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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CJ그룹이 파생금융상품을 이용해 재무위기에 빠진 계열사를 부당지원한 사실을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65억 원(잠정)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그룹 내 우량 계열사가 파생상품 계약을 활용해 부실 계열사의 자금 조달을 돕고, 이를 통해 공정한 시장 경쟁을 저해한 행위를 엄중 제재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CJ와 CGV는 각각 총수익스와프(TRS·Total Return Swap) 계약을 체결해 계열사인 씨제이건설(현 씨제이대한통운)과 시뮬라인(현 씨제이포디플렉스)이 영구전환사채를 저금리로 발행하도록 지원했다. TRS는 투자자가 주식·채권 등 기초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과 사전에 약정된 현금흐름을 교환하는 파생상품이다.
당시 CJ건설과 시뮬라인은 만성적인 적자로 재무 상황이 극히 악화된 상태였다. CJ건설은 5년 연속(2010~2014년) 당기순손실로 총 98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자본잠식에 빠졌고, 시뮬라인 역시 3년간(2012~2014년) 78억 원의 손실을 내며 자본잠식 상태에 도달했다. 부채비율도 높아 일반 차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두 회사는 상법상 주식은 아니지만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영구전환사채를 발행해 자본확충에 나섰다.
문제는 부실기업의 영구전환사채를 인수할 금융회사를 찾기 어려웠고, 설사 인수가 성사되더라도 높은 금리를 요구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CJ와 CGV는 금융회사가 이들 영구전환사채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TRS 계약을 같은 날 체결, 사실상 신용보강·지급보증을 제공했다. 이로 인해 영구전환사채 인수계약과 TRS 계약이 일괄거래(Package Deal)로 진행됐다.
당시 CJ건설은 500억 원, 시뮬라인은 150억 원 규모로 영구전환사채를 발행했는데, TRS 계약 덕에 발행금리가 CJ 및 CGV의 높은 신용등급(AA-)을 기준으로 결정됐다. 덕분에 CJ건설은 최소 약 31억 원, 시뮬라인은 약 21억 원의 이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특히 발행금액은 각각 해당 회사 자본총액의 52%, 417%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컸다.
공정위는 TRS 계약을 통해 사실상 신용보강 효과가 발생했다고 봤다. 실제로 CJ그룹 내부 문건에서도 이를 △발행사 미상환시 대납조건 △신용등급 낮은 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한 신용보강 계약으로 명시했다. 금융사들도 TRS를 사실상 ‘지급보증된 회사채’로 보고 투자에 나선 것이다.
당시 CJ 이사회에서조차 ‘실적 부진 계열사에 대한 보증으로 배임 소지가 있다’ ‘부도나 상환 불능 시 손실 위험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돼 안건이 한 차례 부결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TRS 계약은 통과됐고, 두 부실 계열사는 이를 통해 시장에서 퇴출당할 위기를 벗어났다.
이로 인해 CJ건설은 신용등급 강등을 피하고 시공능력평가 순위를 끌어올리며 수주를 확대, 중소 경쟁사의 기회를 실질적으로 제한했다. 시뮬라인 또한 인위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해 잠재적 경쟁자를 배제하며 4D 영화관 장비 시장에서 유일·유력 사업자 지위를 유지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파생상품이라는 금융기법을 사실상 계열사 지급보증 수단으로 악용해 시장 경쟁을 저해한 사례를 제재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부당지원 행위 수단의 형식이나 명칭을 불문하고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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