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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모도는 지금이야 강화도에서 육로로 갈 수 있는 땅이지만 8년 전만 해도 외포리 선착장에서 배를 타야 가닿을 수 있는 섬이었다.
강화도 해안선을 꼭 닮아 있어 누가 뭍에서 강제로 떼어낸 땅 조각처럼 보이는 땅 석모도. 석모도의 행정구역명은 강화도 삼산면이다. 이름처럼 이곳에는 세 개의 산이 있다.
낙가산의 지붕 ‘보문사 눈썹바위’
세 개의 산 중 주산인 남쪽 해명산(327ｍ)과 북쪽 상봉산(316ｍ) 사이에는 낙가산(267ｍ)이 있어 서쪽 사면에 보문사를 거느리고 있다.
보문사는 전등사·정수사와 함께 강화의 3대 고찰로 꼽힌다. 신라 선덕여왕 4년(635)에 회정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며 마애관세음보살과 오백나한상으로 유명하다. 마애석불이란 바위나 절벽에 새긴 불상을 뜻한다.
마애불은 산꼭대기 절집 안 마당에 이른 뒤에도 다시 20분이나 더 계단을 올라야 만날 수 있다. 계단 참에서 마애석불좌상이 보이기 시작하면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 않던 서해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서해 낙조는 보문사의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로 드넓은 갯벌과 섬들에 둘러싸인 서해가 마치 호수처럼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게 특징이다.
계단을 끝까지 오르면 눈썹바위 깎아지른 절벽에 마애석불이 흘러내릴 듯 기대앉아 있다.
눈썹바위는 원래 화산 폭발 당시 둥근 돔 모양이었다고 한다, 이 둥근 돔이 한쪽 사면에 절리(균열)를 품고 있었던 모양이다. 절리에 비와 바람이 집중되면 암석이 부스라기처럼 떨어져 나가게 된다.
약한 것은 다 떨어져 나가고 단단한 것만 남은 것에서 부처를 보았던 이는 금강산 표훈사 주지 이화응과 보문사 주지 배선주였다. 두 사람은 1928년 눈썹바위 안에 잠자고 있던 부처를 밖으로 꺼내기에 이른다.
커다란 보관을 쓰고 있는 부처의 손에는 세속의 번뇌를 씻어주는 물병이 들려 있고 가슴 중앙에는 길상의 징표인 ‘만(卍)’자가 새겨져 있다. 그 몸은 연꽃무늬 대좌 위에 놓여 있으며 불신 뒤에는 광배가 넉넉하게 표현돼 있다.
이 부처는 그 이름을 외우기만 해도 사람들을 고통과 근심에서 건져 올려 준다는 관세음보살이다. 이 마애불은 높이가 9m가 넘어서 고개를 치켜들고 올려다봐야 한다.
하늘 위에서 보면 눈썹 바위는 한 채의 초가집처럼 보인다. 거북이 등딱지 같은 지붕을 얹은 벽체에 부처님이 좌정해 있는 형상이다.
밥맛 좋기로 유명한 강화도 섬쌀
낙가산에서 내려다보는 바닷가 평지에는 생태계 보고인 갯벌과 경지 정리된 논이 평화롭게 섞여 있다. 평평하고 낮은 것들은 평화롭다.
사람들은 이 작은 섬에 이토록 넓은 농지가 존재한다는 것에 놀라곤 한다. 사실 이 땅들은 오래전 사람 손으로 매립한 간척지다. 고려 시대 몽고가 침략하자 임금님은 강화도로 피신하게 됐다. 졸지에 피란수도가 된 강화도.
갑자기 인구가 불어나자 섬 사람들은 섬과 섬 사이를 흙으로 메워 농경지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석모도 북쪽의 상리와 하리는 원래 섬이었던 송가도를 연결해 얻은 땅이다.
그리고 매음리는 석모도와 어유정도 사이에 있던 매음도 일대를 메워 얻은 땅이다. 송가도·매음도·어유정도는 조선 숙종 때 석모도와 하나가 되었다.
강화도 섬쌀은 간척지 토양 특유의 미네랄과 양분 덕에 밥맛이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 여기에 해풍이 벼를 흔들어 병충해가 적다 보니 인공비료와 농약을 적게 사용해 비싼 값에 팔린다.
흥미로운 유물로 가득한 보문사
보문사는 국보급 문화재보다 마애불처럼 흥미로운 유물이 많다. 와불전도 그중 하나다. 와불이란 누워 있는 부처라는 뜻으로 이곳 와불전은 천인대라는 40m 길이의 큰 바위 위에 놓여 있다. 천인대는 어른 1000명이 한꺼번에 앉을 수 있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와불은 열반 당시의 석가모니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신장이 10m, 열반대가 13m로 그 규모가 상당하다. 특히 운양으로 장식된 열반대에는 구름이 수려하게 표현되어 있다.
와불전 옆에는 ‘평범한 성자’ ‘무학의 법신’으로 일컬어지는 오백나한상과 33관세음보살 사리탑이 조성돼 있다.
‘나한’은 불교 용어 아라한(阿羅漢)을 뜻한다. 아라한은 산스크리트어로 ‘깨달음을 얻은 성자’라는 뜻으로 치열한 수행을 통해 번뇌를 끊고 깨달음을 얻은 사람을 의미한다.
보문사에 있는 500개의 나한상은 33관세음보살 사리탑을 중심으로 반원형으로 배치되어 있으며 각기 다른 표정과 모습이 특징이다. 마치 희로애락을 겪고 있는 인간의 모습처럼 말이다.
보문사에는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석굴사원이 있다. 보문사가 막 창건되었을 무렵인 신라 진덕여왕 때 어부들의 그물에 석가모니상·보살상 외에 18 나한상 등 22개의 석상이 올라온 것을 천연동굴에 봉안한 게 그 시작이라고 한다. 전설은 그렇고 석상이 만들어진 시기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한다.
석굴 입구에는 돌로 만든 홍예문을 덧대었고 내부는 더 넓히고 다듬어 널찍한 법당으로 꾸몄다. 석굴은 18 나한상이 있다고 하여 나한전이라고 부르는데 24시간 스님들의 기도가 끊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언제 신도가 가도 기도할 수 있다는 이야기.
석굴 앞에는 수령 700년의 향나무가 자라고 있다. 용트림하듯 줄기가 휘돌아간 노거수에서 범상치 않은 아우라가 풍겨 나온다. 이 나무는 6·25전쟁 때 죽었다가 3년 후 다시 살아났다고 한다.
향나무 주변에는 수령 300년의 느티나무가 자라고 있고 스님들 취사도구로 사용됐던 맷돌 등이 놓여 있다. 보문사를 찾는 방문객은 한 해 5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낙가산(落迦山)은 관세음보살의 성지인 중국의 보타낙가산에서 가져온 이름이고, 보문사(普門寺)는 관세음보살의 다른 이름인 보문(普門)에서 유래했다. 모두 관세음보살과 관련된 이름으로 석모도 낙가산 보문사는 관세음보살의 원력이 광대무변함을 상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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