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6-10-12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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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포커스]-전국 집창촌 잠입르포(上-수도권)
그녀에 칼 겨눈 헌법…그 위에 켜진 ‘사창가 홍등’
그녀에 칼 겨눈 헌법…그 위에 켜진 ‘사창가 홍등’
헌법 위 그녀들 여전히 일한다…생존의 사투, 꿈꾸는 삶 속 ‘존엄한 인권’
지난달 31일 헌법재판소(이하·헌재)가 성매매특별법에 대해 다시 한 번 합헌결정을 내리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번 결정은 ‘자발적 성매매 처벌’도 합헌이라는 점이 이슈였다. 특히 법의 당사자인 성 노동자가 직접 헌법소원을 냈고 그에 대한 결정이어서 관심의 대상이 됐다. 성매매여성 인권 단체 및 여성단체 등에서는 이번 결정이 현실을 무시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2000년대 초반 법 제정 당시부터 성매매 여성 당사자들의 의견은 듣지도 않은 채 급작스럽게 법안을 통과시켰고 700억원으로 할당된 성매매여성지원금은 어디로 썼는지도 몰라 국민감사청구가 들어가기도 했다. 시민단체 등 사회 일각에서는 성매매특별법이 과연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한 법인지 세금을 걷기 위한 법인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가 정말로 성매매 여성들 처우를 해결하고 그들을 도울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헌재의 결정 이후 스카이데일리는 서울(영등포·천호동), 파주, 대구, 부산 등을 중심으로 이른바 성매매 집결지(집창촌, 사창가)를 집중 취재했다. 성매매특별법의 당사자인 성매매 여성들의 진짜 목소리와 의견을 듣기 위해서다. 이들은 헌재 결정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 자체를 꺼려했다. 성매매특별법이 이해할 수 없다는 이들도 있었다. 생사를 넘나들며 생계를 위해 일을 하는 이들도 있었고 결혼을 하고 싶어 하는 이들도 있었다. 결혼을 해 가정을 꾸리고 싶어하는 보통 여성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스카이데일리가 헌재의 자벌적 성매매 처벌 합헌 결정과 함께 이에 대한 당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이슈 포커스 시리즈로 이른바 ‘집결지 현장’ 잠입르포를 통해 취재했다.

 ▲ 헌법재판소의 ‘자발적 성매매 처벌’ 합헌 결정에 시민사회단체 일각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당사자인 성매매여성들 일부에서는 법 자체를 이해 못하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사진은 경기도 파주시 소재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집창촌) 모습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특별 취재팀=민현배·정성문·임현범·신정연 기자]  지난달 31일 ‘자발적 성매매’ 처벌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 발표가 있었다. 관계업계 종사자들에 따르면 합헌이라고 하나 실제 ‘성매매 집결지’(사창가, 집창촌) 상황은 달라진 것이 없다. 언제나 그랬듯 ‘성매매 여성들이 모인 집결지’(이하 집결지)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오히려 관련 종사자들은 이번 헌재 판결 때문에 전국 집결지 분위기만 어수선하다고 전했다.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아서 먹고 사는 게 걱정되는데, 이번 판결 때문에 더 힘들어 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천호동…“헌법재판소 결정 할말 없다” 냉랭, “무조건 막으면 어떻게” 분개
 
기자는 평일 낮 서울의 대표적 집결지 중 하나인 천호동 텍사스촌을 찾아갔다. 점심시간이 막 지난 터라 거의 대부분 업소가 문을 닫았었다. 그 중 한 군데 업소가 문을 열었다.
 
빨간 조명등 아래 두 명의 여성이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 명의 여성 중 한 명이 먼저 기자를 발견하고 문을 열고 호객행위를 시작했다.
 
열린 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기자임을 밝히고 ‘헌재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취재 요청을 제의했다. 기자라고 말하자 여성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그는 “아는 바도 없고 할 말도 없다”며 문을 열어주며 나가라고 손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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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가 넘어섰다. 일반 직장인들은 퇴근을 준비하는 시간이었다. 반면 천호동은 시계가 거꾸로 돌아갔다. 검은 커튼으로 가려졌던 천호동의 속살들이 드러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커튼이 걷어지자 유리문 너머 한두 명씩 여성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화장을 하는 여성부터 고데기(머리카락 인두기)로 머리를 마는 여성까지 유리문 너머 여성들은 남의 시선이 익숙한 듯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일에 전념했다. 머리 손질에 여념이 없는 여성의 업소를 찾았다.
 
손님이 들어오자 연신 밝은 미소를 보였다. 하지만 신분을 밝히자 표정이 역시 어두워졌다.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나가라”는 말만 반복했다. 정중하게 다시 말을 걸었다. 돈을 지불하고 성매매 대신 인터뷰를 할 수 있냐고 재차 물었다.
 
그는 ‘화대’란 말에 잠시 생각하는 듯 했으나 “무슨 질문 할 것이냐”고 매몰차게 반문했다. 이번 ‘헌재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 의견을 묻자 “그런 쪽에는 할 말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는 “지금 시간은 아가씨가 가장 바쁜 시간”이라며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집결지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이번 ‘헌재 판결’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 보였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 낮에 찾은 서울 천호동 일대 집창촌은 썰렁했다. 이번 헌재 결정에 대해 의견을 묻자 업소 여성들은 손사래를 치며 답변을 아예 거부했다. ⓒ스카이데일리
 
‘천호동 텍사스촌’ 입구에는 ‘한터 전국 연합회 천호지부’가 있다. ‘한터 전국 연합회’는 성매매 여성 노동자들의 이익과 인권을 대변하는 단체다. 2층에 위치한 한터 천호지부에 올라갔다. 입구에는 업주 외 출입금지라는 선명한 팻말에 붙어 있었다. 노크를 하고 정중하게 취재 요청을 했다. 그러나 이곳 역시 마찬가지였다. “할 말이 없다”는 거친 말과 함께 문은 ‘쾅’ 닫혔다.
 
‘천호동 텍사스촌’ 입구에서 해가 떨어지길 기다렸다. 해가 떨어지고 밤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조금씩 남성들의 발걸음이 집결지 안으로 향했다.
 
기자는 또 다시 집결지 안으로 들어갔다. 오묘하게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아래로 여성들이 호객 행위를 하고 있었다.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짧은 치마를 입고 호객행위를 하는 한 여성은 지난겨울 천호동 일대 재건축 취재를 하면서 기자와 안면을 튼 사이였다.
 
하루에도 수십 명이 지나가는 이 거리에서 성매매 여성이 기자를 알아볼 리 만무했다. 여성에게 가까이 다가가 지난겨울 재건축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자 반가운 미소를 보였다. 인터뷰를 요청하자 그는 순순히 응했다.
 
성매매 여성은 이미 기자인지를 아는 터라 쉽게 이야기가 진행 될 수 있었다. 이번 ‘헌재 판결’에 대해 물었으나 그는 입을 다물었다. 이야기의 방향은 다른 곳으로 흘렀다.
 
30대 후반이라고 밝힌 G씨는 미혼모라고 했다. 그는 “젊었을 때에는 직장생활도 하고 이리저리 분주하게 살았다”며 “그러나 아기가 생기고 더 이상 직장 생활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여러 군데 이력서를 냈지만 불러주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고 차분하게 말했다.
 
그에게 지인들은 공장이라도 가서 일하지 왜 그런 곳에 일하느냐고 반문도 한다고 했다.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학력이었다. 중학교 중퇴의 학력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곳은 너무나 제한적이었다.
 
요즘 공장에는 고졸이상의 학력만 뽑기 때문에 쉽사리 취업의 길은 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식당에서도 일은 했지만 점점 커가는 아이와 집안의 가장으로서 생계를 책임지기란 어려웠다.
 
“식당일을 하면 월급 150만원이고 많이 받아봐야 200만원 조금 넘어요. 그걸로 생활비를 충당하기란 너무 힘들죠. 카드빚, 대출 등등해서 빚더미에 앉았어요. 어쩔 수 없이 이쪽으로 나오게 됐어요”
 
그도 적지 않은 나이에 거리에 나와 모르는 남성들에게 얼굴을 보여준다는 게 부끄럽기도 했다. 그러나 커가는 자식을 위해서,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 이 길을 선택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저도 부끄러워요. 얼굴 팔리는 게 부끄러워요. 현실과 이상은 다르죠. 미혼모에 대한 나라의 지원이 있는 줄 아세요. 나라에서는 지원도 안 해주면서 내 몸으로 내가 밥 먹고 살겠다는데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지 궁금하네요”
 
“천호동뿐만 아니라 다른 곳도 한 번 둘러보세요. 20대 젊은 여성들은 이쪽에 잘 오지를 않아요. 사창가는 30대 초반부터 40대 초반까지 거의 다가 가정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이곳에 나와 있어요. 기자님이 생각해보세요. 잘 먹고 잘 사는 사람이 이쪽에 나오겠어요”
 
30분 남짓 지났을까, G씨는 “이야기는 쓰는 건 상관없어도, 내 이름은 밝히지 말아 달라”며 기자와 헤어졌다.
 
서울 영등포…알고보면 얼마 못벌어 “힘들지만 돈 벌어서 시집갈래요” 소박한 꿈
 
100년의 유흥역사를 자랑하는 서울 영등포 일대 역시 집결지로 유명하다. 영신로24길에 위치한 영등포 집결지는 주말 저녁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금요일(8일) 저녁 술에 취한 중장년층의 남성들이 화려한 불빛 속으로 미끄러지듯 집결지 안으로 흘러들어갔다. 그 중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남성들의 무리도 간혹 보였다.
 
기자도 양쪽으로 늘어선 영등포 집결지 안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시계 바늘이 새벽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경기가 안 좋아서인지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 늦은 밤 찾은 서울 영등포 집창촌은 ‘성’을 사려는 남성들이 끊임없이 나타났다. 이곳의 어떤 여성들은 결혼에 성공해 떠나기도 하면서 평범한 꿈을 포기하지 않는 남아 있는 여성들의 고백이 안스럽게 다가왔다. ⓒ스카이데일리

한두 명 어깨동무를 한 중년의 남성들이 유리문 너머 여성들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가격 흥정을 하고 있었다. 기자는 돈은 지불하나 성매매 대신 인터뷰를 요청했다. 인터뷰에 응한 K씨는 천호동 집결지 여성과 달리 30대 초반의 젊은 여성이었다. 그녀는 “돈 벌이 때문에 이곳에 일한다”고 말했다.
 
그 역시 큰돈을 벌고 싶지만 배운 게 없어 이곳에 일을 하게 됐다고 했다. 짧은 학력으로는 사회에 발을 붙일 곳이 없었다. 그래서 찾아온 게 영등포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고향이 전라도인데 서울에서 일하면 아는 사람도 없고 일하는데 전혀 문제되지 않는 것 같다”며 “몇 년 빡세게(열심히) 일해서 돈 벌어 시집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집결지에 일하면서 시집을 잘 간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아무리 성(性)을 파는 직업이지만 이곳 사람들도 정이 들어서 이곳은 떠날라 치면 서로 슬프다고 전했다.
 
“이곳에서 남자 잘 만나 결혼 하는 언니들도 있어요. 그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죠. 이런 곳에 일하는 나를 누가 거들떠볼까라고 생각도 하지만 저도 여자이다 보니 좋은 가정을 한 번 꾸려보고 싶어요”
 
결혼 이야기가 나오자 K씨는 더 이상의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속칭 숏타임(짧은 성매매시간)의 종료를 알리는 타이머가 방안을 울리자 마치 기다리기나 한 듯 그는 방을 나갔다. 기자 역시 유리문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서울 천호동 텍사스촌·영등포역 집창촌=정성문 기자]
 
파주 용주골…예전만 못하지만 여전히 성행하는 유명세 집결지 ‘호기심 남성 단골로’  
 
 ▲ 경기도 파주의 용주골은 전국 최대의 집창촌 중 하나다. 성매매특별법 이후 그 위세가 줄었다고하지만 여전히 남성들이 탄 차들로 북적였다. 차를 이용해 업소를 둘러본 후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다. ⓒ스카이데일리

경기도 파주시 파주읍 연풍리에 위치한 ‘용주골’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성매매 집결지다. 국내에 존재하는 홍등가 중에서도 그 규모가 유달리 커서 영화나 소설 속에서 사창가, 집창촌의 대명사로 자주 등장한다.
 
과거 용주골이 성행할 당시에는 무려 250여개 업소에서 1400명 이상의 성매매 여성들이 일했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그 규모가 예전만 못하지만 아직까지도 대표적인 성매매 집결지로 그 유명세를 이어가고 있다.
 
완연해진 봄기운으로 부쩍 따뜻했던 지난 7일 기자는 경기도 파주읍 연풍리에 위치한 용주골을 찾았다. 서울에서 출발해 약 1시간40분가량 달려 용주골이 있다는 연풍삼거리에 도착했다. 사람 사는 곳이 그렇듯 여느 동네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버스 정류장 인근에서 남성들이 무리를 지어 몰려있는 모습이 종종 목격됐다. 용주골을 찾기 위해 연풍삼거리에서 번화해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 봤지만 용주골은 보이지 않았다.
 
인근 편의점에 들러 용주골의 위치를 물어봤다. 연풍삼거리에 도착하기 전에 보였던 다리 바로 왼쪽에 입구가 있고 그 인근지대가 모두 용주골이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오래 살았다는 그에게 최근 용주골의 상황에 대해 물어봤다.
 
편의점주는 “20년 넘게 이곳에서 살았는데 예전엔 1000명도 넘는 아가씨들이 있을 만큼 성행했지만 지금은 재건축이다 뭐다해서 줄어든 게 사실”이라며 “100명 안팎의 아가씨들이 일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예전만 못하지만 여전히 용주골을 찾는 남성들은 많다”고 전했다.
 
가게를 뒤로하고 용주골을 찾기 위해 방향을 틀었다. 연풍교 인근 실개천을 따라 붉은 조명이 이어져 있었다. 과연 그의 말대로 연풍교를 건너기 직전 청소년출입을 금지하는 팻말 하나와 작은 골목길이 보였다.
 
차량 하나가 겨우 들어갈 정도의 작은 골목이었다. 차를 몰고 골목 안으로 들어가니 왼쪽부터 붉은 조명이 켜진 쇼윈도가 펼쳐졌고 그 앞에는 차량 행렬이 삼삼오오 이어지고 있었다. 차량 안에는 역시나 남성들이 있었고 그들은 차에 탑승한 채 붉은 조명이 켜진 집결지 앞을 천천히 감상하듯 지나갔다. 
 
 ▲ 과거 1400여명이 넘는 여성들이 용주골에서 성매매를 했으나 최근엔 100여명 정도 남아있다고 한다. 용주골은 1층 쇼윈도우를 통해 거래할 여성을 고르고 2층으로 올라가 서비스가 이뤄지는 형태다. ⓒ스카이데일리

쇼윈도 안에는 자극적인 옷차림을 한 여성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슴 굴곡이 훤히 보이는 옷과 아슬아슬한 미니스커트는 남성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여성들은 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남성들을 향해 손짓을 보냈다. 기자가 탄 차가 그 앞을 지나가자 기다렸다는 듯 한 여성이 문을 열고 말을 걸어왔다.
 
“오빠 잘해줄게 놀다가. 가격은 어디가든 다 똑같아”라고 말을 걸어왔다. 무시하고 지나가자 “밥은 먹었어?”라고 물어왔다. 이에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간단한 대화를 시도해봤다. 용주골 방문은 처음이라고 밝힌 뒤 최근 용주골의 모습에 대해 물어봤다.
 
여성은 “뭐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주말이면 찾는 오빠들은 자주 찾아와. 오빠도 잘해줄테니까 여기서 놀다가”라며 “어차피 본관 쪽으로 가면 30~40대 언니들이 대부분이니까 더 둘러보지 말고 빨리 주차하고 들어와”라고 말하며 주차장 쪽을 손짓으로 가리켰다.
 
해당 여성을 뒤로하고 용주골을 한 바퀴 둘러보니 예전만 못하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규모가 다른 곳에 비해 컸다. 드문드문 불이 꺼진 곳이 있었지만 이를 감안하고도 용주골 여성들은 상당히 많았다. 특이한 점은 출구 쪽으로 갈수록 쇼윈도 여성들의 나이대가 높아보였다.
 
신관 20~30대초, 본관 30~40대 영업…그들만의 삶 속에 그들만의 인권 숨쉰다
 
 ▲ 용주골 여성들에게 성매매특별법에 대해 묻자 자신이 하는 일이 불법이라 불안해도 돈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스카이데일리

용주골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연령대는 주로 20대 중반에서 30대중반까지 다양했다. 또 용주골 입구 쪽은 신관, 출구 쪽은 본관이라고 불렀다. 성매매가 불법이기 때문에 간판을 달기 힘들다는 것이 그 이유다.
 
용주골 여성에 따르면 신관 쪽 여성들의 나이대는 20대 중반에서 30대초가 대부분이고, 본관 쪽으로 갈수록 30~40대가 많다고 한다. 10년 넘게 일한 여성도 있는데 이들은 주로 단골 고객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용주골에서 성매매가 이뤄지는 방식은 1층 쇼윈도에 있는 여성을 남성이 선택하면 2층에서 성매매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취재를 위해 직접 업소를 방문하기로 했다. 여성을 선택하니 따라오라며 기자를 이끌었다. 1층 업소와 연결된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니 양 옆으로 여러 개의 방문이 보였다. 흡사 원룸 고시원과 유사한 형태였다.
 
여성이 이끄는 방안으로 들어서자 “오빠, 어떻게 놀거야?”라고 물어왔고 시간대별 가격을 안내했다. 가격은 30분 10만원, 40분 14만원, 60분 18만원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30분이라고 말한 뒤 화대를 지급하자 여성은 현금을 들고 잠시 방문을 나가더니 이내 다시 돌아왔다.
 
기자라는 신분을 숨긴 채 성매매 대신 얘기나 좀 하고 싶다고 말하자 “돈 아깝게 왜 온거야?”라는 핀잔 아닌 핀잔이 돌아왔다. 하지만 이내 여성은 “하긴 이곳에 와서 얘기만 하다가는 오빠들이 더러 있긴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 P씨는 28살로 부산에서 오피(오피스텔)를 하다 이곳에는 얼마 전에 왔다고 전했다. 오피는 ‘오피스텔’의 약자로 집창촌이 아닌 번화가나 시내의 오피스텔에서 성매매를 하는 것을 일컫는다.
 
P씨는 오피에서 일하다 단속 때문에 이곳으로 왔다고 털어놨다. P씨에 따르면 이곳에선 단속이 나와도 업주들만 처벌받고 손님과 아가씨가 처벌받는 경우가 드물다고 한다. 성특법이 시행중이지만 법망을 피할 구멍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
 
조심스럽게 이 일이 불법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계속하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당연히 돈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오피에 비하면 용주골은 단속이 덜하고 단골고객만 확보하면 버는 돈도 훨씬 많다는 것이다.
 
 ▲ 인터뷰를 통해 만난 용주골 여성들은 일반 여성들과 같은 여성이었다. 봄이어서 꽃놀이를 가고 싶어했고 성매매 일을 그만두고 싶어 했다. ⓒ스카이데일리

기자는 업소를 나와 다른 업소로 발길을 옮겼다. 이번에는 신분을 밝히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망설이던 S씨는 익명을 조건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자신을 20대 후반으로 소개한 그는 자기 주변에 가정이 어려워서 이 일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그는 “솔직히 나이에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일이 널렸는데 어려워서 이 일을 한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며 “부모님의 병원비 때문에 사채를 끌어썼다가 빚을 감당할 수 없어서 이 일을 시작한 언니가 한명 있긴 하지만 내가 아는 경우에는 진짜 사정이 어려워서 하는 이들은 소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도 이 일을 오래할 생각은 없다. 돈을 벌어서 까페 하나 차리는 것이 목표”라고 털어놨다. 이윽고 시간이 됐음을 알리는 벨소리가 울렸다. S씨는 “봄인데 꽃놀이도 가고 싶다. 이번 주말에 벚꽃 구경 갔다가 집에 가서 며칠 쉬고 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단골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용주골 여성들은 업무용 폰을 하나 더 갖고 있다고 한다. P씨와 S씨 모두 기자에게 업무용 폰번호를 알려주며 다음에 올 때 미리 연락하고 오면 기다리고 있겠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건넸다.
 
업소를 나오니 시간은 어느덧 새벽 2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밤 12시께 삼삼오오 이어지던 차량 행렬은 눈에 띄게 줄었고, 쇼윈도 속 여성들도 몇 시간 전보다 줄어있었다. 일부 쇼윈도 안 여성들 중에는 남성들을 유혹하기보다 강아지 몇 마리와 놀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용주골을 뒤로하고 서울로 나서는 길에도 남성들의 차량은 드문드문 이어졌다. 과거 대표적인 성매매 집결지 용주골이 과거에 비해 그 위상이 쪼그라들었다고는 하지만 이들을 찾는 남성들과 성매매여성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경기도 파주 ‘용주골’=임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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