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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광일(35·사진) 한국애견행동심리치료센터 원장은 스스로를 반려동물 행동심리분석전문가로 소개한다. 그는 반려견의 행동 하나하나를 분석해 심리치료 등에 이용하거나 교육 방향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한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훈련시키면서도 반려견에 대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특히 반려견이 짖기 전에 왜 짖는지를 마음으로 알아 짖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지요”
정광일(35) 한국애견행동심리치료센터 원장은 반려견의 입장에서 상황을 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반려견의 심리를 알기 위해서 2박3일 동안 케이지에서 스스로를 가두기도 했다. 철저하게 반려견의 시각에서 마주하기 위해서였다.
“군견병으로 군복무를 하며 개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이 때가 1999년이니까 벌써 17년 전이죠. 그리고 제대 후 2002년 훈련사를 직업으로 삼기로 결심했죠.
그는 군복무 중 ‘보수교육’과 ‘군견병 대회’ 등 다수 대회에서 수차례 입상했다. 이 시기를 거치며 그는 스스로 개를 훈련시키는 일이 그가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을 했다.
“전역 이후 지난 2006년까지 애견 훈련사로 활동했어요. 당시에는 다른 훈련사처럼 반려견의 행동을 고치는 것에만 집중했죠. 지금 생각하면 왜 개들이 짖는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 깊은 생각을 안했던 것 같아요”
그는 반려견에 대한 방문훈련을 위해 출장을 다니면서 점차 개의 심리를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반려견의 사소한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개선되지 않는 사례를 자주 접하면서 개의 입장에서 생활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개 심리 이해 위해 2박3일간 케이지 생활…‘콘택트 테라피’ 개발
“견주의 편의를 위해서 훈련을 해 왔어요. 반려견의 입장을 고려 안한 거죠. 왜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지, 왜 개집에 들어가길 거부하는지 고려치 못했던 거에요. 원인에 대한 분석없이 행동 개선만을 기대하다보니 개선이 잘 안됐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직접 케이지에 들어가는 초강수를 선택했다. 개처럼 생활하기 위함이었다. 직원들에게 2박 3일간 자신을 개처럼 다뤄줄 것을 요구했다. 무슨 말을 하던 개가 짖는다 생각하고 못 알아듣는 척 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 정 원장은 반려견의 심정을 직접 이해하고자 케이지에서 2박 3일을 보내기도 했다. 이 시간을 통해 반려견이 왜 짖을 수밖에 없는지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반려견이 불편해하기 전에 미리 편안하게 해주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카이데일리
“처음 12시간은 괜찮았어요. 물 달라고 외치면 물을 가져다주고, 밥 달라 외치면 직원들이 끼니를 챙겨줬죠. 하지만 좁은 케이지 안에서 오랜 시간 몸을 구기고 있다 보니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어요”
화장실에 가기 위해 꺼내달라고 외쳐도 직원들은 묵묵부답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때 직원들 모두가 외출을 했던 것이다. 결국 그는 좁은 케이지 안에서 몸을 웅크린 채 배변을 봐야 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잠까지 청했다.
“참 욕 나오는 상황이었어요. 제 입에서 자연스레 욕이 나오더군요. 그 때 제가 진짜 짖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개들이 짖는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았어요. 그 때부터 개가 짖기 전에 짖지 않아도 될 편안함을 제공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절실하게 깨달았습니다”
케이지에서 나온 그는 오랜 시간을 반려견들과 ‘어떻게’ 교감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장고 끝에 그가 선택한 것이 바로 ‘콘택트 테라피(Contact Therapy)’다. 아이콘택트(Eye Contact, 눈 마주치기)를 기본으로 하는 이 방법은 ‘씨 테라피(C-Therapy)’라 부르기도 한다. 견주와 소통 및 교감을 통해 반려견 스스로의 자발적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다.
반려견 대한 배려 필요성 느껴…애견 ‘행동심리분석전문가’ 활동
“반려견은 배설, 짖음, 물어뜯기 등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합니다. 예를 들어 대소변을 얼마나 잘 가리느냐는 심리적으로 안정이 잘 돼 있는가의 문제와 직결됩니다. 단순히 가르치기만 해서는 안 될 일이죠”
그는 반려견의 행동 하나하나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또 이 같은 반려견의 세밀한 움직임까지 분석하고 연구한 이는 자신뿐일 거라며 자신했다.
“저는 반려동물 행동심리분석전문가입니다. 스스로 그렇게 칭하고 있죠. 견주로부터 의뢰를 받으면 반려견의 행동을 분석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콘택트 테라피를 통해 반려견의 심리를 개선하고 견주에 대한 교육도 진행하곤 하죠”
▲ 애견용품 제조사들은 제품 출시에 앞서 반려견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진행한다. 출시에 앞서 시판해도 괜찮을지 테스트 하는 것이다. 정 원장은 이에 적극 참여한다. 반려견을 위한 애견용품이 늘어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사진은 임상실험 중인 ‘능동적 식사가 가능한 개 식판’ ⓒ스카이데일리
실제로 ‘엎드려’, ‘앉아’ 등 같은 행동도 반려견이 느끼는 감정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몇몇 견주들은 이런 차이를 모르고 인터넷에서 배운 그대로 가르치다보니 반려견이 경비견과 같은 행동 양태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엎드려’의 경우 반려견에게 휴식의 의미가 돼야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사주경계’의 의미로 인식될 수 있죠. 교육 과정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물론 경비견의 경우 그렇게 가르쳐야 합니다. 견종에 맞는 알맞은 교육이 필요한 까닭이죠”
정 원장은 ‘앉아’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반려견에게는 ‘소통’의 의미가 돼야하는데 자칫 ‘복종’의 의미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인터넷에 떠도는 잘못된 훈육법 대문에 견주들이 어울리지 않는 훈련을 시키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강의, TV 출연 등 통해 “애견심리분석 필요성 알리고파”
“제가 추구하는 것은 반려견 자신을 위한 훈련이에요. 사람을 위해서 훈련을 진행해서는 안 되죠. 애견용품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반려견이 사용하는 만큼 이들을 위한 제품이 돼야 해요”
이를 위해 그는 몇몇 애견용품 회사들과 협의해 반려견을 위한 애견용품의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애견을 대상으로 하는 장난감 등 애견용품의 개발에 참여하거나 매뉴얼을 제작·분석하고 임상실험 등을 진행하는 것이다.
“반려견은 냄새를 통해서 사회성 등을 배우죠. 이 때문에 연령·시기 등을 감안해 알맞은 교육과정을 거쳐야 해요. 저희들은 이에 걸맞은 커리큘럼을 짜서 가르칩니다. 가르치는 과정에서 반려견들에게 ‘의무’는 전혀 없습니다. 모두 자발적인 학습을 유도하지요. 이것이 콘택트 테라피의 핵심입니다”
그는 ‘펫’이라는 표현보다는 ‘반려견’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펫이라는 말에는 사람의 관점에서 나의 만족과 나의 즐거움을 위한 관상용 강아지라는 의미가 녹아있는데 반해 반려견이라는 말에는 함께 살아가는 동등한 존재라는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 정 원장은 ‘견권’이 인정받는 세상을 위해 유기견 보호활동에도 동참하고 있다. 동참하는 동료 봉사자 중에는 배우 장나라(사진) 씨도 있다. 그녀는 3년째 한국애견행동심리치료센터에서 봉사활동을 주기적으로 펼치고 있다. [사진=한국애견행동심리치료센터]
“저는 인격을 존중하듯 견격(犬格)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러한 저의 생각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제가 더욱 매진해야 할 일입니다”
견격 존중의 실천을 위해 그는 유기견 보호에도 동참하고 있다. 현재 정 원장이 운영하는 센터에 머무르는 30여마리 중 일부는 구조된 유기견이다.
“유기견 구조 활동은 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하는 것입니다. 이 중에는 배우 장나라씨도 있어요. 장 씨는 특히 적극적으로 나서는 봉사자에요. 장 씨 혼자서 수십 마리 아이들을 구조해서 병원비용부터 관리비용까지 부담하는 모습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광일 원장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텔레비전 프로그램에도 자주 출연한다고 한다. 그는 현재 SBS ‘TV동물농장’에 비정기적으로 ‘심리치료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가끔 출연하고 있다. 스카이펫TV ‘잘살아보시개’에는 ‘마스터 정’이라는 예명으로 ‘행동심리분석전문가’라는 직업을 달고 출연하고 있다.
“사실 2006년 이전에도 훈련사 자격으로 TV에 출연해왔습니다. 하지만 2006년 이후 연구를 진행하다보니 단순한 사람의 즐거움을 위한 방송에 출연하기 싫어져서 작년까지는 방송에 출연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지난해부터 방송에 다시 출연하게 된 것은 스스로 행동심리연구가 일정 수준에 다달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향후 그간 정립한 자신만의 이론을 인터넷 강의를 통해 공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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