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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저성과 기업 퇴출을 위해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코스피 기준 시가총액 500억 원·매출액 300억 원을 밑돌 경우 시장에서 퇴출할 계획이다. 상장페지 사유 발생 시 개선 기간도 4년에서 2년으로 축소한다. 공모가 왜곡·상장 후 주가 하락 등으로 얼룩진 기업공개(IPO) 제도에도 손을 댄다.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 확약을 40%로 확대할 방침이다.
21일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거래소·금융투자협회·자본시장연구원과 공동 세미나를 열고 정부와 유관기관이 공동으로 마련한 ‘IPO 및 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해서는 주식시장 진입·퇴출 측면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그간 우리 주식시장은 양적으로 확대됐지만 질적인 측면에서 발전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완화적 상장폐지 요건과 절차에 따라 지성과 기업 퇴출이 지연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최근 5년간 우리나라의 상장사 증가율은 17.7%로 미국(3.5%)·일본(6.8%)·대만(8.7%)을 크게 웃돌았다. 저성과 기업의 퇴출 지연은 자본배분의 비효율성·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도 저하 문제를 일으켜 주가지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게 중론이다. 이를 반영해 당국은 증시 전반의 밸류업에 기여하기 위해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하고 절차를 효율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우선 상장폐지 요건인 시총·매출액 기준을 높였다. 현재 50억 원인 코스피 상장폐지 시총 기준을 2026년 200억 원·2027년 300억 원·2028년 500억 원으로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조정한다. 매출액은 시총 대비 실제 조정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현재 50억 원을 2026년에도 50억 원으로 유지하고 2027년 100억 원·2028년 200억 원 규모를 각각 늘린다.
코스닥 시총·매출액 기준(현재 40억 원·30억 원)도 2028년까지 300억 원·75억 원으로 늘린다. 매출액 요건을 강화하는 대신 성장 잠재력은 높으나 매출이 낮은 기업을 고려해 최소 시총 요건(코스피 1000억 원·코스닥 600억 원)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매출액 요건을 면제할 방침이다.
금융위가 시뮬레이션한 결과 최종 상향조정 완료 시 코스피는 62개사(전체 비중 8%)·코스닥은 137개사(7%)가 요건 미달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상범 금융위 자본시장과 과장은 전날 백브리핑에서 이에 대해 “작년 수치를 기반으로 여러 가정을 도입해 계산한 수치인 만큼 기업의 밸류업 노력·시장여건 변화 등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감사의견 미달요건 기준도 강화한다. 현행 제도상 감사의견 미달 시 다다음 사업연도 감사의견이 나올 때까지 2년간의 개선 기간을 부여하는 데 이렇다 보니 심사는 줄곧 장기화하곤 했다. 앞으로는 2회 연속 감사의견 미달 시 즉시 상장폐지 할 방침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회생·워크아웃 기업에는 제한적으로 추가 개선 기간이 허용된다. 또 코스닥에만 도입했던 분할재상장(인적분할 후 신설법인 상장) 시 존속법인에 대한 상장폐지 심사 제도도 코스피에 도입한다.
상장폐지 절차도 효율화한다. 실질 심사 기준 ‘2심 + 개선기간 4년’으로 운영 중인 코스피 절차는 ‘2심 + 개선기간 2년’으로 줄고 코스닥은 ‘3심 + 개선기간 2년’에서 ‘2심 + 개선기간 1.5년’으로 축소된다. 속개 제도에 따른 비효율성을 제거하기 위해 1심 심의결과가 명확하면 2심에서 추가 개선기간을 부여하지 않도록 한다.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와 실질심사 사유가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 하나라도 먼저 상장폐지 결정이 나오면 최종 상장폐지하는 식으로 개선된다.
투자자 보호도 보완한다. 상장폐지 심사 중 투자자들이 알 수 있도록 기업이 거래소에 제출하는 ‘개선계획’ 등 주요 내용을 공시한다. 상장폐지를 하고 나서는 금융투자협회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인 K-OTC에 상장폐지 기업부(가칭)를 신설해 6개월간 거래를 지원할 방침이다.
코너스톤투자자 도입 추진
단기차익 목적 투자가 주를 이루는 IPO 제도도 개선한다. ‘기업가치 기반 투자’ 중심으로 합리화하는 게 핵심이다. 그간 IPO 시장은 기관들이 배정받은 공모주를 상장 직후 매도해 차익을 실현하고 수요예측 과열로 적정 공모가 산정이 저해되는 문제로 겪었다. 금융위에 따르면 작년 IPO 77개 종목 가운데 74개(비중 96%)에서 상장 당일 기관들이 순매도 물량을 쏟아냈다.
이를 반영해 의무보유 확약 우선배정제도를 새로 도입해 기관 배정물량 중 40% 이상을 확약 기관들에 우선 배정하기로 했다. 확약 물량이 40%에 미달하면 주관사가 공모물량의 1%를 취득(상한액 30억 원)해 6개월간 보유하도록 할 방침이다. 의무보유 확약 최대 가점기간도 6개월로 확대한다. 기간별 가점은 6개월 7점·3개월 5점·1개월 3점·15일 2점 순으로 책정한다.
정책펀드의 의무보유 확약도 확대한다. 하이일드펀드·코스닥벤처펀드에 대해 공모물량의 5~25% 별도배정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최소 의무보유 확약(15일 이상)으르 한 물량에 대해서만 별도배정 혜택을 부여한다. 의무보유 확약 위반 및 미청약·미납입 등에 대한 제재도 수요예측 참여제한 위주로 제재를 운영하고 감경기준도 명확히 계량화해 적용할 방침이다.
수요예측 참여자격도 강화한다. 기업가치 평가 역량이 부족한 소규모 기관들의 참여를 제한하기 위해 사모운용사·투자일임회사의 자격을 강화하는 것아 핵심이다. 기존 고유재산 참여 시에만 존재하던 등록기간 및 총위탁재산 규모 관련 자격요건을 운용재산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계획이다. 해당 요건은 ‘등록 후 2년 + 총위탁재산 50억 원’ 또는 ‘총위탁재산 300억 원’이다.
수요예측 초일 가점도 개편한다. 1일차 3점·2일차 2점·3~5일차 1점을 부여하고 있는데 이를 1~3일차 1.5점·4~5일차 1점으로 바꾼다. 초일 가점이 높아 쏠림이 야기됐다는 점에서다.
끝으로 주관사가 IPO 흥행에만 힘쓰지 않고 공모가를 합리적으로 산정하고 중장기 투자자를 확보할 수 있게끔 유도하기 위해 코너스톤투자자·사전수요예측제도 도입 등 역할·책임을 강화한다. 코너스톤투자자 제도는 일정 기간 보호예수를 조건으로 증권신고서 제출 전 기관에 대한 사전 배정을 허용하므로 중장기 투자자 확대에 긍정적이고 사전수요예측은 공모가 밴드 설정 단계부터 시장 평가를 고려할 수 있어 합리적 공모가 산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평가다.
금융당국은 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에 대해 1분기 거래소세칙 개정·2분기 거래소규정 개정 등의 조치를 신속히 완료할 계획이다. 감사의견 미달 요건 강화 등 비재무적 요건 강화는 7월부터 시행하고 시총·매출액 등 재무요건 강화는 내년 1월 시행한다. IPO 제도개선 방안은 바로 시행할 수 있는 내용은 4월부터 개시하고 준비기간이 필요한 내용은 7월 추진한다. 법률 개정 사항인 코너스톤투자자·사전수요예측제도 도입은 2분기 중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추진할 계획이다.
고상범 금융위 과장은 “코너스톤을 할 수 있는 기관투자자의 범위는 조금 더 검토가 필요하다”며 “기본적으로 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있는 기관투자자 범위를 생각하고 있는데 당국이 정할 수 있는 건 모수이고 그 안에서 주관사의 재량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코너스톤투자자의) 비중 보유기간 등도 일일이 정하기 어렵고 물량이 한꺼번에 쏠리는 것만 방지하기 위해 비중을 차등하는 등 원칙적인 지시만 하려는 것이 현재까지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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