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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은 용인 반도체 국가 산업단지(용인 산단) 부지 수용을 위해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원주민 대상 공청회를 여는 날이다. 지난번에도 두 차례나 연기되어 오늘 공청회도 개최될지 모르겠다.
공익사업 부지를 수용하려면 감정평가를 해야 하고 건축물·농작물 등 지장물 조사에 들어가야 하는데 원주민들이 아예 출입을 봉쇄했다고 한다. 시간을 끌어야 토지 보상액이 늘어날 것이라는 심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인근 SK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시에도 주민들이 그랬으니까.
대규모 개발에 환경단체는 약방에 감초다. 3월 초에는 경기환경운동연합이 용인 산단에 대해 국민의 생명·건강·환경권 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추진됐다며 사업 승인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엊그제는 전북환경운동연합 등 20개 단체가 용인 산단의 초고압 송·변전 인프라를 두고 지방 전기를 죄다 끌어다 쓴다며 사업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저 멀리 전라북도에서도 불원천리하고 용인 산단 사업을 물고 늘어진다.
인접한 안성시도 숟가락을 얹었다. 4월 중순, 용인 산단에 공급되는 전력선이 안성시를 경유하자 송전선로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며칠 전 여주시 의회도 용인 산단 초고압 송전선로가 여주를 지날 텐데 보상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 시가 앞장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전자 평택 사업장은 주민들이 반대하는 통에 안성으로부터 20여km 송전선을 끌어오는 데 5년이나 걸렸다. 이쯤 되면 차라리 남의 나라가 더 낫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오스틴 공장의 경우 부지 선정에서 공장 가동까지 1년 11개월, 중국 시안 공장은 2년 1개월 걸렸으니까. 대만 TSMC의 일본 구마모토 반도체 공장은 2021년 10월 계획 발표와 더불어 3년도 채 안 되어 완공됐다. 5년 걸릴 공사를 야간에도 지속하여 2년에 마쳤다. 우리에게도 이 같은 절박감이 있을까.
반도체가 곧 국가안보라느니 초격차를 유지해야 하니 마니 하는 얘기는 지역 주민들이나 시민단체에게는 먼 나라 얘기다. 메이저 언론도 다루는 둥 마는 둥 심드렁하다. 삼성과 SK 등 반도체 기업은 봉이다. 지역 주민, 지방자치단체, 환경단체가 진드기처럼 찰지게도 달라붙는다. 도를 넘어선 민주화가 지역·집단 이기주의를 불러들였고 주민들에게 이상한 습관을 들였다.
그러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국가가 자원을 총동원하는 권위주의 체제 중국은 어떨까. 시진핑 주석은 2018년 4월 “반도체는 사람의 심장과 같다”며 기술 자립을 주문했다. 중국은 첨단 반도체 제조 역량을 갖춘다는 목표 아래 2019년부터 총 6869억 위안(133조 원)의 빅 펀드를 조성하여 투자했다. 그 결과 28나노 이상 구형 반도체 제조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반면 최첨단 반도체는 자금 투여로 될 일은 아니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사업가의 말을 빌자면 문제는 중국 기업들이 선폭 7나노미터 이하 첨단 제품을 단가가 얼마든지 간에 어떻게라도 만들어 정부 보조금을 타 내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는 점이라고 한다. 중국 공산당 정부는 첨단 제품이 나오긴 나오니까 보조금 지급 시 언젠가는 양산할 수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그런데 반도체는 반드시 수율이 뒷받침된 양산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반도체를 생산할수록 손해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만큼 수율 맞추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과도하게 민주화된 한국은 주민과 시민단체가 기업을 옥죄고, 권위주의 중국은 기업들이 국가 보조금을 축내는 구조다. 우리 기업은 경쟁력 있는 첨단 제품을 만들 수 있을 만큼 기본은 되어 있다. 중국 공산당 만큼은 아니더라도 우리 정부가 틀어쥐고 주민이나 시민단체의 횡포로부터 기업을 보호할 때다. 그래야 용인 반도체 산단이 제때 가동된다. 그래야 우리 기업들이 경제 안보 시대, 기술 민족주의 시대에 ‘사업 보국’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그립을 한층 강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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