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극우와 절대 불상종’ 방화벽 강고… 연정에서 AfD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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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득표 CDU·CSU, 20% 제2당 빼고 SPD와 협의 중
나치 트라우마로 자국중심주의에 대한 편견 완강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3-09 16:36:26

▲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독일 총선 이후 연정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8일 베를린에서 연정을 주도할 두 대표가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를 대표해 CDU 수장 프리드리히 메르츠(왼쪽)이 사회민주당(SPD) 라르스 클링바일 대표 발언을 듣고 있다. 제2당 독일대안당을 배제한 향후 일정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23일 연방의회 총선을 치른 독일에서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과 사회민주당(SPD) 간에 차기 연립정부 구성을 둘러싼 원칙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dpa·AFP통신 등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제2당인 독일대안당(AfD)을 배제한 가운데 앞길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극우 취급을 받으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으로 트럼프주의를 국내외에 설파 중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전폭적 응원을 받으며 AfD는 20% 득표를 달성했다.

1위인 CDU·CSU 연합과의 득표율 차이가 불과 8%인 AfD를 연정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 '민심 외면'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얼마나 나올지 주목된다. 보수 CDU·CSU 연합을 대표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와 라르스 클링바일 SPD 공동대표 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독일 경제의 부흥과 재무장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계획할 정부를 구축하기로 했다며 기본적인 것들만 밝혔다. 지난달 28일 시작한 예비협상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이제 연정 구성을 위한 공식 협상에 들어가 부활절인 4월20일까지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한다.

SPD와 협상에 실패하면 녹색당 등 2개 이상 정당을 끌어모아야 한다. 'AfD 배제'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녹색당은 SPD보다 더 왼쪽에 있어 이념적 입장 차이가 너무 큰 데다, 무엇보다 CSU가 협력을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이에 현 집권당 SPD는 제3당으로 주저앉았으면서도 비교적 느긋한 분위기다. CDU·CSU 연합과 SPD가 함께한 좌우합작 연정은 1949년 서독 제헌의회 이래 네 차례 있었다. 그중 세 번이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 때다. 소련 붕괴와 냉전 종식으로 이념 대결 역시 끝났다는 시대적 공감대 덕분이었다.

자국중심주의 정당이 크게 약진한 것은 서유럽 주요국의 보편적 현상이지만 2차 세계대전 전범국가 트라우마가 강한 독일에선 '자국 우선'에 대한 편견이 유별나다. '방화벽'(극우와 불상종)이라는 은유적 표현을 통해 암묵적 연대를 지켜 왔다. 정보통신 분야나 전기차 등 신산업 전환의 시대적 흐름을 놓쳤고 러시아산 에너지에 기댄 채 탈원전 등 친환경 아젠다에 몰두해 온 독일은 우크라이나전쟁 이래 타격이 특히 심각하다. 최근 공영방송 ARD에서 한국의 대통령 탄핵 정국과 부정선거 의혹의 연관성을 자세히 다룬 다큐를 며칠 만에 삭제한 것, 반일을 고취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논란 속에 철거됐다가 다시 두 군데 등장했다는 소식 모두 기득권의 반격으로 해석될 수 있다. AfD의 존재감에 기존 정당 및 유권자들이 바짝 긴장한 모양새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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