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이용하느냐 지배 당하느냐… 美·中대결에 중재 나선 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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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파리에서 제3회 회의… '더 윤리적·민주적·지속가능한 AI'
中딥시크 충격 속 선두 주자 美 반응 주목… 합의 도출은 난망
트럼프 의지 확고… 725조 원 규모 프로젝트 '스타게이트' 발표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2-10 16:56:59

▲ 인공지능(AI)의 효과적인 사용 및 규제 방안 모색을 위한 제3회 '인공지능(AI) 행동 정상회의'가 10∼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가운데, 현지 시내 구글 전광판 앞을 지나치는 시민들 모습. AI정상회의는 급속한 AI 발전을 맞아 '인간에 의한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AI 패권 대결이 격화한 상황이라 구체적인 구속력 있는 합의를 도출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로이터

인공지능(AI)의 효과적인 사용 및 규제 방안 모색을 위한 '인공지능(AI) 행동 정상회의'(이하 AI정상회의)가 10∼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다. 2023년부터 1년에 한 번 각각 영국 런던과 대한민국 서울에서 개최된 이래 올해로 3회째다. AI정상회의는 급속한 AI 발전을 맞아 '인간에 의한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AI 패권 대결이 격화한 상황이라 구체적인 구속력 있는 합의를 도출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면한 인류 보편의 첨예한 화두이긴 하나, AI 방면에서 뒤쳐진 EU와 인도가 이런 회의 주재에 앞장선 모습 또한 주목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주최자인 이번 회의에 J.D 밴스 미 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장궈칭 중국 부총리 등이 참석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등 80개국의 기업관계자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까지 합치면 참석자가 1000명에 육박한다.

미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실세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최근 전 세계를 뒤흔든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 창업자인 량원펑도 초청 받았으나 이들의 참석 여부는 회의 개막 시점에선 알려지지 않았다. 프랑스 정부가 밝힌 회의 취지에 따르면 "AI는 인류 사회에 중대한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올 잠재력이 있다. 이런 기술 개발에 내재한 위험을 억제하며 신뢰의 틀 안에서 AI가 진보와 자유의 약속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논의의 핵심 과제"다. "보다 윤리적·민주적이고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AI" 약속이 담긴 공동 선언문에 각국의 서명을 이끌어내는 게 주최측 목표지만 성사 여부가 사실상 불투명하다.

중국의 저예산 생성형AI 딥시크로 인한 충격파 속에서 AI기술을 선도해 온 미국이 '게임의 규칙'을 정하게 될 공동선언에 동의할지 미지수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AI 패권 승리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으며, 전임 정부 때 만들어진 'AI개발업체들에 대한 안전 및 투명성 관련 의무 규정'을 폐지해 미국의 압도적 지위 유지·강화를 뒷받침할 행동계획 수립을 지시한 상태다. 중국과의 경쟁을 위해 모든 자국 내 '족쇄'를 없애고자 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또한 5000억 달러(약 725조 원) 규모의 AI프로젝트 '스타게이트' 발표 등, 트럼프는 거대 자본력을 동원한 AI리더십 공고화 태세를 천명하고 있다.

오픈AI 챗GPT의 약 5% 비용으로 그에 맞먹는 성능을 선보인 중국의 딥시크에 세계가 놀란 가운데 기존 선두주자 미국이나 이들에 뒤쳐진 나라들 모두 신경이 곤두서 있는 모습이다. 사상검열과 개인 사생활·데이터의 무단 수집에 대한 우려 때문에 미국·영국·프랑스·한국·일본 등이 딥시크 접속 차단에 나섰지만 탁월한 가성비를 과시한 딥시크의 성공모델은 무거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AI 분야에서 지구적 지배력을 키우고자 하는 중국이 올해 회의에 전자공학 전공자이자 경제학 박사인 전직 기업인 장궈칭 부총리를 시진핑 국가주석의 특별대표로 파견했다.

전문가들은 AI가 인간 통제를 벗어나기 전에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AI 위험성에 대해 꾸준히 경고해 온 맥스 테그마크 미국 미래생명연구소 소장은 범용인공지능(AGI·모든 분야에서 인간과 동등하거나 더 뛰어난 AI) 구축이 눈앞에 와 있다면서 주최국 프랑스가 행동할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간이 AGI 제어법을 알아내는 것보다 AGI 구축이 더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권력자들이 이해 못한다는 게 최대 문제"라며 "최악의 경우 미국이나 중국 기업이 통제권을 잃어 그 이후 지구가 기계에 의해 운영될 것"을 경고했다.

특히 스튜어트 러셀 US버클리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가장 두려운 것으로 "장차 AI가 공격 대상·시기 등을 결정하게 될 무기시스템"을 꼽았다. '안전하고 윤리적인 AI를 위한 국제협회'에서 활동 중인 러셀 교수는 기업만 믿지 말 것, '무장AI'의 안전장치를 마련할 책임이 전적으로 각 정부에 있다며 목소리 높여 온 인물 중 한 사람이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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