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후 약 배송 대상 확대를 반대하는 약사회의 목소리가 거세다. 의약품 변질 위험과 민간 플랫폼이 의료 상업화를 부추긴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약 배송이라는 유통 방식에만 머물지 않는다. 비대면 진료 제도 자체가 본래 취지에서 크게 벗어나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비대면 진료가 처음 도입될 당시의 명분은 명확했다. 도서·산간 지역 주민이나 장애인 등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취약계층의 진료 문턱을 낮추겠다는 취지였다. 의료 복지 사각지대 해소라는 당위성은 비대면 진료 법제화와 시범사업 추진의 가장 강력한 동력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비대면 진료 현장은 본래 목적과 취지가 무색해졌다. 취약계층의 진료권을 보장하겠다던 제도는 어느새 젊은 층의 편의성을 극대화한 ‘의료 쇼핑몰’로 변질되고 말았다.
비대면 진료 이용 실태를 확인해 보면 실망스러운 수치가 눈에 들어온다. 비대면 진료 처방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비만이나 탈모, 발기부전 치료제 등 비급여 진료 항목이다. 이용자 연령대 역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나 산간 오지의 주민이 아닌 20~40대 젊은 층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결국 의료 접근성이 낮아 병원에 가지 못하던 사람들을 위한다던 제도가 손쉽게 비급여 약을 처방받고 싶은 젊은 층의 욕구를 충족해 주는 창구로 전락한 셈이다. 수십 초 내로 끝나는 음성 통화만으로 비급여 의약품 처방전이 손에 쥐어지는 구조 속에서 비대면 진료가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기 마련이다.
게다가 플랫폼도 의료 쇼핑을 부추기듯 수시로 ‘여드름약 최저가 알림’ 등을 발송하고 진료 예약 시 환자가 처방받을 약과 수량을 직접 선택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놨다.
최근에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혈압과 당 수치 검사가 필수적인 만성질환 약제도 환자가 요구하면 검사 없이 처방받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비대면 진료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인공눈물을 필요 이상으로 처방받는 편법이 소셜미디어에 공유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이 이런 편법 처방으로 갉아먹히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약사회가 주장하는 약 배송의 문제 역시 경계해야 할 대목이지만, 이제는 비대면 진료 자체를 근본적으로 돌아보아야 한다. 비대면 진료가 체계적인 의약품 쇼핑몰로 작동하는 한, 약 배송을 막는다고 해서 오남용과 의료 상업화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취약계층을 위한 제도로 설계되었지만 실상은 젊은층의 비급여 쇼핑 공간으로 변질된 비대면 진료의 현주소를 엄중히 점검해야 한다. 비대면 진료가 당초 취지대로 의료 취약계층을 위한 정교한 안전망으로 기능하고 있는지 원점부터 재검토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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