뇨 포도로 만든 와인이란 뜻이다.

알바리뇨라는 이름은 ‘white wine from Rhein’란 뜻으로 라인강에서 온 화이트 와인이란 뜻이다. 아마도 12세기경에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포도를 부르고뉴 지방의 클뤼니 수도원 또는 시토 수도회의 수도사들이 이 지역으로 가져온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리아스 바이샤스를 포함해 스페인에서 알바리뇨를 키우는 곳에서는 보통 다른 포도품종과 블랜딩해 와인을 만드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 말 리아스 바이샤스가 DO등급으로 지정되면서 알바리뇨를 주로 사용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알바리뇨는 스페인 국내에서나 국제적으로나 화이트 와인 포도 품종으로 명성을 얻게 되었다.

리아스 바이샤스 지역은 대서양의 영향을 받아서 해양성 기후를 보이는데 연중 습하다. 알바리뇨가 이곳에서 성공할 수 있게 된 주된 이유는 바로 두꺼운 껍질이다. 이 껍질이 습한 기후를 버틸 수 있게 해주고 습기를 좋아하는 곰팡이로부터 과즙을 지켜준다.

알바리뇨는 일찍 싹이 트고 일찍 익는 편으로 화강암 베이스 토양에서 잘 자란다. 화강암은 배수가 잘되고 열을 보존하는 특징이 있어 습하고 온기가 항상 부족한 해양성 기후에 적합하다.

▲ 리아스 바이샤스는 화강암 기둥으로 세운 페르골라 방식으로 포도를 키운다. 포도는 축축한 바닥에서 멀어져 곰팡이 질병을 예방할 수 있고 햇빛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출처: 리아스 바이샤스 협회)

리아스 바이샤스는 화강암 기둥으로 세운 페르골라(Pergola)방식으로 포도를 키운다. 이 방식을 쓰면 포도는 축축한 바닥에서 멀어져 곰팡이 질병을 예방할 수 있고 햇빛도 더 많이 받는다. 그러나 최근 일부에서는 제네바 더블 커튼(Geneva Double Curtain)방식을 도입해 예전보다 생산량을 더 줄이고 품질을 향상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알바리뇨는 비오니에와 게브르츠트라미너를 섞은 듯한 꽃향기를 느낄 수 있다. 와인은 레몬 라임 감굴류와 특히 살구와 흰 복숭아 향을 지니고 있고 비오니에 와인 보다는 가볍고 산미가 더 느껴진다. 전반적으로 와인은 풍부한 향기 높은 산도 가벼운 바디·오크·효모·자스민·드라이하고 생기 있는 과일 향과 미네랄 여운이 있다.

와인 맛은 짭조름한 맛이 먼저 느껴지고 강력한 산미 감이 혀를 강타한다. 그래서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낯선 느낌을 준다. 레몬 서양배 등의 과실 향과 고급스러운 비오니에(Viognier)·마르산(Marsanne)·루싼(Rousanne) 향도 있다.

질감도 아주 가볍고 당도는 없는 편이다. 재밌는 것은 짠맛과 신맛이 시간이 지날수록 온도가 높아질수록 더 강하게 느껴진다. 해안의 염분이 바람에 밀려와 포도 껍질에 달라붙기 때문에 바다와 인접한 곳에서 자란 포도는 짠맛이 있다. 고산지대에서 만든 와인은 산미감이 매우 좋다. 알바리뇨 와인은 알콜도수가 11.5~13℃정도로 약간 낮은 편이다.

갈리시아 지역은 대대로 해산물이 유명한 곳으로 알바리뇨는 해산물과 궁합이 뛰어난 화이트와인이다. 대체로 오크통 숙성을 하지 않아 과일 본연의 맛이 나는 가벼운 와인이지만 비릿한 맛이 강한 해산물과 함께해도 요리의 맛을 방해하지 않아서 좋다.

이곳 요리에 알바리뇨는 중요한 양념으로도 쓰인다. 바탈리가 공개한 조개찜 레시피를 보면 통상 조개 1kg을 찔 때 생마늘 1통,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 2큰술, 그리고 알바리뇨 반 병이 필요하다고 한다.

리아스 바이샤스 와인은 해산물과 함께 마셔도 좋지만, 칵테일의 재료로도 사용한다. 리아스 바이샤스 와인으로 만들어진 칵테일 중 하나는 알바리뇨 마티니가 있다. 이 칵테일은 알바리뇨 와인과 진을 섞은 후 올리브나 레몬 등의 장식으로 마무리한다. 이 칵테일은 리아스 바이샤스 와인의 상쾌한 맛과 진의 강한 맛이 어우러져 맛있는 칵테일로 자리 잡았다.

최근 리아스 바이샤스에서는 효모 찌꺼기 숙성과 오크통 숙성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로우레이로(Loureiro)·트레이사두라(Treixadura)를 소량 블랜딩하기도 한다. 알바린(Albarin)이라는 스페인 북서지방의 청포도 품종도 동일하게 소비되고 있으나 별개의 품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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