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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들으면 가슴이 묵직하게 저려오는 선율이 있다. 1983년 미국에서 미니시리즈 드라마로 제작되어 인기를 끌었던 ‘가시나무새’의 음악이다. 드라마 ‘가시나무새’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여류작가 콜린 매컬로의 소설(The Thorn Birds,1977)을 원작으로 만든 것이다. 가톨릭 신부인 랠프 드 브리카사르트와 매기 클레어리의 평생에 걸친 사랑과 고뇌를 그렸다.
이 작품은 신을 사랑하는 신부의 숙명과 그 신부를 남자로서 사랑하는 한 여자의 슬픈 이야기이다. 신부에게는 영원한 소녀였던 매기는 결국 신부에게서 생명을 훔친다. 어쩌면 신에게서 빼앗은 사랑일 수 있다.
매기는 애정없는 남편에게서 낳은 딸과 사랑하는 남자와의 사이의 아들을 고향에 돌아와 키운다. 아버지를 빼닮은 이 아름다운 아들은 그녀의 가족과 고향 전체에 빛을 선사했다. 하지만 그녀의 전부였던 아들 데인은 결국엔 사제의 길로 들어서고 생부인 랠프 주교와 함께하게 된다. 그녀는 신에게 절규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신부가 된 데인은 거친 물결 속에서 두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자신이 대신 죽는다.
신에 대한 사랑과 야망으로 평생을 산 랠프 주교는 데인이 죽고 나서야 그가 아들이었음을 알게 되고, 충격과 슬픔으로 오열하며 사랑하는 여인의 품에서 죽는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 작품의 주제는 분명하다. 신과 인간 사이에서 고뇌하는 성직자의 아픔과 슬픔이 도드라진다. 두 가지 사랑에 관한 단순하고 명쾌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준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이 작품은 사람이 어떻게 사는가를 보여준다.
우리는 무엇을 추구하고 사는가? 주인공 메기의 두 남자의 삶이 그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녀가 평생을 품고 산 연인 랠프 신부는 천상의 것을 원했다.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을 닫아 두고 신의 고귀한 사랑만을 추구했다. 그것은 조상 대대로 가문이 정해 준 운명이기도 했다. 자신의 앞에 10살 소녀 매기가 다가왔을 때 그는 행복에 젖는다. 하지만 그의 종교적 신념과 의지는 여인이 된 그녀를 밀어낸다.
매기의 남편 루크는 랠프와 추구하는 것이 전혀 다르다. 그의 목표는 지상에서 부를 이루는 것이다. 자신만의 목장을 갖고 부자로 사는 게 목표인 그는 자신의 매력을 활용하여 돈이 많은 여성, 상속녀와 결혼하는 방식을 택한다. 두 번의 작업이 실패한 후, 세번 째 시도로 그는 매기를 공략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 두 남자의 외모가 닮았다는 점이다. 둘 다 키가 크고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미남이다. 매기는 농장에 일하러 온 루크를 보고 그가 랠프 신부와 닮은 것을 보고 놀라워한다. 그렇게 그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결혼한다. 두 사람이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에 메기는 훗날 랠프의 아들을 루크의 아들인 양 키울 수 있었다. 둘의 닮은 모습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자신이 원하는 일에 열중하는 진지함을 보여준다. 한 사람은 이상을, 한 사람은 현실을 원했지만 그들의 열렬한 갈망은 공통적이다. 한 눈에 반한 보석같은 소녀의 순수한 사랑을 외면해야 했던 사제와 아름다운 아내를 버려 두고 자신이 원하는 성공을 향해 달려간 남자의 모습은 똑같다. 그저 한 개의 동전의 양면일 뿐이다.
작가는 인간이 무엇을 위해 달려가는지 보여준다. 우리는 수많은 가시나무새 무리의 일원이다. 우리는 평생 동안 우리의 가시를 만드느라 분주하다. 아름답게 노래하면서 찔려 죽을 바로 그 대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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