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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 집권 자유당이 마크 카니(59) 전 캐나다중...'))
9일(현지시간) 캐나다 집권 자유당이 마크 카니(59) 전 캐나다중앙은행 총재를 당대표로 선출했다. 카니는 과반 이상의 득표율로 경쟁자인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전 부총리 겸 재무장관, 카리나 굴드 전 하원 의장, 프랭크 베일리스 전 하원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캐나다 최초의 비(非)정치인 출신 총리가 탄생한 셈이다. 1965년 캐나다에서 태어나 미국·영국 유학 후 국제무대에서 이름을 떨친 경제학자 카니는 조기총선이 없다면 9월까지 총리직을 수행하게 된다.
카니 신임 대표는 금주 중 쥐스탱 트뤼도의 뒤를 이어 24번째 캐나다 총리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우리가 만든 이 위대한 나라를 이제 이웃이 차지하려 한다. 그럴 수 없다. 누가 캐나다를 위해 나설 준비가 되어 있느냐”며 목소리 높였다. 쥐스탱 트뤼도 현 총리에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인 때부터 ‘미국의 51번째 주’로 들어와 ‘주지사 하라’고 말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지난달 CNN 인터뷰에서 카니는 “자랑스러운 독립국 캐나다가 미 행정부 고위 인사들로부터 여러 차례 모욕을 당했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미국인들의 무례함이나 캐나다 엘리트들이 기분 상한 것을 따지기엔 캐나다 현실이 심각하다. 트럼프가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를 약 한 달간 상당 부분 면제하기로 결정한 직후 다시 보복성 상호관세 카드를 꺼내들어 캐나다를 압박하고 있다. 관세 압박과 ‘미국 편입 제안’ 등이 캐나다인들의 반미 감정을 부추긴다는 보고가 있지만 문제는 그리 단순치 않다. 먹고살기 힘들어진 캐나다사람들이 오히려 미국 편입을 원할 수도 있다. 심지어 작년 한 여론조사에선 트럼프 호감도가 트뤼도를 앞섰다.
관건은 카니가 전임자 트뤼도와 얼마나 적절한 차별성을 보일지다. ‘다양성’과 ‘복지’를 내세운 트뤼도가 9년간 나라를 이끌면서 캐나다는 ‘살기 좋은 이민국가’의 위상을 잃었다. 특히 물가·주택가 상승 등 대량 이민에 따른 부작용 속에 중산층 삶의 질이 현저히 저하했다. 이게 자유당과 총리 지지율 추락으로 이어져 1월 초 트뤼도가 후임이 정해지는 대로 당대표 및 총리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힌 것이다. 2015년 11월 등장할 때만 해도 젊고 신선한 이미지로 인기를 끌던 트뤼도였으나 캐나다를 망쳐놨다는 비난 속에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카니는 당장 다음달 2일로 연기된 미국의 25% 관세와 야당의 정치 공세를 감당해야 한다. 현직 의원이 아니며 대중적인 지명도도 낮았지만, 트뤼도의 정책 기조와 거리를 두면서 미 트럼프 행정부 관세위협에 대응할 만한 경제전문가임을 내세워 당대표 선거 여론조사에서 그동안 꾸준히 선두를 지켰다. 트럼프가 “캐나다 측이 목재·유제품 관세를 유지한다면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해 긴장이 계속 고조되는 중이다.
트뤼도가 5일 트럼프와 50분간 전화 통화하며 고함 욕설을 주고받았다고 전해진 가운데 캐나다 유권자들에겐 이 상황을 수습할 인물이 절실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와 트뤼도의 통화가 우호적 분위기에서 출발했으나 유제품 관세와 캐나다에서 유입되는 펜타닐(좀비 마약) 수량을 둘러싼 주장이 맞서다 험악해졌다”고 전했다. “78세 포퓰리스트 억만장자 트럼프, 전 총리 아들인 53세 트뤼도는 여러 면에서 정반대” “두 사람 성격 자체가 안 맞으며 이런 부조화는 두 나라 협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WSJ이 분석했지만, 양자 사이 최대 부조화란 사실상 극명한 이념 차이로 보는 게 타당하다.
카니는 하버드대 출신이자 옥스퍼드대 경제학 석·박사다. 공직 입문 전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근무 13년간 런던·뉴욕·도쿄 등을 돌았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8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를 맡아 주목받기 시작했다. 캐나다 경제의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당시 카니 중앙은행 총재의 성공적인 역할이 알려지자 영국 정부가 ‘삼고초려’ ‘전임자 연봉의 3배’를 제시해 그를 2013년 7월 영국 중앙은행(영란은행) 총재로 영입했다. 카니는 2020년까지 첫 외국인 출신 총재로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전후 혼란스러운 상황을 잘 넘겼다고 평가받았으며, 브룩필드 자산운용 회장·블룸버그 이사회 의장 자리는 총리 취임과 더불어 정리될 것이다.
당대표 투표에 참여한 자유당 당원들 역시 카니의 경제 분야 전문성을 높이 샀다. 캐나다 여론조사 기관 앵거스 리드에 따르면 최근 여론조사 결과 캐나다인들은 카니가 보수당 대표 피에르 폴리에브보다 관세 및 무역 문제에서 트럼프 상대에 더 능숙할 것으로 기대했다. 영국 BBC는 “트럼프에 맞서 캐나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사람이 누구인지가 선거의 핵심 질문이었다”고 짚었다. 캐나다 선거법상 정기 총선이 10월이지만 카니가 당대표 선거운동 중 조기총선 필요성을 강조했기에 캐나다는 당장 총선체제로 전환될 전망이 우세하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카니가 조기총선 승부수를 던진다면 캐나다 정계는 불투명해질 수 있다. 자유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채 연립내각인 상태라 조기총선을 통해 추진력을 확보해야 한다. 트럼프의 관세 위협 이후 자유당 지지율도 좀 올랐다. 뉴욕타임스(NYT)는 “폴리에브의 보수당이 오랫동안 자유당보다 20%p 이상의 격차로 앞서 왔지만 트뤼도 사퇴 발표 이후 격차가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유당 지지율이 1월6일 20.1%에서 이달 5일 30.8%로 반등한 상태다. 보수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동일 기간 24.1%p에서 9.5%p로 좁혀졌다. 더구나 보수당 측에선 내각불신임안 카드를 고려 중이라는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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