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의 중심축이 다시 한번 요동치고 있다....'))
전 세계 인공지능(AI) 산업의 중심축이 다시 한번 요동치고 있다. 최근 구글과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엔트로피 경쟁(Entropy Race)’은 인공지능의 복잡도, 데이터, 연산 자원을 극한으로 확장하려는 기술 패권 경쟁으로 평가된다.
구글은 자사의 ‘제미나이(Gemini)’ 시리즈를 중심으로 초거대 언어모델과 멀티모달 AI 생태계를 강화하고, 엔비디아는 GPU, 소프트웨어 스택, 데이터센터 플랫폼까지 통합한 AI 인프라 제국을 구축하며 맞서고 있다. 이들의 경쟁은 단순한 기업 간 기술력 대결을 넘어, 전 세계 AI 연구와 산업 생태계의 질서를 재편하는 중대한 흐름으로 번지고 있다.
이른바 ‘AI 엔트로피’의 증가는 데이터의 양, 모델의 크기, 연산자원의 폭발적 확장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이러한 기술적 진보가 막대한 인프라와 자본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구글과 엔비디아는 각각 자체 데이터센터, 반도체, 전력 네트워크까지 통제하며 거대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지만, 다수의 국가와 기업들은 이 흐름에 뒤처질 위험에 놓여 있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한국의 AI 산업은 반도체와 제조 기술 측면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지만, 초대형 모델 학습에 필요한 대규모 연산자원과 데이터 인프라 측면에서는 여전히 글로벌 거대 기술중심 기업에 의존하는 구조다. 특히 엔비디아의 GPU와 CUDA 생태계가 사실상 표준이 되면서, 한국 AI 기업과 연구기관들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양면에서 종속되는 상황을 피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AI 주권(sovereignty)’ 확보가 중요한 국가 전략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도전 속에서도 분명한 기회는 존재한다. 한국은 ‘physical AI’ 즉, 인공지능이 물리적 세계와 결합하는 응용 분야에서 탁월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 반도체, 로봇, 자동차, 드론, 제조업 분야는 AI를 실제 산업 현장에 구현할 수 있는 강력한 자산이다. 엔트로피 경쟁이 클라우드와 데이터에 집중되어 있다면, 한국은 ‘물질적 AI’ 중심의 현실 응용으로 차별화할 수 있다. 스마트팩토리, 반려로봇, 무인 드론, 자율주행차, 국방AI 등은 한국이 독자적으로 선도할 수 있는 영역이다.
또한 이번 구도는 연구개발 환경의 전환도 요구한다. 과거에는 알고리즘의 정교함이나 정확도가 연구의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효율적 연산’ ‘모델 경량화’ ‘데이터 활용 기술’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형 경량 AI, 특화형 응용모델, 에너지 효율적 학습 기술은 제한된 자원 속에서도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 전략이다.
인공지능 시대의 경쟁력은 더 이상 알고리즘 자체가 아니라, “컴퓨팅 자원compute), 경쟁력 있는 응용(competitive applications), 국가적 정책(coherent policy)”의 삼각 축에서 결정된다. 구글과 엔비디아의 엔트로피 경쟁은 한국에 경고이자 기회다. 기술 종속의 늪에 빠질 것인가, 아니면 피지컬 AI와 응용산업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할 것인가는 지금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한국이 지금 필요한 것은 세계 흐름을 단순히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립적 AI 생태계를 조성하고 특화 분야에서 ‘선택적 선도(selective leadership)’를 실현하는 전략적 균형감각이다. 엔트로피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고, 한국형 AI 혁신의 질서를 새롭게 만들어 나갈 때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