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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대기업 오너일가 중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대외적 이미지는 무척이나 좋은 편에 속한다. 소비자들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으며 유행에도 뒤처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큰 사건에 휘말리며 곤욕을 치른 적도 없고 별다른 스캔들이 없었던 점은 지금의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준 배경이다. 두 번의 결혼과정에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적은 있지만 문제가 될 만한 구석은 없었다.
하지만 경영능력은 이 같은 이미지와는 별개의 문제다. 정용진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둘러싼 논란은 오랜 시간 지속되고 있다. 긍정적 이미지와는 반대로 그가 회사의 실적향상이나 혁신을 이끌었다는 평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신세계 그룹에서 정용진 부회장이 책임지고 있는 부문은 이마트와 그 계열사 경영이다. 동생 정유경 총괄사장이 신세계백화점과 그 계열사 경영을 맡으며 남매는 마트와 백화점 경영권을 나눠가졌다. 출발선에선 오빠가 다소 유리해 보였다. 신세계백화점이 롯데백화점에 비해 다소 뒤처지고 있는 것과 달리 이마트는 대형마트 업계서 1위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남매에 대한 평가는 상반되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의 경우 이마트가 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의욕적으로 추진한 사업이 별다른 재미를 못 보는 등 체면을 구기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정유경 총괄사장의 경우 신세계백화점의 실적향상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신세계 강남점이 매출 규모에서 롯데백화점 본점을 앞지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최근 오프라인 시장의 침체로 이마트의 부진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들의 쇼핑 패턴이 온라인 중심으로 옮겨가기 시작했고 쿠팡, 11번가, 위메프 등 온라인 업체가 치고 올라오는 상황이다. 이마트는 기존 유통강자라는 위치를 적절히 이용하지 못했고 변화에 뒤처지며 적자라는 쓴맛을 보고 있다.
이에 이마트가 꺼내든 카드는 인사개편이다. 이마트는 지난 6년간 회사를 이끌어 오던 이갑수 대표이사를 비롯해 10여 명의 임원진을 교체하기로 했다. 이는 예년보다 빨랐고 파격적인 인사였다. 보다 빠르게 체질을 개선해 시장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정용진 부회장의 거취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은 사뭇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이마트의 실적악화에 대해 정용진 부회장도 적잖은 책임이 있다. 그가 추진한 ‘혁신’들은 대부분 외국의 사례를 카피했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게다가 이것 조차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용진 부회장이 회사의 실적악화를 견인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이마트가 노브랜드는 캐나다의 노네임, 삐에로쇼핑은 일본의 돈키호테,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미국의 코스트코, JAJU는 일본의 무인양품, 스타필드는 영국의 웨스트필드 등을 따라했다는 비판을 가하고 있다. 그리고 이곳들은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2분기 이마트 전문점 부문의 영업손실은 18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160억원보다 더 확대됐다. 문을 닫는 매장들도 속출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온라인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쓱(SSG)'을 앞세우고 있지만 뒤늦은 출발은 경쟁업체에 뒤처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편의점 사업과 주류사업에서도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상반기 기준 SSG닷컴은 17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이마트24도 영업손실 규모가 163억원에 달한다. 제주소주도 6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상태다.
결론적으로 정용진 부회장은 손댄 사업마다 실패를 반복한 셈이다. 때문에 이마트의 실적부진에 정용진 부회장의 책임이 크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러나 정용진 부회장은 인사혁신의 칼날에서 빗겨 갔다. 회사의 위기극복을 위해 대대적 인사개편을 단행하기로 했지만 실적악화의 책임자 중 한명이 혁신의 칼날에서 벗어난 모습은 어딘가 어색하다.
이마트는 상장기업이다. 이마트가 누군가의 개인회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정용진 부회장이 회사의 운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분명한 사실이나 그것이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진 않는다. 정용진 부회장은 자신의 경영실패에 책임을 져야 한다. 스스로가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마당에 대대적인 임원진 교체가 의미 있을 리 없다.
이마트는 분명 지금까지 마주한적 없는 위기와 맞닥뜨린 상태다. 정용진 부회장은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전문 경영인에게 모든 걸 일임하고 자신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각오를 해야 한다. 꼭 경영이 아니더라도 정용진 부회장이 회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양하다. 앞서 말했듯 정용진 부회장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는 이마트의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고 새로운 사업을 홍보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묵묵히 회사를 뒷받침하며 위기 극복의 단초를 제공할 수도 있다. 이마트를 위한 정용진 부회장의 과감한 결단을 기대해 본다.
[강주현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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