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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리학자 김태규 칼럼니스트 ⓒ스카이데일리
(나는 때때로 우리 모두 2015년을 살고 있지만 저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각자가 각자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 하는 생각을 한다.)
워낙에 많은 무협소설을 읽다 보니 어언 무협소설의 스토리를 엮어가는 公式(공식)을 抽出(추출)해낼 수 있었다.
크게 보면 몇 가지의 공식과 스타일로 나누어지는데, 그 중 한 가지를 예로 들면 이런 식이다. 중국무협소설을 소개하는 마당이니 흥미도 더할 겸 해서 四字成語(사자성어)를 좀 쓰겠다.
우선 주인공 집안이 滅門之禍(멸문지화), 전 가족이 모조리 죽거나 흩어지는 재앙을 당한다. 간신히 살아남은 주인공은 千辛萬苦(천신만고)의 고생을 겪는다.
원수들에게 쫓긴 나머지 어쩔 수 없이 절벽에서 몸을 날리게 되지만 天佑神助(천우신조)로 나뭇가지에 걸려 죽지 않고 살게 된다. 실신했다가 정신을 차린 주인공은 인적이 없는 절벽 아래를 헤매다가 희귀한 버섯이나 풀을 뜯어먹는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버섯은 천년된 靈芝(영지)버섯이었고 풀은 만년이나 묵은 雪蓮子(설련자)였기에 즉각 원기가 살아날 뿐 아니라 두 甲子(갑자) 즉 120년씩이나 정진해야 얻을 수 있는 內功(내공)을 얻게 된다. 물론 주인공은 당장 그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동굴을 하나 발견하게 되고 이에 그곳에서 묵을 요량으로 들어가 보니 그 안에는 絶世武功(절세무공)이 기재된 秘笈(비급, 비밀히 수장收藏한 고대의 법령·제도 등을 기록 책)을 발견한다. 그야말로 千載一遇(천재일우)의 기회, 천년에 한 번 있을 수 있는 희박한 확률의 奇緣(기연)을 만난다.
주인공은 동굴 안에서 다섯 번 눈이 내리고 다섯 번 꽃이 피고 지는 기간 동안 무술 연마에 몰두한다. (동굴 주변에 신비한 약초와 과일, 또 신령한 샘물이 있어 식량 걱정은 전혀 없다.)
드디어 주인공은 蓋世(개세)의 무공을 익힌 다음 마침내 피맺힌 원한, 소위 血債(혈채)를 돌려받기 위해 정든 동굴을 등지고 과감하게 세상 밖으로 나온다. 이른바 江湖出道(강호출도)이다.
세월이 흘렀으니 얼굴도 몰라보게 달려진 주인공은 일단 신분을 감추기 위해 이름도 바꾼 채 江湖(강호)에서의 활동을 시작한다.
처음엔 無名小卒(무명소졸), 명예도 없고 배경도 없는 武人(무인)으로 시작하지만 막강한 실력을 갖추었기에 서서히 명성을 얻게 된다. 이름 앞에 붙는 別號(별호), 가령 海東一劍(해동일검)과 같은 명칭도 얻게 된다.
주인공은 주인공이란 이유로 해서 玉骨仙風(옥골선풍) 옥 같은 자태에 신선의 풍모 또는 臨風玉樹(임풍옥수) 산들바람에 나부끼는 옥으로 된 나무의 자태였으니 그야말로 英俊(영준)하기 그지없는 절세의 미남이었다.
그러니 가는 곳마다 미녀들이 한 눈에 뻑 가게 되고, 그로 인해 즐겁고도 난감한 처지에 빠지게 된다. 줄을 서세요! 하는 즐거운 비명을 질러야 하는 입장이었지만 주인공은 속으로만 즐길 뿐 원수를 갚아야 한다는 목적의식이 너무 강해서 의연하게 처신한다. 시크남이고 차도남인 주인공이다.
처음엔 이른바 名門正派(명문정파), 소위 스펙 좋고 집안도 좋은 무림인사들로부터 무시당하지만 뛰어난 무공실력으로 금방 인정을 받게 된다. 이른바 囊中之錐(낭중지추)의 격이라 하겠다.
아울러서 명문정파의 반대편인 邪派(사파) 고수들이나 산적의 무리인 綠林(녹림)의 세력들로부터 급거 두려움의 대상으로 떠오른다.
그런데 때마침 江湖(강호) 武林(무림)엔 一場風波(일장풍파)가 닥쳐오고 있었다. 막강한 무술실력을 갖춘 玄陰敎(현음교)라는 邪敎(사교)의 무리들이 마구 橫行(횡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邪敎(사교)의 敎主(교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신비한 인물로서 일설에 의하면 여성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는 아무튼 무림 전체에 있어 엄청난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마침내 사교로부터 전 무림의 幇派(방파)와 세력들에게 초청장이 날아든다. 모년 모월 모일을 기해서 전혀 알려진 바가 없는 玄陰谷(현음곡)이란 으스스한 명칭의 장소로 와서 正邪(정사)를 막론하고 천하 무림의 패권을 가리는 무림대회를 개최한다는 것이었다.
여러 정파의 장문인들과 원로들은 무림대회 참가 여부를 놓고 會盟(회맹)을 연다. 당연히 오랜 역사를 가진 少林派(소림파)와 武當派(무당파)의 목소리가 제일 크다. 오늘날 IMF 투자지분이 많은 나라가 강대국인 것과 마찬가지라 보면 된다.
소림파는 天竺(천축) 즉 인도에서 건너온 達磨(달마) 대사가 창건한 이래 72종의 絶藝(절예), 즉 일흔 두 가지에 달하는 각종 무술을 자랑하고 있었고 또 비밀리에 至高(지고)의 무술인 達磨三劍(달마삼검)에 관한 秘笈(비급)도 가지고 있었다.
소림사의 모든 무공비급은 경전을 보관하는 藏經閣(장경각)에 함께 있었다.
무당파는 중국 호북성의 名山(명산)인 무당산에서 張三峰(장삼봉)이란 道敎(도교)의 道士(도사)가 절세의 무공을 창안한 후 문파를 연 이래 소림파와 더불어 무림의 泰山北斗(태산북두)로서 군림해오고 있었다. 이른바 兩大至尊(양대지존)이었던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무술, 부드럽게 흐느적거리는 太極拳(태극권)이 바로 장삼봉의 창안이란 전설도 있다. 태극권은 부드러움으로 딱딱한 것을 이길 수 있다는 以柔制剛(이유제강)이 핵심 요령이라고 한다.
아무튼 소림 무당을 위시해서 여러 무림의 명문정파가 참가한 대회에서 소림과 무당의 장로가 공동 盟主(맹주)의 자리에 올랐고 이에 玄陰敎(현음교)가 개최한 무림대회에 참가하기로 과감한 결정을 본다.
주인공도 당연히 그 대열에 참가해서 무림대회가 열리는 현음곡으로 간다.
하지만 정파 무림은 현음곡의 무림대회, 달리 표현하면 무공을 비교하고 승부를 가르는 比武大會(비무대회)에서 무참하게 패배를 당하고 수많은 정파의 고수들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발생한다.
이유는 무공 실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사교의 무리들이 뻔뻔하게 설치해놓은 갖은 暗數(암수)와 陷穽(함정)에 걸려들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으로 치면 생화학무기를 사용한 셈이다.
정파 무림의 수많은 고수들이 희생을 당했지만 그 와중에서 주인공은 눈부신 활약을 통해 일약 무림의 빛나는 스타, 明星(명성)으로 떠오른다. 주인공이 막강한 무공을 갖춘 현음교의 정체모를 교주와의 정면 승부에서 비기는 바람에 千萬多幸(천만다행)으로 무림 인사들을 이끌고 死地(사지)에서 탈출해 나왔던 것이다.
주인공은 동굴 안에서 배운 무공을 이 무렵에 와서는 완전히 자기의 것으로 체화해내고 있었기에 무공실력은 물론 명성도 日就月將(일취월장)하고 있었다.
그 이후 현음곡에서 대패한 정파 무림의 세력은 일단 해산을 했다. 그리고 주인공의 높은 자질을 눈여겨본 소림사의 고승들은 눈앞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주인공에게 하나의 제안을 한다.
결코 외부인에게 전수해준 적이 없을 뿐 아니라 자질이 되지 않으면 습득할 수 없는 至高至上(지고지상)의 절대무술인 達磨三劍(달마삼검)을 주인공에게 전수해주겠다는 제안이었다.
달마삼검을 익히려면 그에 앞서 달마대사가 비밀리에 전한 達磨心法(달마심법)의 내공 절기를 터득해야 했다. 이에 주인공은 소림사의 후미진 모 장소에서 門外不出(문외불출) 非人不傳(비인부전)의 達磨心法(달마심법)과 達磨三劍(달마삼검)을 전수받게 된다.
주인공은 총명한 자질이었기에 어려웠지만 다행히도 소림사가 지닌 최고의 上乘武功(상승무공)을 터득하는데 성공한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12 정맥과 奇經八脈(기경팔맥)의 연결을 막고 있는 신비의 要穴(요혈)인 生死玄關(생사현관)까지 打通(타통)하게 된다.
생사현관을 뚫은 이래 주인공은 아무리 힘을 쓰고 진력을 다해도 지치지 않고 오히려 힘이 솟구치는 무한정의 內功(내공)을 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이후 주인공은 소림사 고승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현음교의 교주와 단판 승부를 벌렸고 마침내 승리하면서 무림의 최고 고수가 된다. 이어 주인공은 가문의 원수도 그 과정에서 찾아내어 통쾌하게 복수를 한다. 이로서 강호의 一大劫難(일대겁난)이 마무리 된다.
마침내 天下平定(천하평정)을 마친 주인공은 전 무림의 성대한 환호와 극진한 대우를 받으면서 그간 자신을 연모해온 미녀들 중에서 자신이 점지해둔 세 명의 절세미녀를 아내로 맞이하여 결혼식을 치르게 된다.
그리고 주인공은 이제 피비린내 나는 무림에서 은퇴한다. 이에 무림 전체가 誠金(성금)을 모아 마련해준 경치 좋은 山莊(산장)에서 은거하여 그 이후 오래오래 잘 살아간다는 것으로 끝이 난다. 해피엔딩이다.
이런 종류의 무협소설은 일종의 ‘성장소설’에 속한다. 그렇기에 읽는 독자 자신이 마치 주인공이 되어 성장해가는 것 같은 즐거움을 준다.
하지만 영원히 행복한 법은 세상에 없다. 다만 소설에선 절정의 장면에서 막을 내릴 뿐이다. 그 뒷 스토리를 생각해보면 마냥 좋은 일만 있을 수가 없다.
무협소설 역시 인간의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인간이 살아가는 것에는 하나의 흐름이 있으니 바로 운의 순환이다.
이에 무더운 여름 날씨로 지친 독자들을 위해 운명의 12 절기에 따른 각 단계의 일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보았다. 음미하시면 재미가 있을 것이라 본다.
운명 12 절기의 단계별 상황
입춘 返本還元, 반본환원
경칩 無中生有, 무중생유
청명 枯木回春, 고목회춘
입하 陽氣發榮, 양기발영
망종 江湖出道, 강호출도
소서 日就月將, 일취월장
입추 打通玄關, 타통현관
백로 就功成名, 취공성명
한로 乘勝長驅, 승승장구
입동 天下平定, 천하평정
대설 金盆洗手, 금분세수
소한 閉關修鍊, 폐관수련
앞서 얘기된 모든 것들이 이 속에 다 들어가 있다. 다만 소한의 폐관수련에 대해서는 해피엔딩으로 끝을 내는 바람에 생략되어 있을 뿐이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운명 12 절기가 갖는 단계별 상황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설명 드리고자 한다.
김태규의 희희락락호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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