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2.6º
미세먼지 좋음
강릉 15.2º
미세먼지 보통
미국 차기 정부 출범과 함께 백악관 기자회견실(프레스룸)에도 큰 변화가 기대된다. 27일(현지시간)자 현지 정치매체 더힐 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기자석을 독립언론·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등 뉴미디어에 개방하는 방안 등 백악관 프레스룸 구조조정에 대해 아버지와 이야기 나눈 사실을 최근 자신의 팟캐스트(Triggered with D.Trump Jr.)에서 밝혔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팟캐스트 동료 진행자 마이클 놀스가 “카롤라인 레빗(백악관 차기대변인)이 프레스룸 배치도를 살펴볼 텐데 배치를 재편하고 몇몇 사람들 자리를 없앨 때도 된 것 아닌가?” 하자 D.T.주니어는 에피소드를 하나 공개했다. 지난주 스페이스X 발사 참관 후 귀가길 비행기 안에서 아버지에게 독립언론의 프레스룸 진입을 제안했을 때 “아주 좋은 생각”이라고 반응했다는 것이다. 이어 “그래서 이미 진행 중일지 모른다”며 “더 많은 독자·팔로워를 거느린 사람들에게 개방해선 안 될 이유가 있겠냐”고 덧붙였다.
백악관 프레스룸 총 49개 기자석 맨 앞줄엔 NBC뉴스·폭스뉴스·CBS뉴스·AP통신·ABC뉴스·로이터통신·CNN방송이 있다. 백악관 출입기자단(WHCA)에서 2021년 12월 승인한 게 현재의 배치다. WHCA 홈페이지엔 백악관 출입기간·이념성향·지리적 대표성·파급력 등을 고려한 결과로 설명돼 있으나 폭스뉴스 외엔 모두 트럼프에 비우호적이거나 적대적인 보도를 해 온 주류 언론, 이른바 레가시 미디어다. 기자석 배정은 백악관 출입 매체들에게 민감한 문제라서 R.레이건정부 이래 아예 출입기자단에 맡겨졌다. 편파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2020년 대선 코앞인 11월 말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WHCA와 협의 없이 자신에게 우호적인 비주류 매체들을 프레스룸에 초청해 논란을 불렀다. 또 한 참모가 케이틀런 콜린스 CNN 기자에게 자리를 뒷줄로 바꿔 달라 요청하자 불쾌한 질문을 한 기자를 징벌하려는 것이라며 기자단 차원의 반발이 일었다. 대변인이나 트럼프와 기자가 서로 언성을 높이거나 삿대질 하는 험악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순조로운 트럼프 2기를 위해 이런 상황을 방치할 리 없다. 내년 1월20일 이후 백악관 프레스룸에서 유명 팟캐스터·인플루언서 등을 보게 될 가능성이 커진 이유다.
2015년 대선 출마 선언 이래 트럼프는 대다수 주류 언론과 심각하게 불화했다. 결국 트위터(현 엑스)를 많이 이용하게 됐고, 그마저 2021년 1월6일 사태로 퇴출 당해 별도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창립해야 했다. 2022년 4월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440억 달러(약 61.3조 원)에 사들여 엑스(X)로 거듭나게 한 것 역시 기존 언론 지형에 대한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이번 대선에서 X가 보수 진영 플랫폼 역할을 하는 동안 트럼프 본인이 팟캐스트·SNS 등 뉴미디어와 접점을 늘렸다.
트럼프 2기를 앞두고 방송 정책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지상파 소유 제한 규제가 완화될 전망이다. 방송시장 규제 완화는 트럼프의 지론이다. 이러한 흐름에 국내 방송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28일 나온 미디어연구소 K엔터테크허브의 보고서 ‘트럼프 2기 미디어·통신·엔터테크 정책 변화’에 따르면 미 연방방송통신위원회(FCC)는 차기 브렌던 카 위원장 체제에서 지상파 소유 제한을 폐지 내지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전국 규모의 대형 미디어나 빅테크를 경계해 왔지만 지역미디어에 대해선 규제 완화를 주장해 왔다. 동부·서부의 대서양·태평양 연안 대도시 고학력 사무직 종사자들이 민주당 지지 경향인 반면, 트럼트 지지층엔 내륙 소도시나 농업·공업지 거주자들이 많다. 생업에 바쁜 이들은 여론조사에도 잘 안 잡히며 지역미디어 의존도가 높다.
트럼프 첫 임기 동안 미디어 소유권 관련 규정 중 일부 철회에 성공한 바 있다. 2017년 FCC가 동일 시장에서 TV·신문을 함께 소유할 수 없게 한 규정, TV 및 라디오 방송국 소유에 대한 규제를 없앤 것이다. 단일 시장 내 상위 4개 방송국 중 2개 소유 금지 규정도 없어졌다. 그러나 한 방송회사의 전국 가구 점유율이 39%를 넘어설 수 없게 한 규정은 그대로 유지됐다. 미국에선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막을 독점 방지엔 늘 초당적인 합의가 이뤄진다.
규제 완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고사 직전의 지역 방송사들은 트럼프 2기로 열릴 미래를 낙관적으로 본다. 넷플릭스에 대응할 힘을 기르는 게 이들의 목표이기도 하다. 반면 인터넷 및 케이블TV 사업자 단체인 인터넷 및 텔레비전 협회는 재(再)전송료 협상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일 것을 걱정하며 소유권 규정이 강화되길 바란다.
한편 트럼프 2기를 맞아 레거시 미디어와의 전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트럼프은 선거 기간 디즈니 ABC와 파라마운드 글로벌 CBS에 대해 “가짜뉴스” “실패한 뉴스”라고 비판하며 방송사 면허 취소까지 촉구했다. 심지어 CNN과 MSNBC를 “적진”(enemy camp)으로 불렀고 관련 앵커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적도 있다. 다만 K엔터테크허브는 “미 행정부가 TV 방송면허 취소 등의 강력한 규제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방송면허 취소는 1971년 인종차별 옹호를 이유로 미시시피주 잭슨 WLBT가 마지막 사례였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1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연재기획 ‘반대세의 비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