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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출범회의에서 새 정부 대북정책의 목표와 기조를 사실상 첫 공식화했다. 이 대통령은 기존의 ‘비핵화’ 표현 대신 ‘핵 없는 한반도’를 제시하며, 한반도 비핵화의 원칙을 남북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민주평통 출범회의 기조연설에서 “한반도의 전쟁 상태를 종식시키고 핵 없는 한반도를 구현하며 공고한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쪽이 국제사회의 극심한 제재를 감수하며 핵무장을 고집하는 것도 비현실적이지만, 우리의 핵무장 역시 핵 없는 평화적 한반도라는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비핵화를 ‘북쪽의 일방적 핵 폐기 요구’로 좁히지 않고, 한반도 미래구상 중심의 포괄적 개념으로 재정의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동시에 국내 일각에서 제기돼 온 핵무장론에 선을 긋고, 비핵화 의무를 남북 쌍방의 문제로 재배치함으로써 북쪽의 반발을 줄이려는 전략적 고려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한미 공조 기조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 간 긴밀한 공조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추구하겠다”며 “북미대화의 재개를 적극 지원하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북미관계 개선이 한반도 정세 안정의 핵심 고리라는 기존 입장을 재천명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남북대화 재개의 현실적 단계로 ‘연락채널 복구’를 제시했다. “모든 문제는 대화로 풀어야 한다. 만나지 않으면 오해가 쌓이고, 오해는 불신의 벽을 더 높일 뿐”이라며, 정상회담 같은 고위급 이벤트보다 실현가능성이 큰 기초적 소통 회복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협력 분야로는 △기후환경 △재난안전 △보건의료 등을 제안했다. “일방적 지원이나 한쪽의 양보를 전제하지 않고, 남북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안을 찾겠다”며 “평화와 경제가 선순환하고 남북이 함께 성장하는 길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대북제재와 북측 거부감을 동시에 고려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이 가져올 경제적·전략적 효과도 강조했다. “적대가 초래한 분단 비용을 평화 기반의 성장동력으로 전환하면 ‘코리아 리스크’를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연설 후반에서는 전임 정부를 겨냥한 비판도 제기했다. 이 대통령은 “일부 정치세력이 분단을 이용해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국내 정치 상황을 왜곡해왔다”며 “급기야 계엄을 위한 전쟁 유도라는 위험한 시도까지 있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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