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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이와 관련해 오늘날 전 국민의 눈과 귀는 온통 헌법재판소에 쏠려 있다. 헌재가 내리는 결정이 극단적 여론 대립을 가져온 정치적 사건을 넘어서, 법치주의의 존립이 걸려 있는 문제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대한민국의 정치 지형은 그야말로 요동치고 있다.
13일 헌재는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을 모두 기각했다. 이는 일단 그동안 법적 정당성에서 신뢰가 흔들렸던 헌법재판소가 드디어 법치주의 회복의 길에 들어선 것이라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그간 미심쩍었던 헌재에 대한 신뢰가 모두 회복된 것으로 보기엔 이르다. 아직은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지배적인 이유다.
사실 헌재는 그동안 대다수 국민에게는 다소 생소한 존재였다. 그 결정이 직접적으로 국민의 일상에 영향을 미친다고 느껴지는 일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 대한민국에서는 헌재가 그야말로 전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소추당하고 구속되었다가 석방되면서, 헌재의 결정이 이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열쇠가 되었다. 전 국민이 그 어느 때보다 헌재의 결정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헌재 앞에서는 탄핵 심판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삭발식을 거행하며 헌재에 법과 양심에 따른 결정, 즉 탄핵 소추를 ‘각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우선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탄핵 사유로 성립되지 않으며, 탄핵 심판에서도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들 속에서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이 어떤 방향으로 내려지든 사회적 혼란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탄핵이 각하 혹은 기각되든 인용되든 그에 대한 양 진영의 반발은 불가피하다. 탄핵이 인용되면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이 거세게 반발할 것이고, 기각되면 반대 진영에서 강력한 불만이 터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헌재가 국민을 설득하고 그 어떤 정치적 압력에도 당당하기 위해서는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른 철저한 법적 검토를 바탕으로 한 결정을 내놓아야 한다. 아무리 여론이 엇갈리고 그 갈등이 극단적으로 치닫는다 하더라도 헌재가 법적 원칙에 충실한 결정을 내린다면 어느 국민이든, 어느 정당이든 승복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헌재가 정치적 압력에 의해 불공정한 결정을 내린다면 이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심각한 손상을 입힐 것이다. 정치적 여론과 압력은 법적 판단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 법은 특정 세력의 도구가 될 수 없다. 법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은 매우 중요하다. 헌재 앞에서 삭발 투쟁을 벌이는 시민들도 오로지 법치주의에 입각한 판단을 내릴 것을 촉구하는 것이다.
한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도 우리 정치사에서 중요한 변곡점에 자리하고 있다. 이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달 26일로 임박한 2심에서도 동일한 형량이 유지된다면 이 대표는 국회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이는 민주당뿐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 전체에 대대적인 변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법치주의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는지를 우리 국민은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정치적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우리가 의지할 곳은 법과 원칙이 살아 있는 재판정이다. 이것은 대한민국의 법치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가늠하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재판관들이 역사 앞에 당당한 결정을 내리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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