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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화장품이 미국과 일본에서 샤넬·랑콤과 같은 고급 브랜드가 즐비한 프랑스산을 앞서 수입 1위로 올라섰다. 한국 화장품은 미국서 기초화장품·일본에서 색조화장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 조사 결과 2024년 화장품 수출액은 102억 달러(약 15조 원)로 사상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넘겼다.
화장품 수출은 2014년 이후 지속적인 성장해오다가 2021년 92억 달러로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가 2022년(80억 달러)과 2023년(85억 달러)에 잠시 주춤했다. 2024년 화장품 수출은 전년 대비 20.6% 증가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미국국제무역위원회 수입 통계에 따르면 작년(1∼10월) 미국의 한국 화장품 수입액은 14억517만 달러(2조633억 원)로 그간 1위 자리를 고수하던 프랑스(10억3215만 달러)를 제쳤다. 국가별 점유율은 우리나라가 22.2%로 프랑스(16.3%)를 5.9%p 차이로 따돌렸다.
우리나라 화장품은 일본에서도 2022년에 이어 3년째 수입국 1위를 지키고 있다.
일본 수입화장품협회가 작년 3분기까지 국가별 수입 실적을 집계한 결과 한국이 941억9000만 엔(8787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프랑스가 822억8000만 엔으로 뒤를 쫒았다. 점유율은 우리나라 28.8%·프랑스 25.1%였다.
우리나라 화장품은 미국에선 기초화장품·일본에선 색조화장품의 인기가 높다.
관세청 무역통계의 2020년부터 작년 11월까지 화장품 세부 항목별 수출액을 살펴보면 5년간 미국에서는 기초화장품·일본에서는 색조화장품이 각각 수출액 증가율이 높았다.
기초화장품의 대미(對美) 수출액은 2020년 2억3185만8000달러에서 2024년 8억1508만1000 달러로 3.5배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색조화장품 수출액은 1억2396만1000달러에서 2억6778만8000달러로 2.2배로 늘었다.
대일(對日) 색조화장품 수출액은 2020년 1억9687만7000달러에서 2024년 3억1662만3000달러로 1.6배로 늘었다. 기초화장품 수출액은 2억170만6000달러에서 2억5835만2000달러로 1.3배 증가했다.
미국의 경우 기존엔 올인원(다양한 기능을 하나로 합친 제품군) 제품을 주로 사용했지만 최근 안티에이징(노화 방지) 등 기능성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산 피부관리 제품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에선 K-팝 아이돌의 인기에 힘입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중심으로 색조 화장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원영 메이크업’과 같이 한국 여자 아이돌의 메이크업을 동경하고 따라 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또 미국에서는 성분과 효능을 중시하는 소비자 트렌드와 맞물려 핵심 성분을 강조한 기초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면 일본에서는 트렌디한 제형과 아기자기한 패키지 형태의 한국 색조 제품들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다인종 국가인 미국에선 다양한 호수의 색상을 개발해야 하는 색조 제품보다 기초 제품의 침투율이 더 빠른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 화장품 기업은 성장세가 폭발적이고 시장 규모가 큰 미국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작년 5월 발간한 ‘글로벌 보건산업 시장 규모’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화장산업 규모는 미국 시장이 964억 달러로 가장 크다. 중국이 711억 달러로 2위· 일본은 269억 달러로 3위였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으로 눈을 돌린 아모레퍼시픽의 북미 지역 매출액은 2020년 766억 원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해 작년엔 3분기까지 3562억 원으로 증가했다. 작년 5월부터는 코스알엑스 실적이 포함된 점을 감안해도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LG생활건강도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전략 브랜드와 제품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북미 전용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정애 LG생활건강 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미주 시장의 제품 보강과 마케팅 투자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조선미녀·티르티르·달바 등 인디브랜드들도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을 통해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 ‘입소문’을 내는 방식으로 시장을 공략 중이다.
다만 미국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출범해 규제를 강화할 경우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의 성장세가 꺾일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전 세계를 상대로 수입품에 10∼20%에 달하는 ‘보편 관세’를 물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현재 미국으로 수출되는 우리나라 화장품은 무관세인데 10% 이상 관세를 매기면 미국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화장품 제조업자 개발 생산(ODM)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시설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국콜마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 1공장을 보유하고 있고 올 상반기에 2공장도 완공할 계획이다.
한국콜마는 “2공장이 완공되면 북미법인 생산시설의 가동률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예정”이라며 “미국 시장 진출을 원하는 한국 인디 브랜드들을 대상으로 시장 접근성과 물류 효율성을 강조한 ODM 영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전했다.
코스맥스도 미국 동부 뉴저지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작년 3분기부터 미국 서부 영업사무소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현지 인디브랜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화장품 제품력이 입증된 만큼 관세 인상과 같은 보호무역 기조 강화에도 큰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우선 화장품은 가격대가 높은 자동차나 반도체 같은 품목과 달리 소비재이만큼 애당초 가격대 자체가 높지 않아 관세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화장품이 시장 진출 초반에는 가성비로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에는 성분 중심의 품질력을 통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관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에 무게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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