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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첫 예산안이 법정 처리 시한인 2일 국회 문턱을 넘었다. 약 727조9000억 원(총지출 기준) 규모의 2026년도 정부 예산안이 시한 내 처리된 것은 2020년 이후 5년 만이며,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자동 부의 규정이 만들어진 이후 3번째로서 긍정 평가한다.
여야가 격한 정쟁 속에서도 ‘협치’의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이제는 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안 마련에 함께 하길 기대한다. 한데 여야가 반도체 업계에 주 52시간제 적용을 그대로 유지하는 반도체특별법 제정안에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의 대표 첨단산업인 반도체 업계를 지원한다는 특별법 취지가 무색하게 ‘주 52시간 예외’를 담아내지 못하면서 반도체 산업에 비상등이 켜졌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원안에 ‘반도체 산업계의 연구개발(R&D) 현실을 고려해 근로 시간 등에 대해 국회에서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는 취지의 부대 의견을 반도체특별법에 다는 방식으로 법안을 성안해 통과시킨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는 황당한 반응이다. 각종 지원안을 담은 특별법 처리에도 불구하고 핵심 요구 사항인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이 빠지면서 R&D 경쟁력 확보에 타격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한정된 자원 속에서 전력을 쏟아부어도 대만,일본 그리고 미국 등과의 경쟁 대열에서 버틸 수 있을까 말까 한 상황이다.
정치권은 산업계 지원책에 제동을 걸어선 안 된다.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는 최첨단 산업의 핵심이다. 단순한 기업 사업에 국한되지 않고 국가안보 산업이다. 업계의 강력한 요구로 국회에서 입법을 논의하고 있는 반도체특별법에 당장 주 52시간 근무 예외를 명문화하는 게 절실하다. 반도체 등 핵심 기간산업에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Collar Exemption)’ 도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반도체를 포함한 여러 국가 핵심 산업의 R&D는 하루 8시간, 주 40시간 이런 식으로 칼로 무 자르듯 정량화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근무 관성과 가속이 필요한 기술 인력들의 연구 시간에 유연성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한 보고서에서 유연 근로제를 기업 현실에 맞게 개선하고 노사가 협의해 근로 시간 제한 규정을 선택적으로 적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한국형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 도입을 건의한 주된 이유다.
특히 첨단산업의 ‘쌀’ 반도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여당 민주당의 정책이 얼마나 허구이고 국민 눈속임인지 여실히 드러났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에 대해 민주당은 ‘근로조건 기준은 법률로 정한다’는 헌법 조항에 반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후진적’ ‘비상식적’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반대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국내 반도체업계는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액 연봉을 받은 반도체 R&D 직군에 한해서만 제한적으로 주 52시간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했지만 위헌 논리까지 대면서 반도체법을 막고 있으니 얼마나 시대 조류를 몰각하고 있는 지 기가 막힐 노릇이다.
반도체특별법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하면서 국가·지방자치단체가 산업용수와 전력 등 제때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고 시설투자에 대해 보조금 혜택을 주는 게 지연돼 반도체 업계에선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골든타임이 흘러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업수요에 부응하는 인력 양성, 시장 친화적 기술이전·사업화 활성화, R&D 정부 지원 강화 등이 시급하다. 정치권은 미래 먹거리 지원을 위한 규제 혁파가 바로 그 뒷받침임을 직시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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