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이재명 대세론의 허상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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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후보 공정 기회 보장 없으면 ‘대세론’은 ‘봉쇄론’ 전락할 수도
李출마에 앞서 민주당은 진정 자유민주적인지 스스로 돌아봐야

김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4-05 11:27:53

▲ 대장동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용하면서, 대한민국은 다시 조기 대선을 치르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대선 체제로 전환했고, 이재명 대표는 이르면 8일 당대표직을 내려놓고 경선에 참여할 예정이다. 그의 정치 인생 최대의 승부처가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의 앞길은 녹록지 않다. 사법리스크라는 본질적 문제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며, ‘어차피 후보는 이재명’이라는 기류 속에 비명계 인사들은 경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대세론 뒤에 감춰진 불안정한 내부 구조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으며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이는 전체 사법리스크의 일부분일 뿐이다. 7가지 범죄 혐의(대장동·허위사실공표·제3자뇌물죄·범죄수익은닉죄·배임죄·이해충돌방지법·위증교사죄)로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은 여전히 4건 이상 남아 있으며, 그 가운데에는 대장동 및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등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들이 포함돼 있다.

민주당은 ‘법적 리스크는 정치적 박해의 결과’라며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조기 대선이라는 급박한 일정 앞에서는 어떤 단초라도 치명적 변수가 될 수 있다. 유력 대선주자로서 국민 앞에 설 이 대표에게 ‘무죄 추정의 원칙’만으로는 정치적 면죄부가 되기 어렵다.

문제는 민주당 내부의 움직임이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김동연 경기도지사·김두관 전 지사 등 비명계 주자들이 출마를 타진하고 있지만, 당내 분위기는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어후명(어차피 후보는 이재명)’이라는 신조어가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경선은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냉소도 들린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비명계의 경선 참여는 자칫 자존심만 상한 채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당 안팎에 퍼져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민주당의 ‘위기’는 출발한다. 정당의 경선은 단순히 후보를 뽑는 절차가 아니다. 정당이 국민 앞에 비전과 다양성을 시험받는 공개 무대다. 정해진 결말을 향해 ‘절차적 민주주의’만 흉내 낸다면 그것은 곧 대선 본선 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나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유력 후보라면 내부 경선을 통해 정치적 정당성을 다지는 과정은 더 중요해진다.

이재명 대표의 출마는 이제 시간문제다. 그는 ‘민생 안정’과 ‘경제 회복’을 기치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가 민생을 말하려면 먼저 자신의 사법적 불안 요소부터 국민 앞에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당내 경쟁자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지 못한 경선은 ‘대세론’이 아니라 ‘봉쇄론’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