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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동초]-오태한 전 축구선수
“고난극복 희망전도사 나선 왕년의 축구스타죠”
아마추어 프로축구 선수 활약 중 백혈병 판정…연세대 박사코스 제2인생
김민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1-23 01:04:08
▲ 연세대학교에서 유아특수체육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오태한(사진) 씨는 20년 경력의 전직 축구선수다. 그는 지난 2012년 1월 백혈병 판정을 받았지만 힘든 과정 끝에 마침내 치료에 성공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병을 앓고 나서 달라진 점은 모든 것을 ‘죽는 것’에 비교하게 됐다는 거죠. 고통을 느끼는 것도 살아있어 가능한 것이기에 감사한 삶을 살게 됐죠. 퇴근길 차창 틈으로 불어오는 바람도 내가 살아있어야 느낄 수 있는 것이니까요. 작은 것에 감사하는 사람이 된 것이죠”
 
연세대학교에서 유아특수체육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오태한(35·남) 씨는 과거 프로 무대를 꿈꾸던 축구선수였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축구를 시작한 그는 20년 가까이 그라운드 종횡무진 누볐다. 하지만 대학교 3학년 때 발목 부상을 당하면서 프로무대의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오 씨는 2007년 아마리그와 유사한 개념인 내셔널리그 소속 축구팀 ‘이천 험멜’에 입단해 2년 동안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이후 공익근무요원 신분으로 K3리그(순수 아마추어 축구 리그)인 ‘포천시민축구단(이하·포천)’에서 그는 축구 인생의 새 전기를 맞았다. 그가 입단한 첫 해에 포천은 창단이후 첫 K3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오 씨는 MVP를 수상했다. 이듬해에는 K3리그 축구팀 최초로 FA컵 32강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웃지 못 할 에피소드가 참으로 많았어요. 구단 재정이 넉넉하지 않다보니 선수들이 스스로 밥도 해먹기도 하고, 추운 겨울에 보일러가 고장 나 고생하기도 했죠. 하지만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포천에서는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하며 운동을 하다 보니 역설적이게도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운동하는 것에 감사했던 시절 백혈병 판정에 좌절, 그라운드 복귀 꿈꾸며 치료 전념
 
▲ 오태한(사진) 씨는 대학교 3학년 때 발목 부상을 당해 프로무대의 꿈을 접어야만 했다. 하지만 아마리그와 같은 개념인 K3리그 ‘포천시민축구단’에서 선수 생활을 계속했다. ⓒ스카이데일리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오 씨는 2012년 1월경 몸에 이상을 느꼈다. 처음에는 명절 때 음식을 잘못 먹어 장염에 걸린 것으로 생각했지만, 몸에 멍이 들고 피가 잘 멈추지 않는 등 이상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동네 병원에서 피 검사를 받았지만 주사바늘을 꽂았던 팔에서 피가 멈추지 않았다. 피를 멈추게 하기 위해 팔을 꽉 누르고 있으면 팔 전체에 피멍이 들었다. 결국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진단 결과는 다름 아닌 ‘백혈병’이었다.
 
“사실 큰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죠. 인터넷에서 내 증상을 확인해 보니 ‘백혈병’ 말고는 없었어요. 하지만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죠. 백혈별 판정을 받고 운동을 할 수 없다는 것도 마음 아팠지만, 그보다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더 컸어요. 너무 큰 시련이었죠.”
 
오 씨는 본격적으로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구토가 나오고 머리카락이 빠지는 등의 고통이 뒤따랐지만 버텨야만 했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탓에 면회도 불가능 해 어느 누구도 만날 수도 없는 외로운 시간의 연속이었다.
 
“약물치료를 견디면서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마 많은 사람들은 제 건강을 걱정해 주면서도, 회복되기 어렵거나 회복이 되더라도 정상 생활은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을 거에요. 하지만 저를 걱정해주는 많은 분들에게 건강을 회복해 그라운드에서 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때부터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병마와 싸우게 됐죠.”
 
완치 후 선수로 복귀…어려운 사람 돕고자 유아특수체육 배우며 제2인생
 
오태한 씨는 7개월여 동안 가슴에 관을 꼽은 채 힘든 치료를 이겨냈다. 시간이 지나면서 건강이 차츰 회복되기 시작했지만 그렇다고 그라운드로 돌아가기엔 무리가 있었다. 오태한 씨는 다시 그라운드에 서기 위해 재활을 시작했다. 그는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데 성공했고 다시 포천 유니폼을 입었다. 처음에는 팀이 이기고 있을 때 잠시 출전하던 것에서 차츰 풀타임을 소화하는 주전 선수로 활약했다. 물론 팀 우승에도 기여했다.
 
▲ 투병생활 끝에 백혈병을 이겨낸 오태한(사진) 씨는 1년여 간 축구선수로 활동한 뒤 은퇴했다. 그는 힘든 시간을 보낸 자신의 경험을 통해 어려운 아이들을 돕기 위해 전문 지식을 습득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이후 오 씨는 친정팀인 ‘충주 험멜’ 유니폼을 입었다. 그를 믿어준 구단주와 프로를 향한 그의 의지가 더해진 결과였다. 그곳에서 약 1년여 간 선수생활을 한 그는 새로운 꿈을 이루기 위해 은퇴를 결심했다. 몸이 불편하거나 어려운 아이들을 돕기 위한 삶을 살기로 마음 먹었다.
 
오 씨는 우석대학교 스포츠 대학원(석사과정)에 진학했다. 전공은 유아특수체육이었다. 인생 대부분을 축구와 함께한 그에게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이후 연세대학교 대학원으로 옮겨 지금은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정말 힘들었죠. 내 앞에 어떠한 장애물이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도 몰라 매일 매일이 두려웠죠. 하지만 누군가는 최초가 돼야 하잖아요. 제가 바로 그 최초가 되고 싶어요. 누군가에게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가이드가 돼 주고 싶죠”
 
“아직 무엇을 할 지 구체적으로 정하지는 못했어요. 지금은 눈앞의 과제를 해 나가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어요. 하지만 도움을 주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제가 어느 정도의 전문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는 사실은 알죠.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다 보면 분명 제가 꿈꾸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요”
 
[김민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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