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0º
습도 75%
대전 28º
습도 65%
제주 24º
습도 90%
▲ 역사 칼럼니스트(고구리역사저널 편집인) ⓒ스카이데일리
475년 정월에 신라의 자비 마립간은 화가 자신에게 미칠까봐 두려워서 이미 명활성(明活城)으로 거처를 옮겨갔다. 5월에 고구리 장수 호덕이 백제의 50여 성을 점령하니, 문주는 다시 신라의 자비에게로 도망쳤다. 이에 장수태왕은 자비가 하늘의 뜻을 거역함에 대노해 정벌하려다가, 황태자가 “멈출 줄 아는 것도 귀중한 것입니다. 두 마리의 사슴을 쫓아서는 아니 됩니다”라고 간하니 그만두었다.
6월에 장수태왕이 풍옥태자를 신라의 자비 마립간에게 보내 백제 땅을 나누는 문제를 의논케 하니, 자비는 자신의 딸 둘을 태자에게 바쳐서 시침을 들게 했다. 태자는 자비가 조서를 봉행하지 않음을 책망했고, 자비는 오락가락하면서 단안을 내리지 못했다. 10월에 자비가 웅진 땅을 문주에게 빌려주어 남은 무리를 수습하게 하니 이에 장수태왕은 “유비가 형주를 빌리더니 오와 서로 다투었소. 자비는 필시 문주에게 잠식당할 것이오”라고 말했다.
백제 왕위에 오른 문주는 웅진으로 도읍을 옮겨간다. 이듬해(476년) 8월 문주왕은 해구를 병관좌평으로 삼고는, 대두산성을 수축해 한수 북쪽의 백성들을 옮겼다. 477년에 문주왕이 해구에게 시해 당하자 13세의 맏아들 삼근이 즉위했다가, 3년 만인 479년에 삼근왕이 갑자기 죽자 곤지의 둘째아들인 동성왕이 즉위하게 된다. 그에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 충남 공주에서 매년 열리고 있는 백제문화제. [사진=필자 제공]
탐라의 사신이 고구리로 내조하러 오는 도중에 백제에게 잡혔다가 설득당해 서로 소통하더니, 백제는 탐라의 주인을 좌평으로 당시 사신을 은솔로 봉했다. 탐라는 영락제 시절에 고구리에 항복한 후 매년 조공을 바쳐왔었는데 다시금 두절되게 된 것이다. 전에 장수 호덕이 송나라로 들어가려던 백제의 사신을 해(海)에서 사로잡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백제가 고구리로 오려던 탐라의 사신을 가로막은 것이었다. 서로 장군멍군인 셈이다.
477년 백제 문주왕은 궁실을 중수했고, 왕후 해(解)씨가 병관좌평 해구와 상통해 정사를 함부로 주물렀다. 자신의 세력이 없던 외톨이였던 문주왕은 아우 곤지를 내신좌평으로 삼고 삼근을 적윤(동궁)으로 삼아 해씨를 위안했으며, 해씨가 혼인 이전부터 해구와 상통했고 해구가 자신의 종형(또는 이복형)이었기 때문에 막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7월에 곤지가 갑자기 죽었는데, 왕후 해씨가 짐독으로 죽였다고 한다.
▲ KBS드라마 ‘천명’에서 묘사된 전설속의 새 짐조. 그 깃털을 술에 담그면 독주가 된다고 한다. [이미지=필자 제공]
<일본서기> 웅략왕조에 “5년(461) 여름 4월 백제의 가수리군(加須利君=개로왕)은 아우 군군(軍君=곤지)에게 ‘너는 일본으로 가서 천황을 섬겨라’고 말하니 군군은 ‘상군(上君=개로왕)의 명에 어긋날 수는 없습니다’”와 “20년(475) 겨울 고구려왕이 군사를 크게 일으켜 백제를 쳐서 멸망시켰다. (중략) <백제기>에서 전하기를 고구려 대군이 와서 왕성이 함락되었고, 국왕 및 대후와 왕자 등 모두가 적의 손에 죽었다.”라는 기록으로 볼 때 개로왕과 그 왕자들이 죽을 당시 곤지는 아마도 왜국에 있다가, 왕이 된 형 문주가 부르자 백제로 돌아왔다가 독살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9월에 문주왕이 서원으로 사냥을 나가자, 해구가 자신의 심복신하를 시켜 몰래 엿보아 죽였으나, 자신은 보위에 오르지 못하고 동궁인 삼근을 세웠다. 삼근은 나이 겨우 열 셋이었으나, 남을 으르는 힘이 있고 능히 복속시킬 수 있어서, 해구의 딸을 처로 삼았다.
해구의 처 진(眞)씨는 해구가 왕후 해씨와 서로 놀아나는 것이 싫어서, 삼근에게 “모후가 첩의 지아비와 상통해 폐하를 위해하려 합니다. 폐하께서는 응당 신첩의 오빠인 진남과 함께 계획을 세워 그들을 쳐야 합니다”라 고하니, 삼근은 그래야겠다면서 진남을 위사좌평으로 삼고는 위졸 2천여 명을 늘려 훈련시켰다. 해구는 해씨에게 삼근을 죽이라고 말했으나 해씨는 자신이 낳은 아들인지라 그럴 수도 없었고, 진씨 모녀 또한 등용돼 출사하고 있는지라 삼근왕을 보호하기에 만전을 기하고 있었다.
장수태왕이 이 소식을 듣고는 황손(문자명제)에게 “문주는 얌전하고 유약해 끝내 자신을 죽게 했고, 해구가 임금을 죽이는 것 또한 필경 호랑이가 노루 잡듯 쉬울 것이다. 사람을 등용해 권한을 주고 세력을 옮기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것이다. 훗날 네가 임금이 되거든 꼭 이 말을 세 번씩 떠올려라”라고 교훈으로 가르쳤다. 태왕은 아끼는 딸 경공주를 황손에게 비로 삼아주고 나라를 물려 줄 뜻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런 말을 한 것이라고 기록돼있다.
478년(무오) 3월, 해구가 은솔 연신과 함께 대두성에 의거하고 있을 때, 진남이 2,500명의 위졸을 데리고 가서 이들을 쳤다. 진남의 조카 진로가 날랜 자 5명을 추려 물길로 성을 깨고 들어가 해구를 사로잡아 목을 베어버리니, 연신은 고구리로 도망쳐서 귀화를 청하게 되고 장수태왕이 이를 받아주라 명했다. 화가 난 삼근왕은 연신의 처자식을 웅진의 저작거리에서 찢어 죽였다. 해구의 처는 내응해서 공을 세웠기에 국대부인이 되었고, 삼근왕과 상통해 아이가 생겼다는 말도 있었다고 한다.
▲ 사람을 찢어 죽이는 거열형을 집행하기 직전의 드라마 속 한 장면. [이미지=필자 제공]
9월, 백제 삼근왕은 대두산성을 두곡으로 옮겨갔고, 고구리 조정은 연신에게 백제 삼근왕을 토벌하기 위해 해구의 남은 무리들을 모으게 했다. 삼근왕은 열다섯 어린 나이에 해구의 처 진씨와 그 딸을 처로 삼았으며, 또한 곤지의 처 진선을 첩으로 삼고는 음란하게 날을 지새웠고, 곤지와 진선 사이에 태어난 아들 모대(牟大)를 수양아들로 삼았다. 겨우 한 살 아래인 모대는 삼근을 아비로 잘도 받들었고, 게다가 담력도 있고 활도 잘 쐈으며 몸가짐과 범절이 매우 좋았기에 삼근은 그를 곁에 가까이 두고 정사를 맡겼다.
모대의 어미 진선은 총애를 받음이 최고였으나 슬그머니 자리에 눕더니만 병으로 죽었다. 항간에는 모대를 위해 스스로 짐독을 먹었다고도 하는데, 이는 해구의 처가 유포한 소문이었다. 11월에 모대가 즉위하고는 삼근왕이 죽었음을 세상에 알렸다. 해구의 처와 딸 모두는 삼근왕이 언제 무슨 까닭으로 죽었는지 몰랐다고 한다. 모대는 해구의 처 진씨의 마음을 얻기 위해 삼근을 섬겼던 해구의 딸을 처로 삼았다고 기록돼 있는데, 모대가 삼근왕을 시해하고 스스로 왕위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이가 바로 백제 중흥기의 군주 동성대왕(東成大王)인 것이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