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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2년 9월 마포대교에 조성된 ‘생명의 다리’가 철거를 앞두고 있다. 제일기획이 아이디어를 내고 삼성생명이 서울시와 MOU를 체결해 후원하며 조성된 이 조형물은 오히려 자살을 양산한다는 악의적 여론에 밀려 시민들의 높은 호응에도 불구하고 철거를 맞게 됐다. ⓒ스카이데일리
죽음을 생각하고 한강을 찾았던 이들에게 생사의 길목에서 마지막 희망의 메시지를 선물했던 ‘생명의 다리’가 오는 9월 철거된다.
생명의 다리는 지난 2012년 9월 조성됐다. 유독 투신자가 많아 ‘자살의 다리’라는 오명을 얻은 마포대교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투신을 방지하기 위해 제일기획이 아이디어를 냈고 삼성생명이 서울시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해 조성된 것이다.
해당 조성사업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으며 이 아이디어로 칸 국제광고제,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등 다수의 광고제에서 무려 39개상을 수상했다.
이 같은 반응에 힘입어 이듬해 11월에는 마포대교와 함께 ‘자살의 명소’로 손꼽히는 한강대교에 똑같은 시설이 설치됐다.
하지만 삼성생명과 서울시 등은 경영비용 절감 등의 이유로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생명의 다리’는 오는 9월 없어진다.
생명의 다리 조성 이후 모든 관리는 삼성생명에서 담당했다. 11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밤중에 사람이 다리를 건너면 이를 감지하는 센서와 그에 대한 교체비용, 기존에 설치된 조형물 관리·유지 비용 등으로 연간 1억원이 들어갔다. 삼성생명 또한 기업의 사회공헌, 이미지를 제고하는 차원에서라도 비용을 기꺼이 부담했다.
그러나 의도와는 다르게 생명의 다리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과 조성사업 후 투신자살자 수치가 늘어난 것만 가지고 곱지 않은 식으로 이를 보도한 언론의 태도는 서울시와 삼성생명 측의 노력에 찬물이 됐다. 결국 여론을 견디다 못한 시와 삼성생명은 철거를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생명의 다리가 철거된 이후 자살을 결심하고 다리를 찾는 이들의 발길을 어떻게 돌릴 것인지에 달려있다.
이에 서울시와 삼성생명의 얘기를 들어보고 직접 마포대교를 찾아가 살펴본 결과 향후 자살방지를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해보였다.
▲ 마포대교 교량 난간을 따라 나열된 희망의 문구들은 중앙 간이전망대를 향해 연속성을 띄고 있다. 문구와 문구 사이에는 위로가 필요한 이들의 전화를 기다리는 ‘생명의 전화’가 있다. 중앙 간이전망대에는 힘든 이를 위로하는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스카이데일리
‘악성 여론’ 커지자 서울시·삼성생명 ‘철거’…서울시, “포괄대책 마련할 것”
서울시와 삼성생명 측에 따르면 이번 철거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마포대교 생명의 다리가 오히려 ‘투신자를 양산했다’는 여론이 커졌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서울시가 발표한 ‘마포대교 생명의 다리 조성 후 투신자수 추이변화’와 최근 시 자료를 보면 생명의 다리는 2012년 9월 조성됐는데 이 해 마포대교에서 투신을 시도한 이는 총 15명이었다.
그러나 이듬해 93건, 지난해 184건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집계된 한강 전체 다리에서 투신시도가 396건이었던 감안하면 약 절반가량의 투신시도자가 마포대교를 찾은 셈이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측은 일부 과대 해석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삼성생명 관계자는 “투신시도자 집계 방식이 달라져 투신자가 대거 몰린 것처럼 부각됐다”고 말했다.
정확한 집계가 불가능했던 과거와 달리 생명의 전화를 이용해 상담하는 이들과 힘든 마음을 주체 못하고 난간 근처에서 서성거리다 순찰 중 발견된 이들까지 모두 집계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또 그는 “생명의 다리의 관리를 위해 연간 1억원 가량의 금액이 지출되지만 사회공원 차원에서 했던 것이기 때문에 호평을 받을 때에도 이를 전면에 드러내지 않았었다”며 “일부 부정적 여론이 생기면서 서울시와 협의 끝에 철거를 결정하게 돼 아쉽다”고 덧붙였다.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서울시 관계자는 실제 투신 및 투신을 시도하는 인원은 대거 증가했지만 생명의 다리 조성 후 생존율이 높아지는 등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 마포대교 교량 난간에 설치된 문구들. 희망적 내용이 주를 이루며 일부 문구는 유명 인사들의 격려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스카이데일리
문제는 철거 이후다. 자살을 생각하고 이를 시도하기 위해 다리를 찾았다가 다리 난간에 쓰인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라는 등의 문구를 보고 발길을 돌렸다면 이제는 그런 예방기능조차 기대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생명의 다리가) 투신예방을 위해 ‘감성’에 호소하는 방식이었다면 향후 자살자 발생 자체를 막기 위한 실효적인 대책 마련을 강구중이다”고 말했다.
폭염 속 ‘철거소식’ 아쉬움 발길 이어져…“10·20대 투신비율 나머지 연령대 압도”
사라진다는 생명의 다리를 지난 5일 찾았다. 기자가 생명의 다리가 조성된 마포대교를 찾은 날은 낮 기온이 영상 35도로 오른 정오 무렵이었고 폭염주의보까지 내려진 상태였다.
여의도 마포대교 남단부터 북단으로 올라가봤다. 마포대교 난간을 따라 희망적인 메시지가 교량 난간을 따라 설치돼 있었다. 남단에서 북단 방향으로 각각 200m, 320m, 400m 간격으로 양 방향에 간이 전망대가 조성돼 있었고 문구는 중앙전망대를 향해 연속성을 띄고 있었다.
문구는 익히 알려진 것과 같이 ‘희망’을 담고 있었다. 유명 인사들의 조언도 담아져 있었다. 첫 번째 전망대를 지나 다음과 같은 문구를 읽을 수 있었다.
‘비밀, 있어요?’, ‘아무한테도’, ‘말 못하고’, ‘혼자서 꾹꾹’, ‘담아온 얘기’, ‘시원하게’, ‘한 번’, ‘얘기 해봐요’, ‘그럴 때, 있잖아요’, ‘모르는 사람’,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막 하소연’, ‘하고 싶을 때’, ‘지금 한 번 해봐요’, ‘당신의 얘기’, ‘하고 싶을 때’, ‘자, 당신의 얘기 한번 해봐요’
교량의 난간에 새겨진 이 문구들을 읽으며 걸어갔다. 이 문구의 끝에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이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상담해주는 ‘생명의 전화’와 자살하는 사람을 발견했을 때 즉각 연락할 수 있는 ‘119’와 연결되는 ‘생명의 전화’가 위치했다.
태양이 남중고도에 오른 뜨거운 정오시간임에도 일부 방문객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곧 사라진다는 이곳이 철거되기 전 찾았다고 말했다. 기자와 차로 진행방향 반대편에 있던 커플을 제외하면 모두 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여학생들이 이곳을 찾았다.
마포대교 북단에서 걸어오다 기자와 마주친 두 여중생은 “다리를 건너오며 문구 하나하나를 읽어보니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 이곳 관할 지구대 중 하나인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관계자는 “투신자가 몰린 것은 사실이지만 생명의 다리 조성의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으며 폭염을 뚫고 이곳을 방문한 방문객들 역시 “희망을 주는 이곳이 사라진다니 안타깝다”고 전했다. 사진은 마포대교 북단에서 바라본 한강과 여의도 등의 전경 ⓒ스카이데일리
김포에서 왔다는 세 명의 여고생은 “생명의 다리가 없어지면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사라질까 걱정된다”며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 저희가 방문해도 힘이 됐는데 꼭 지켜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포대교의 관할하는 서울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천영하 경사는 마포대교에서 실제 뛰어 내리거나 투신을 고민하다 구조되는 상당수가 이곳을 방문한 여중고생들과 같은 10대 그리고 20대 젊은 층이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천 경사는 “아무래도 가정·학업·취업 등의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한 어린 친구들의 투신 및 투신시도 비율이 상당하다”며 “경험상 30대 이상의 투신비율보다 10·20대 비율이 월등히 높다”고 전했다.
천 경사는 실제 마포대교 사랑의 다리가 매스컴 등에 집중 조명되면서 투신을 목적으로 이곳을 찾는 이들이 급격히 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들이 마포대교로 집중되면서 구조 확률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야 집과 가까운 다리를 이용하겠지만 한강 투신을 결심하고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은 곧장 마포대교로 오는 것 같다”며 “확실히 생명의 다리 조성 이후 이곳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늘었다”고 전했다.
또 천 경사는 죽음에 대한 결심을 마친 이들은 가로등 불빛이 미치지 않는 자리에서 망설임 없이 곧바로 투신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투신 시도자가 많을 때는 마포대교 남단 방향으로 건너가면서 한 명을 구조하고 또 돌아오면서 구조 할 때도 있다”면서 “생명의 다리 조성으로 이곳을 찾는 이들이 는 것은 안타깝지만 동시에 이들을 구조할 확률이 높아졌다”며 조성의 장단점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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