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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에서 8일(현지시간) 중국이 추진 중인 주(駐)영국 대사관 신축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옛 조폐국 부지 로열 민트 코트 앞에 수백 명이 모여 이곳에 중국대사관을 건립하려는 계획에 반대를 외쳤다. 시위대 손팻말엔 "중국 공산당이 당신을 지켜본다", "영국 내 중국의 비밀 치안행위를 저지하라", "앤절라 레이너(부총리)는 슈퍼 대사관을 불허하라" 등 구호가 눈에 띄었다.
중국은 앞서 좌절됐던 주영대사관 이전·신축 계획을 재추진 중이다. 2018년 런던탑 인근 2만㎡(6050평)의 '로열 민트 코트'를 2억5500만 파운드(약 4600억 원)에 매입해 주미 대사관의 두 배이자 유럽 최대 규모가 될 공관 건축 계획을 내놓자 현지 주민과 인권운동가 등이 안보와 영국 내 반중인사들의 안위, 시위 빈발 가능성, 부지의 역사적 의미 등을 들어 반대했으며 2022년 관할 자치단체인 타워 햄리츠 구의회가 계획을 불허했다.
영국 노동당정부 출범 직후인 작년 8월 중국이 재차 대사관 건립을 위한 신청서를 구의회에 제출하자 주택지역사회 장관을 겸임한 레이너 부총리가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지난달 중순 구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부총리가 개발안 관련해 모든 측면을 고려하기 위한 현지 조사를 결정했다고 밝히자 중국 측 기대감이 높아졌다. 같은 달 중국 대사관 성명에서 "호스트 국가(영국)는 공관 부지 건설을 지원하고 촉진할 국제적 의무가 있다. 중국과 영국 모두 상대국 수도에 새 대사관을 지어야 하며 상호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임 보수당 정부 시절 인권 및 홍콩 문제, 간첩 의혹 등으로 중국과 관계가 불편했으나 작년 7월 들어선 키어 스타머의 노동당 정부는 '실용성' 명분 아래 대중관계를 개선할 조짐이다. 경제침체를 돌파할 대안이 달리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수당의 톰 투건하트 전 내무부 안보담당 부장관은 이날 시위 현장에서 만난 취재진에 중국대사관 신축 문제를 "우리 자유의 미래에 관한 문제"로 짚으며 "영국에 있는 사람들이 종종 중국 요원들에게 위협받고 있다"는 현실을 일깨웠다.
이 문제가 중국 베이징의 영국대사관 재건축과도 얽혀 있다. 베이징의 영국대사관 건물의 경우 대대적인 재건축이 필요할 만큼 심각한 노후화로, 지난 1년간 대사관 관련 모든 회의에서 이 사안이 제기됐을 정도라고 전해진다. 영국 외무부는 이를 철거한 후 다시 짓기로 하고 작년 8월 조달 공고를 낸 상태다. 약 1억 파운드(약 1800억 원) 규모의 이 계획을 추진하려면 베이징 당국의 허가가 필요한데, 그해 11월 소식통을 인용한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영국대사관의 재건축 요청을 최소 1년간 중국 당국이 거부해 왔다. 양측 대사관 신축 문제가 영·중 관계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모양새다.
최근 가디언은 중국의 재신청이 노동당 정부 출범 직후였으며 레이너 부총리의 개입 발표가 지난달 데이비드 래미 외무장관의 방중 직후에 나왔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양국 관계나 상황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서방 세계의 대(對)중국 태도는 러시아에 대해 변함 없이 적대적인 것과 대조적이다. 작년 9월 영국 의회 한 연구원이 중국 측 스파이로 활동한 혐의로 체포된 사건을 계기로 중국과 갈등이 고조됐다. 영국에선 중국을 안보위협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졌으며 중국 역시 영국 해외정보국(MI6)에 의해 중국 국가기밀이 유출된 사건을 적발해 관련자를 검거했다고 발표해 맞불을 놓기도 했으나 피차 오래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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