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3º
습도 35%
목포 19º
습도 65%
▲ 김종우(자유기고가)
지나가는 행인에게 물으면 당연히 부산 범일동 귀금속 상가라고 답한다.
범일동 지하철역 인근에 크고 작은 귀금속 가게 450여 개가 밀집돼 있다. 결혼을 앞둔 선남선녀들에겐 예물을 장만하는 새로운 명소이다.
시인 안도현은 이렇게 읊은 바 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제 한 몸 불살라 누군가를 지펴주고 사라져가는 연탄에 빗대어 ‘당신은 이렇게 사람에 미쳐본 적이 있냐’고 시인은 의미심장하게 묻고 있다.
▲ 대선으로 인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이 ‘전혀, 진짜로 전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영롱한 보석을 볼 때마다 드는 이유는 왜일까? 가슴이 순간 시려진다.
이런 의미에서 범일동에 자리한 ‘다혜 쥬얼리(Jewelry)’는 단지 보석 가게의 이미지 그 이상을 뛰어넘는 상상 이상의 감동을 던진다.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 닦는 인고의 시간을 통해 진주를 품어 내는 조개처럼 아픔 뒤에 찾아오는 아름다운 결과를 잉태(孕胎)하자고 말이다.
“다혜 쥬얼리의 보석이 당신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은 수갑이 되도록 하겠다”는 박진숙 대표는 “성공하는 쥬얼리의 디자이너가 되려면 작가적인 예술성도 중요하지만 비즈니스 감각을 지닌 디자이너가 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어 “세상을 읽을 줄 아는 현실적 감각이 있어야 한다. 문화와 트렌드가 작품에 접목되어야 한다. 정치와 경제와 사회 그리고 문화의 전반적인 관심을 가지고 세상이 돌아가는 것도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 박 대표는 “화가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듯 보석 디자이너도 자신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한다.
한마디로 쥬얼리 디자이너도 이렇게 “할 일이 너무나 많다며 스스로에게 많은 책임감을 부여하자”고 주장한다. 순간 박 대표의 눈동자가 보석처럼 빛난다.
그런데? 요즘 우리의 정치 현실은? 어떨까? 에이. 아닌 게 아니라 얼마 남지 않은 대선으로 요지경(瑤池鏡)이다. 아니 야단법석 투성이다.
불현듯 지어지앙(池魚之殃)이란 고사성어가 생각난다. ‘연못 속 물고기의 재앙’으로 뜻밖의 횡액(橫厄)을 당함을 비유하는 말이다.
원전 여씨춘추(呂氏春秋) 필기편(必己篇)을 보면 이렇다.
춘추전국시대 송나라에 사마환(司馬桓)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에게는 매우 진귀한 보석이 있었는데 그가 죄를 지었다. 그러하자 보석을 가지고 도망쳤다.
보석 이야기를 들은 왕은 욕심이 생겨 측근의 환관에게 속히 처리할 것을 명했다.
환관이 어렵게 그를 찾아내자 “그 보석은 내가 도망칠 때 궁궐 앞 연못에 던져버렸다”라고 말했다.
그러하자 왕은 당장 그물로 연못의 바닥을 훑게 했다.
하지만 보석이 나오지 않자 이번에는 연못의 물을 모두 퍼냈다. 그럼에도 보석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물을 모두 퍼내는 바람에 애꿎은 물고기들만 말라 죽었다.
사실 보석과 물고기는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다. 단지 물고기만 영문도 모른 채 떼죽음을 당했을 뿐이다.
앙급지어(殃及池魚)도 같은 의미의 말이다. 또 ‘죄 지은 놈 옆에 있다가 벼락을 맞았다’는 악방봉뢰(惡傍逢雷)와 ‘고래 싸움에 새우가 죽는다’는 경전하사(鯨戰蝦死) 역시 동일한 말이다.
모쪼록 남은 대선 열기로 인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이 ‘전혀, 진짜로 전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보석을 볼 때마다 드는 이유는 왜 그럴까? 왠지 가슴이 시리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연재기획 ‘반대세의 비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