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혁신기업만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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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1-07 00:02:30

주식시장이 겨울 날씨만큼 춥다. 작년 가을까지만 해도 오랜 고질병이던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가 해소되나 기대했는데 갑자기 닥친 트럼프 리스크·비상계엄 사태 등의 여파로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외국인은 한국을 떠났고 개미들은 미국으로 방향을 틀었다.

다른 나라도 부진했다면 그나마 나았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지난해 주요 32개 국가·지역 내 43개 지수 중 코스닥이 등락률 -21.74%로 가장 낮았다.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의 RTSI(모스크바 증권거래소 종합주가) 지수(-17.56%)보다 저조했다. 우리나라 대표 주가 지수인 코스피가 –9.63%로 그다음이었다.

미국이야 그렇다 치지만 우리와 1인당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비슷한 일본(닛케이225 +19.22%)과 대만(자취안 +29.33%)보다 부진했다는 것은 한번 곱씹어 봐야 할 부분이다.

올해는 어떨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집권하고 탄핵 정국이 끝나면 주식시장이 회복될 수 있을까. 더 나아가 야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이사 충실의무 조항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증시 밸류업이 가능할까. 도움은 될 것이다. 다만 미국으로 떠난 서학개미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반신반의하는 외국인도 변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투자자 마음을 사로잡는 시장이 되기 위해서는 미래 경쟁력을 갖춘 혁신기업이 늘어나야 한다. 백화점(주식시장)에 명품 같은 좋은 물건(기업)을 진열하면 사람이 몰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미국 주식시장에 전 세계 투자자들이 향하고 있는 것도 매그니피센트(M7) 등 인공지능(AI) 기술을 갖춘 기업들이 많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재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TSMC가 속한 대만도 마찬가지다.

우리 증시는 혁신과 거리가 멀다. 20년 넘게 삼성전자가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비중도 20%에 육박한다. 2004년 시총 상위 10위에 들었던 현대차·KB금융·POSCO홀딩스 역시 여전히 시총 상위권이다. 같은 기간 1위부터 10위까지 시시각각 변하며 투자금을 끌어들이는 미국과 대조적이다. 미국은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빼면 1∼10위의 기업이 모두 바뀌었다.

더 큰 문제는 AI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없다는 점이다. 대기업이 제조업에 주력하는 상황에서 AI 혁신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라는 흐름에 동참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

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미국이 90년대 전통 제조업에서 벗어나 인터넷 혁명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중심으로 경제 붐을 일으킨 것처럼 우리도 기술 중심으로 산업 패러다임을 새로 구축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저출생·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게 기정사실이다. 따라서 노동·자본이 아닌 미래혁신기술을 중심으로 총요소생산성을 높여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한다.

주식시장이 발판이 될 수 있다. 기술력을 갖춘 혁신기업이 성장 단계에서 모험자본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기업공개(IPO)의 활로를 넓혀야 한다. 기업들이 AI와 같은 혁신 기술을 강화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감세 등의 정부 정책도 간과돼선 안 된다. 격변기를 맞았다. 배당 등 주주환원에 매몰되기보다는 혁신기업 등장을 유도해 질적 성장을 이루는 밸류업이 절실하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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