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박완주(더민주) 의원이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반려동물 사료 국내자급 및 수입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지난 2012년에 9000억원에서 올해 2조3000억원 수준으로 5년만에 2.5배 성장했다. 4년 뒤 2020년에는 시장 규모는 5조8000억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서정호 한국펫산업수출협회 사무총장은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시장은 크게 사료시장, 보건·의료시장, 용품시장 등으로 나눌 수 있다”며 “이 중 사료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정도다”고 설명했다. 올해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2조3000억원임을 감안하면 사료시장은 7000억원 수준인 셈이다. 2020년에는 사료시장이 2조원대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미래 성장동력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국내 반려동물 사료 산업의 현황과 전망을 취재했다. ![]() |

▲ 동물병원, 펫숍 등 소매점에서는 국산 브랜드 사료보다 수입산 브랜드 사료가 많이 팔리고 있다. 반면 국산 사료는 대형 농장 등에 납품하는 도매점에서 많이 취급했다. 사진은 수입산 사료를 주로 판매하고 있는 서울시내 한 동물병원에 한 반려인이 사료를 구매하고 있는 모습 ⓒ스카이데일리
국내 반려동물 사료 시장에서 국산 브랜드보다 수입산 브랜드가 우세한 상황을 보이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 국산 브랜드가 눈에 띄는 성장을 했지만 고급화 이미지는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 사료 시장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서울 중구 충무로의 대형 반려동물 용품점 A전문점을 찾았다. 지하에 위치한 A전문점에는 각종 브랜드의 사료가 쌓여 있었다.
반려동물 사료는 다양했다. 크게 통조림 형태로 돼 있는 습식사료와 과자 형태의 건조사료로 나뉘었다. 개의 종류에 따라서는 어린 강아지가 먹는 자견용을 비롯해 성견용, 노견용, 비만견용, 활동견용 등이 있다.
A전문점 관계자는 “우리 가게에서 취급하는 사료 대부분은 수입 브랜드다. 소비자들이 수입산의 기술력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미국의 식품업체 ‘마즈’의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이 가장 많이 팔린다”고 전했다.
그런데 골목에 위치한 작은 펫숍에서도 수입 브랜드 반려동물 사료가 주로 팔리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강남고속터미널 지하상가에서 한 소규모 펫숍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우리 펫숍에서 판매되는 사료 90% 이상은 수입산이다”며 “국산 브랜드는 CJ, 풀무원 등 대기업 제품이 있다. 중소기업 제품을 찾는 사람이 없어 들여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보기에는 국산 브랜드 제품도 해외 브랜드 못지않은 기술력이 충분히 있는데 잘 알려지지 않아 판매가 부진한 것 같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동물병원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B동물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에서 취급하는 사료 중 국내 브랜드는 10% 미만이다”며 “동물병원에만 들어오는 전용 제품들은 수입제품의 가짓수가 더 많다”고 말했다.
국산 브랜드 사료를 주로 취급하는 곳은 농장 등에 대량으로 사료를 납품하는 도매상이었다. 퇴계로 C도매상의 사장 김모씨는 “우리 가게에서 취급하는 반려동물 사료는 중저가의 국산사료다”며 “큰 농장에 대량으로 납품하기 때문에 수입 브랜드 사료를 취급하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 출처 : 농협경제연구소 및 통계청, 2016년·2020년은 추정치임 ⓒ스카이데일리
저가 사료 치중 국산 브랜드…1~2년새 점유율 50% 육박
반려동물 사료 시장에서 외국 브랜드 제품은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13년 농협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애완동물 관련시장 동향과 전망’자료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사료 시장 70% 이상을 외국계 브랜드가 잠식했다. 다만 최근 국내 대기업의 사료들이 시장 점유율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에 40여개의 프랜차이즈 펫숍을 운영하고 있는 최인영 러브펫코리아 대표는 “지난 1~2년 새에 CJ, 풀무원 등 대기업의 브랜드를 필두로 해서 국산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가 급격하게 점유율을 치고 올라오기 시작했다”며 “3~4년 전만 해도 잘 봐줘야 30%에 불과한 수준이었던 국산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이제는 50%를 약간 밑도는 수준까지 성장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이래로 아직 사료 점유율에 대한 정식 통계가 나오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업계에서는 매출액 기준으로 국산 브랜드가 수입산을 턱 밑까지 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국산 브랜드 사료가 박리다매를 중심으로 하는 중저가 시장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매출액 기준으로 약 50%에 도달했다고 하더라도 수익률이 낮다는 것이 반려동문 전문가들이 공통된 견해다.
조우재 천하제일사료 소장은 “매출액이 아닌 양을 기준으로 한다면 국산이 수입 브랜드를 넘어섰다. 수입산 판매량은 4만7000톤에 불과하지만 국산은 15만톤이다”며 “국산과 수입산의 매출액이 같다고 본다면 국산이 수입산보다 3분의 1 가격에 팔렸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완주 의원은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사료 업체의 주력 사료는 중저가품 사료로 개인이 집에서 기르는 반려동물에게 먹이는 고가 사료 시장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반려동물 사료 시장에서 국산 브랜드 사료들도 결국 고급화로 승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 반려동물 사료 시장 점유율에 대한 최근의 공식 통계가 나오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업계에서는 매출액 기준으로 국산 브랜드가 수입산을 바짝 쫒아온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은 반려동물 용품샵에 진열된 사료들 ⓒ스카이데일리
국내 반려동물 전문가 국산 사료 브랜드 전망 ‘맑음’
국내 반려동물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국산 사료 브랜드의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예측했다. 김성일 펫미디어 대표는 “그동안 우리나라에는 이렇다 할 반려동물 사료가 없었기 때문에 지난 30년간 우리나라 반려동물 사료 시장의 터를 닦고 성장 시킨 것은 수입 브랜드 사료라고 봐야한다”며 “펫숍, 동불병원, 대형마트 등 그동안 잘 닦아 놓은 판매망을 잘 활용하는 수입 브랜드 사료가 시장에서 우세한 것을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국내 사료 기업들은 지난 30년간 시험하고 샘플을 테스트하는 등 경험을 축적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며 “국산 브랜드 사료들도 해외 브랜드 사료에 못지않은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조우재 천하제일사료 소장은 “반려인들에게 샘플을 나눠주고 반려동물에게 국산 사료의 맛을 알게 해준다면 사정이 달라질 것이다”며 “국산 브랜드가 물류비라는 핸디캡이 있는 수입 브랜드 자리를 차지할 날이 올 것이다”고 전망했다.
동물병원에서 만난 3살 포메나리안 견주 하모씨(여·24)는 “사료를 구입할 때 국산 브랜드 사료와 수입 브랜드 사료를 구분하지 않고 더 좋은 사료를 구입한다”며 “국산 브랜드도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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