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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는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잇는 지중해 국가로 매년 30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는 곳이다. 지난 수 세기 문명의 지층이 차곡차곡 쌓인 이곳에는 아름다운 자연경관 풍부한 미식 콘텐츠가 더해져 방문자에게 감동적인 여행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튀르키예 동부에 자리한 에르주룸은 ECO(Economic Cooperation Organization·경제협력기구)의 관광 수도이자 ‘유럽 최초의 동계 스포츠 수도’라는 영예로운 타이틀로 겨울 여행객을 맞이하고 있다.
튀르키예에서 가장 눈이 많이 내리는 도시
에르주름은 고지 지중해성 기후(Dsb)라고 해서 여름에는 건조하고 따뜻해서 봄을 연상시키지만 겨울에는 혹독하게 추운 데다 눈이 많이 내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에르주룸 남부에 있는 팔란도켄 스키 리조트(Palandöken Ski Resort)에서는 6일부터 12일까지 동계 스포츠 대회가 개최됐다. 이번 대회에서는 스키와 스노보드를 포함한 11개 종목에 35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해 열띤 경합을 벌였다.
팔란도켄 산맥의 해발 2400m 지점에 자리한 이 리조트는 설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이에 유럽의 스키어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키장으로 자리 잡았다. 10월과 11월에 눈이 내리기 시작해 12월과 1월이면 눈의 나라로 완전히 변신한다.
팔란도켄 산맥 최고봉인 3271m의 이즈더힐(Ejder Hill)은 산정에 늘 구름이 덮여 있어 용(Ejder)의 보금자리로 불린다.
에르주룸에는 세계 대학 동계 올림픽을 위해 건설된 시설이 다수 자리 잡고 있으며 적으로부터 도시를 방어하기 위한 키레미트릭 요새가 있다. 봄이 오면 흰 눈이 녹은 자리에서 수많은 야생화가 피어나 또 다른 감흥을 선사한다.
산사태로 해발 1000m에 생긴 호수
에르주름의 손꼽히는 자연 명소로 해발 1000m에 자리한 토르툼 호수가 있다. 둘레 8km에 지름 1km의 이 호수는 토르툼 계곡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사태 때 형성되었다. 길이 막힌 물은 새로운 출구를 찾아야 했는데 이때 생긴 게 높이 48m의 토르툼 폭포다.
투르키예에서 가장 높은 폭포로 손꼽히는 토르툼 폭포지만 호수 수위가 올라가는 5월과 6월의 매우 짧은 기간에만 이 폭포를 볼 수 있다는 점은 아쉽다.
그밖에 에르주름에는 △나르만의 요정 굴뚝 △이스피르의 일곱 호수 등의 자연 경관이 있다.
아나톨리아에서 가장 큰 마드라사인 ‘더블 미나렛 마드라사’는 에르주룸과 동의어라고 할 만큼 상징적인 셀주크 건축물이다. 정확한 건축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1277년 셀주크의 권력이 끝나기 전에 완공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는 신학교 용도로 설계되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총기 주조소(17세기)와 무기고(19세기)로 사용되었으며 현재 박물관으로 운영 중이다. 더블 미나렛 마드라사 남쪽에는 10면의 영묘가 건물에 붙어 있다.
에르주름을 대표하는 차그 케밥
에르주룸은 미식 여행자들에게 천국과 같은 곳이다. 터키는 케밥으로 유명한 나라고 지역마다 고유한 케밥이 있다.
차그 케밥(cağ kebabı)은 에르주룸을 대표하는 요리로 미리 양념한 양고기를 꼬치에 꽂은 후 장작불 위에 수평으로 눕혀서 굽는다. 차그라는 이름의 꼬치를 사용했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차그케밥은 양파·바질·소금·후추 등의 향신료로 반죽한 고기를 서늘한 곳에서 24시간 재워두는 게 포인트다. 고기는 한 뼘 높이의 뜨거운 장작불 위에서 조리되는데 칼로 조금씩 잘라 그릴에서 조금 더 구워 먹는다. 차그 케밥은 보통 빵 또는 라바시(무교병)와 함께 제공된다. 차그케밥은 2010년 터키특허청에 에르주룸 특산물로 등록되었다.
튀르키예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튀르키예식 아침 식사다. 전통으로까지 정착된 이 식사 문화로 그야말로 ‘아침부터 만찬’이다.
튀르키예식 스크램블드 애그인 메네멘(menemen)은 아침을 여는 메뉴로 손꼽힌다. 달걀과 토마토를 주재료로 후추·치즈·올리브·오레가노·채소 등을 첨가한 후 따뜻한 빵과 시미트·차를 곁들여 먹는다. 레스토랑에서 메네멘은 반드시 주문 후 조리가 시작되며 불에 올렸던 무쇠 팬 그대로 식탁에 세팅된다.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데우는 튀르키예 커피
튀르키예에서 커피는 커피 그 이상이다. 독특한 맛과 전통적인 추출 방식으로 튀르키예에서 꼭 경험해야 할 음식이자 우정과 환대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튀르키예에는 “함께 마신 커피 한 잔이 40년의 인연을 만든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커피를 관계와 대화의 매개체로 여겨 왔다. 이에 유네스코는 2013년 튀르키예 커피를 무형문화유산에 등재시켰다.
커피는 오스만 제국 시절, 예멘을 거쳐 이스탄불의 술탄 술레이만 궁전에 처음 소개되었다고 한다. 궁전 셰프들은 새로운 방식의 커피 추출법을 개발했는데 이를 튀르키예 커피라고 불렀다. 왕족과 귀족 사이에 인기를 끌던 튀르키예 커피는 곧 이스탄불 전체로 퍼져 나갔다. 16세기에는 커피하우스가 생겼으며 이를 계기로 국경을 넘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튀르키예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콩을 아주 미세하게 갈아야 한다. 그 후 제즈베(Cezve)라고 하는 긴 손잡이와 주둥이가 있는 커피포트에서 커피를 끓여내 작은 컵에 담아 제공한다. 취향에 따라 설탕을 더하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튀르키예 커피에는 물 한 잔과 ‘로쿰’이라고도 하는 터키쉬 딜라이트가 함께 제공된다. 로쿰은 설탕에 전분과 견과류를 더해 만든 작은 과자로 우리나라의 젤리나 떡을 연상시킨다. 한편 물은 커피의 진한 맛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 입안을 헹구는 데 사용된다.
튀르키예 커피는 문화적으로도 깊은 상징성을 지녔다. 아침 식사를 뜻하는 카흐바티(Kahvaltı)라는 단어도 ‘커피 전의 식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튀르키예에서는 커피를 마시는 이유가 진진하다. 식사 후에는 소화를 돕기 위해, 친구를 만나면 원활한 대화를 위해, 추운 날에는 몸을 데우기 위해 마신다.
손님이 와도 커피 대접은 필수다. 커피를 다 마신 뒤에는 커피점(Fal)을 보는 순서가 이어진다. 커피점은 커피잔에 남은 찌꺼기의 모양을 통해 운세를 점치는 것으로 만남의 재미를 더해줄 뿐 아니라 소소한 이야깃거리도 제공한다.
이외에도 튀르키예 커피는 지역에 따라 커피를 끓이는 방식에 따라 매우 다양한 형태로 구현된다. 모래·숯불·재 위에서 커피를 끓여내기도 하며 커피콩 대신 카페인이 없고 과일 향이 나는 메넹기치 열매를 이용하기도 한다.
한편 겨울 스포츠의 짜릿함과 문화적 깊이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에르주룸은 유럽·아시아를 통틀어 최고의 겨울 여행지로 자리 잡아가는 중이다.
1월 동계 대회 외에도 3월1일부터 3일까지 월드 스노보드컵(Snowboard Cross World Cup, SBX)이 개최돼 아드레날린 넘치는 레이스로 관객의 심장을 뛰게 할 예정이다.
이번 대회에는 스노보드 외에도 △튀르키예 유일의 인공 얼음 공원에서 열리는 아이스 클라이밍 챔피언십 △스노우 배구 월드투어 △산악자전거로 눈 덮인 슬로프를 질주하는 스노우 다운힐 레이스가 준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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