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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현대경포대는 범현대가의 정통성이 숨쉬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이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호텔현대경포도 신축 조감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하 정주영)이 뿌린 씨앗들은 그의 여러 공과를 떠나 우리 경제에 전무후무한 결과를 낳은 것이 사실이다. 한국경제의 주춧돌이 될 만한 기업군단들은 지금 그의 후손들에 의해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현대차그룹, 현대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의 범 현대가는 한국경제 곳곳에서 미치는 위력이 적지 않다. 정주영 사후 범 현대가는 뿔뿔이 흩어진 이산가족이 됐지만 이들 그룹들의 정신적 지주는 여전히 창업주 정주영에게 살아 있다.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이 아버지의 정신적 고향과 같은 강릉에서 의미 있는 사업 하나를 하겠다고 발을 뗀 것은 그래서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정주영의 이상과 꿈을 담은 초현대식 호텔을 강릉 경포대에 건설하기로 한 것이다. 정몽준 의원이 최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은 최근 기존 호텔현대경포대를 철거하고 새로 짖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중공업은 강릉시청에서 강릉시와 ‘호텔현대경포대 신축 양해각서(MOU) 체결식’까지 끝냈다. 현대중공업은 호텔 신축에 총 사업비 2000억원을 투입해 5만2830㎡에 2014년 5월까지 지하 3층, 지상 17층 등 총 20층 160실 규모의 명품 호텔을 짓는다.
호텔현대경포대의 재건축은 단순히 호텔이라는 의미를 넘는다. 이곳은 정주영이 기업을 일으키는데 산파역을 했던 곳이다. 정주영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신을 선포하기 직전이 1971년 강릉 경포대에 당시로써는 랜드마크가 될 만한 호텔을 이곳에 지었다.
그에게 이곳은 휴식처이자 임직원들 간에 단합대회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기업을 일으키는데 필요한 인재를 만들고 소통을 하던 곳이었던 셈이다. 정주영은 매년 여름 이곳에서 신입사원 수련대회를 개최하는 한편 시인, 문학인들과 함께 ‘해변시인학교’에 참가해 대화를 나누었던 곳으로 이름을 날렸다.
정주영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의기투합하면서 현대를 일으켜 세웠다. 둘은 서로 끌고 밀고 하면서 현대라는 거목, 나아가 한국경제의 초석들을 쌓아 나갔다. 이 과정에서 정주영의 혼들이 기업 곳곳에 뿌리내렸다. 그 언저리에 호텔현대경포대가 있다.
호텔현대경포대는 이렇듯 범현대가를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잠재적 ‘아우라’를 가진 곳이다.
일찌감치 정치에 입문한 정몽준 의원은 얼마 전부터 아버지 정주영 후광을 앞세우는 행보를 보여 관심이 모아지던 차였다. 이런 가운데 나온 호텔현대경포대의 신축도 ‘정주영 신드롬’을 통한 범현대가 끌어안기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몽준 의원은 모종의 모멘텀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흩어진 현대가문을 물리적 통합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정신적 연대감을 갖게 하는 일종의 ‘이벤트’는 정 의원에게 긍정적 시너지로 작용할 정치적 에너지다.
범현대가 입장에서도 아버지의 후광을 결코 거스를 수 없다. 현대차그룹이 승승장구하면서 옛 과거의 영광을 찾으며 삼성그룹과 다시 맞수를 둘 정도로 욱일승천 했지만 여전히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을 무시할 수 없는 배경에는 바로 정통성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범현대의 모함격인 현대건설을 우여곡절 끝에 인수하고 철강사업까지 벌이면서 정통성을 승계하려 하고 있지만 여전히 2% 부족하다.
그 2%는 100%에 비견될 만큼 현대차그룹의 정통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고 정몽헌 회장에게 그룹의 후계구도를 물려주려 한 정주영의 정통성을 여전히 빼앗아 올 수 없는 탓이다.
정주영은 과거 제14대 대통령선거에 통일국민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막강한 현금력과 특유의 추진력으로 정치실험을 했지만 정주영은 쓰라린 맛을 보아야만 했다. 선겨결과 김영삼 42.0％, 김대중 33.8％, 정주영 16％, 박찬종 6％ 등의 순으로 사실상 꼴찌였다.
이후 정주영과 현대는 정치적 파문을 겪으며 후폭풍에 시달렸다. 그러면서도 정주영은 북한의 고향을 잊지 못해 판문점을 통해 ‘통일소 500마리’를 실어 나르는 ‘빅쇼’를 벌였다. 이후 금강산 관광을 통한 그의 고향에 대한 애정은 계속됐지만 그 와중에 그는 세상을 등졌다.
그의 사후 후손들은 정치적 외압과 내부다툼으로 내우외환을 겪었다.
이 같은 배경을 감안해 보면 정몽준의 현대중공업이 경포대에 랜드마크를 짖는 것은 적지 않은 의미가 스며져 나온다. 현대중공업의 기반인 조선업은 정주영과 박정희 대통령 간의 의기투합한 정신이 만든 작품이다. 범현대가의 정통성 측면에서 현대중공업그룹은 정주영을 계승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정주영의 꿈이었던 정계진출을 정몽준이 성공적으로 해냈다. 비록 대권도전에는 한 번의 쓰라린 경험을 뒤로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난관이 많지만 정몽준의 꿈은 곧 아버지 ‘정주영 도전’의 재판이라는 점에서 쉽게 꺾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호텔현대경포대의 신축이 남다르게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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