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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국 대미 관세율과 비관세 장벽을 두루 감안해 책정하는 ‘상호관세’를 발표하기 앞서 미 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59개 교역 상대국의 무역 장벽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각국의 상호관세 적용 여부 및 세율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1일 정가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에서 국제 통상 교섭·무역 정책의 수립과 집행·불공정 무역 조사와 대응 등을 총괄하는 USTR은 미국 수출업자가 직면한 무역장벽과 이런 장벽을 줄이기 위한 USTR의 노력을 기재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 보고서)’를 이날 공개했다.
올해 NTE 보고서는 우선 한·미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함으로써 상호 교역 물품 대부분에 대한 관세가 철폐된 사실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4일 의회 연설에서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 4배 높다”고 주장 한 바 있다. 이에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발언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NTE 보고서는 한미가 서로 관세를 대부분 폐지한 상황임을 분명히 소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보고서는 월령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한국의 수입 제한 등 현존하는 조치는 물론 인터넷망 사용료와 플랫폼 기업 관련 독과점 금지 등을 둘러싼 입법 동향까지도 문제 삼았다.
특히 외국에서 1000만 달러 이상의 무기나 군수품·용역 등을 살 때 반대급부로 계약 상대방으로부터 기술이전이나 부품 제작·수출 및 군수지원 등을 받아내는 교역 방식을 의미하는 ‘절충교역’에 대해서는 처음으로 지적했다.
또 투자 제한과 관련해 전력 분야에 대한 투자 제한 조치를 언급하면서 원전에 대한 외국인 소유가 금지돼 있다고 최초로 언급했다.
우리 정부는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최근 한 달 사이에 안덕근 산업자원통상부 장관을 비롯해 통상 분야 고위 당국자들을 연이어 미국으로 보내 미 측의 ‘기울어진 운동장’ 주장에 대한 정부 입장을 피력했다.
그럼에도 이날 NTE 보고서에는 미국 기업들이 ‘무역장벽’이라고 주장한 한국의 각종 제도가 분야별로 대거 나열돼 있다.
이처럼 보고서에 망라된 비관세 장벽들은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별로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한국에 책정할 세율의 설명 근거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을 전망이다.
중요한 것은 보고서에 나온 ‘비관세장벽’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을 상호관세율에 어떻게 반영될지 여부다. 결론적으로는 이번 그 자체가 결정적이고 최종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가능성이 나온다.
상호관세 발표가 트럼프발 무역전쟁의 ‘끝’이 아닌 ‘시작’으로 보는 것이 워싱턴의 대체적인 기류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발표 전 협상의 여지는 없지만 발표 이후 각국과 협상할 여지가 있음을 시사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28일 전용기에서 취재진에 상호 관세 관련 협상 문제에 대해 “우리가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다면 나는 그것에 열려있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상호관세 발표 전에 협상이 가능한지를 묻자 트럼프는 “아니다. 아마도 그 뒤에”라고 말했다.
관세가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상호관세라는 ‘폭탄’을 투척한 후 상당한 혼란에 빠질 상대국과의 협상에서 얻어낼 바를 얻어내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 기준으로 7∼8위권에 포함되는 만큼 미국에 큰 무역적자를 안기는 15%(전체 미국의 교역상대국 중 15%) 국가를 의미하는 ‘더티 15(Dirty 15)’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외교가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호관세가 부과되면 우리나라는 한·미 FTA를 대체하거나 대대적으로 수정한 새 협정문을 만들기 위한 협상에 나설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보고서는 미국이 협상에서 요구하고 나설 핵심리스트의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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