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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의 종전 압박 속에서 진퇴양난에 놓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안을 제시하며 압박하지만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는 반발이 거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국민들 사이에서 이번 종전안을 사실상 항복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4년째 접어든 전쟁으로 피로감이 누적됐지만 성급한 종전 수용은 더 큰 안보 위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종전 수용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치적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트럼프가 제시한 종전안은 우크라이나가 동부 돈바스(도네츠크 및 루한스크)지역 전체를 러시아에 양보하고,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에 나토 집단방위 방식의 안전보장 장치를 둔다는 내용도 담겼다.
젤레스키는 최근 자국 내에서 대형 부패 스캔들에 휩싸였다. 젤렌스키의 코미디언 시절 동업자 티무르 민디치 등이 정부 발주 사업비 약1억 달러(1472억 원)를 리베이트로 챙긴 사건에 젤렌스키가 직접 연루된 정황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전현직 에너지 장관이 수사선상에 오르고 민디치가 10일 압수수색 직전 외국으로 도주하면서 비호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여론으로 젤렌스키가 종전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WSJ는 “젤렌스키가 부패 스캔들로 정치적 어려움에 직면해 트럼프 행정부에 굴복할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전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국민이 원하지 않는데 단지 전쟁을 중단하기 위해 수용하는 정치인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이 거부하는 합의를 수용하는 것은 정치적 자살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유럽 군사 전문가 프란츠-스테판 가디는 “전체적인 전황은 우크라이나에 부정적이지만 군대가 곧 패배할 위기에 처했거나 단결력이 무너질 상황은 아니다”라며 “그들은 지치고 피곤한 상태지만 여전히 싸울 결의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젤렌스키가 트럼프의 압박에 마냥 버틸 수만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지원에 크게 의존해 전쟁을 치르는 우크라이나에 ‘지원 중단’ 등의 압박이 가해질 경우 현재보다 더 속수무책의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협상에 적극 나서며 종전안의 불균형을 해소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2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나 종전안 협상을 진행했다. 양국은 성명에서 “협의가 매우 생산적이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후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많은 변화가 있다“며 ”중요한 것은 미국 대표단과 대화가 진행 중이며 트럼프 대통령팀이 우려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는 신호가 있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가 직접 미국을 찾아 트럼프를 만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가 이르면 이번 주 워싱턴DC를 방문해 트럼프와 평화 계획을 논의할 가능성을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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