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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병원, 인제대학교 등으로 유명한 인제학원이 또 다시 ‘사욕행보 논란’에 휩싸였다. 재단이 대주주에 올라 있는 성근물산은 재단소유 병원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매 년 수백억원에 달하는 실적을 올렸다. 관련 업계와 시민단체 등에서는 “이 때문에 공공성이 있는 재단이 자신들의 사익추구에 동종업계 생태계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인제학원이 위치한 서울백병원 ⓒ스카이데일리
백병원, 인제대학교 등 교육과 의료 분야에서 손꼽히는 시설 두 곳을 운영하는 공익재단인 인제학원이 최근 ‘사익추구 행보를 하고 있다’는 여론에 휩싸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단이 대주주에 올라 있는 기업이 재단 소유 시설인 백병원을 상대로 매 년 수백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데서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벌어들인 수익 일부를 배당금 형태로 재단에 지급한 정황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병원이 재단 시설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공공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는 만큼, 이를 상대로 돈벌이에 나선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게 업계 일각의 지적이다. 이 때문이 학교법인 공익재단 관계자들이나 경제시민단체 등에서는 “공익을 표방한 재단인 만큼 사익 추구 행보를 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제학원 대주주로 둔 성근물산, 전국 백병원 상대로 매년 수백억 매출 논란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2014년 말 기준) ⓒ스카이데일리
금융감독원 및 학교법인 등에 따르면 인제학원은 지난 2013년 중 성근물산의 주식 29.1%를 개인주주로부터 증여 받았다. 당시 재단이 획득한 주식의 가치는 약 6억원 가량이었다. 인제학원이 지분을 획득한 성근물산은 의료용품 및 의료기구 도매 사업 등을 영위하기 위해 지난 2011년 설립된 기업이다.
재단은 당초 성근물산 주식을 개인주주로부터 증여 받아 수익용 기본재산에 편입하려 했다. 그러나 기부자가 종합소득신고대상자였기 때문에 법정기부금 소득공제를 받을 목적으로 기부금 지출용도를 부속병원 시설비, 교육비 용도로 지정함에 따라 기부자의 기부목적에 부합하기 위해 성근물산 주식을 보통재산으로 편입시켰다.
재단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는 재단 본연의 재산이 아닌 학교·병원 등 재단 시설 운영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재산으로 편입시켰다는 의미다. 즉, 성근물산 주식은 온전히 병원이나 학교 운영 등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흔한 방식으로는 주식을 매각해 얻은 돈을 학교나 병원에 투자하는 것이라는 게 한 회계전문가의 설명이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그런데 재단이 대주주로 올라선 이후부터 성근물산에는 놀랄만한 변화의 움직임이 보였다. 실적이 몰라보게 증가한 것이다.
앞서 재단이 대주주로 올라서기 전인 2012년 성근물산의 실적은 매출액 218억원, 영업이익 19억원, 당기순이익 14억원 등에 불과했다. 반면 재단이 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성근물산의 실적은 매출액 331억원, 영업이익 29억원, 당기순이익 20억원 등을 각각 나타냈다. 실적 지표 전부가 전년에 비해 오른 셈이다. 이 가운데 특히 매출액의 증가율은 무려 51.8%나 됐다.
성근물산의 실적 상승세는 지난해에도 계속됐다. 지난해 성근물산의 실적은 매출액 344억원, 영업이익 29억원, 당기순이익 20억 등을 각각 나타냈다. 3년 간 단 한 차례의 실적 하락 없이 상승 곡선을 보였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성근물산의 이 같은 실적 상승에 대주주인 인제학원 소유의 병원이 도움을 제공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성근물산 매출액 중 거의 전부에 가까운 금액이 전국 백병원과의 거래, 즉 특수관계자와의 내부거래로 발생했다. 이 대목에서 인제학원이 사익추구를 위해 공익시설인 병원을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업계 일각에서 나왔다.
실제로 인제학원이 대주주에 오른 지난 2013년 성근물산이 인제학원 소유 백병원들(서울, 상계, 일산, 부산, 해운대)과의 거래로 올린 매출액은 327억원에 달했다. 이는 그 해 전체 매출액의 98.8%에 달하는 금액이다.
지난해 역시 성근물산의 내부거래율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지난해 성근물산의 내부거래액은 매출액의 96.8%인 333억원에 달했다. 인제학원이 대주주에 올라선 이후 성근물산은 매출액 대부분을 내부거래에 의존한 것이다. 이 정도의 내부거래율이면 독자 생존이 불가능한 사업 구조로 보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인제학원 병원들 내부거래로 매출 올린 성근물산, 인제학원에 “배당금 화답이냐” 구설수
▲ 인제학원이 대주주에 올라 있는 성근물산은 매 년 백병원과의 거래로 적지 않은 실적을 올렸고, 이 중 일부는 배당금 형태로 다시 인제학원에 돌아갔다. 이 같은 형태는 대기업들이 일반적으로 하고 있는 오너 일가 소유 계열사의 꼼수 내부거래 행위와 닮았다는 게 재단 안팎의 시선이다. 사진은 이혁상 인제학원 이사장 [사진=뉴시스]
금감원 및 인제학원 등에 따르면 성근물산은 인제학원이 대주주로 올라선 직후인 지난 2013년 무려 28억원이나 되는 배당금을 주주들에게 지급했다. 이 가운데 인제학원에게 돌아간 금액은 약 8억원에 달했다.
성근물산은 지난해 역시 12억원의 배당금을 뿌렸다. 이 중 3억5000만원 가량이 인제학원 몫이었다. 인제학원은 지난 2년 간 11억5000만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수령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이런 사실은 성근물산과 백병원의 거래에 인제학원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다리역할이 된 근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성근물산과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관계자들은 이런 사실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기기 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교육·의료 등 각종 사회 시설을 보유한 인제학원이 자신들이 대주주에 올라 있는 기업에 일감을 대거 주게 되면 다른 업체는 상대적으로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공익을 표방한 재단이 실상은 자신들만 위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경제시민단체 등에서도 공익재단이 기업 운영에 직^간접 연관돼 있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이는 대기업의 경우 공익을 앞세운 재단이 오너 일가의 사익을 추구하는 방법과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대기업 계열 공익재단 소속 한 관계자는 “인제학원은 재단 소유 병원을 통해 성근물산을 키우면서 다시 배당금 형태로 회수하고 있다”며 “이는 대기업 오너 계열사에 대한 일감몰아주기와 닮은 모습인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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