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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봄, 청명한 여름이면 반려견을 데리고 바깥 나들이를 나서는 반려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겨우내 집안에만 있던 반려견들도 그때 만큼은 코를 킁킁거리며 세상냄새를 맡으러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행복한 시간에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진드기다.
진드기는 실외산책이 필수적인 반려견을 키우는 반려인들이라면 하나같이 골칫거리로 생각하는 존재다. 즐거운 나들이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반려인들은 반려견을 씻기거나 옷을 갈아입히는 등 반려견의 몸을 만지다가 피부에 난 정체를 알 수 없는 혹을 발견하게 된다.
반려견 다리(11세)의 반려인은 진드기가 개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진드기 피해를 보고 무척 당황했다고 말했다. 그는 “진돗개 두 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하루는 턱 밑에 큰 종양 같은 것이 잡혀서 암 덩어리라도 되는 줄 알고 밤새 시술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면서 “그런데 자세히 살펴 보니 진드기가 오래 붙어있는 동안 (진드기의) 몸집이 불어난 것이었다. 진드기가 포도알만큼 커져서 깜짝 놀랐다”고 털어놨다.
야생진드기는 집진드기와 종류가 다르다. 주로 풀잎에 붙어있다가 반려견들에게 달라붙는 야생 진드기는 몸이 딱딱한 외피로 덮여 있으며 크기도 3~20mm 정도로 집진드기에 비해 몸집이 크다.
김옥진 원광대학교 반려동물산업학과 교수는“반려견들이 주로 마킹을 하고 냄새를 맡기를 좋아하는 장소들이 풀밭이라 산책 시 자주 가게 되는데 진드기들은 반려견들이 좋아하는 이러한 풀밭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달라붙는다”고 말했다.
진드기 문제가 가장 자주 일어나는 시기는 한창 기온이 올라가는 늦봄과 여름철이다. 다만 가을로 접어들며 기온이 내려간다고 해서 진드기가 완전히 박멸되는 것은 아니며 물림은 꾸준히 지속되니 산책 후 진드기 체크는 필수적이다.
이상철 수의사는 “우리나라에서 참진드기 감염은 계절에 관계없이 연중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계절과 관계없이 외출 후에는 반드시 체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진드기 확인은 털 밑까지 꼼꼼히, 제거 시 전·후 소독은 필수
진드기 유무를 확인할 때에는 눈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털 속을 직접 손으로 쓸어보고 피부를 만져야만 정확한 확인이 가능하다. 머리·목·귀·발 주위는 진드기가 자주 달라붙는 곳이기 때문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김옥진 교수는 “장모종의 경우 털을 들춰서 피부쪽 진드기를 꼼꼼히 살펴야 하며 문제가 되는 계절에는 털을 짧게 깎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반려견이 진드기에 물리면 진드기 내부에 있던 균이 체내로 들어와 물린 부위가 붓고 염증이 생기는 증상이 나타나게 되며 심한 경우 바베시아·아나플라즈마와 같은 적혈구 용혈을 유발하는 충을 감염시킬 수 있다. 또한 보렐리아 균을 감염시켜 뇌막염이 발생하거나 SFTS(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 바이러스를 감염시켜 혈소판감소와 출혈로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이들은 사람에게도 감염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진드기는 제거하는 것도 쉽지 않다. 진드기는 피를 빨기 위해서 반려견의 피부에 억센 입을 박아넣은 채로 버티기 때문에 힘으로만 떼어내려다가는 반려견 피부속에 진드기 입 부분을 남겨둔 채로 몸만 떨어져 나가기 십상이다.
이상철 수의사는 “진드기 제거시 진드기 입부위 갈고리가 피부에 남게 되면 피부염이나 육아종이 발생하여 소양감을 유발할 수 있다” 며 이런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 올바른 진드기 제거 방법을 사용해야한다고 말했다.
이 수의사는 “반드시 진드기는 직접접촉은 피하고 플라스틱 카드나 핀셋을 이용하여 제거해야 한다”며 “진드기는 흡혈로 인한 빈혈보다도 진드기 매개 질환이 더욱 위험하다. 바베시아를 비롯한 리케치아, 바이러스, 세균을 전파하여 강아지뿐 아니라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진드기를 제거할 때 가장 안전하고 좋은 방법은 병원에서 처치하는 것이다” 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떼어낸 진드기를 손으로 눌러 죽이는 경우 진드기가 갖고 있는 병원체가 외부로 터져 나와 전염될 수 있으니 휴지에 싸서 처리하는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특히 뒤처리에 주의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진드기를 제거한 후 사람용 소독약을 사용하는 반려인도 더러 있는데, 사람용 소독약은 자극이 심할 수 있으므로 동물 전용 피부 소독약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만일 가정에서 진드기 제거가 쉽지 않은 경우 즉시 동물병원에 내원해 안전하게 제거하고 사후 조치를 받는 것이 좋다.
내 반려견에 맞는 진드기 예방용품 찾아야
진드기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반려인들이 늘어나면서 진드기 예방용품이 주목받고 있다. 경기도 양평의 시골에서 반려견을 키운다는 한 반려인은 “도시에서는 괜찮은데 시골에서는 무조건 풀숲을 지나가게 된다”며 “가뜩이나 개들도 풀과 흙을 좋아해서 진드기 예방약은 필수용품이다”고 말했다.
진드기 예방약은 크게 진드기 기피제와 진드기 살충제로 나뉜다. 진드기 살충제는 반려견 체내에 흡수되어 진드기를 죽이는 방식으로 사용되며, 진드기 기피제는 간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목걸이나 스프레이 및 바르는 약 등으로 시중에 출시되어 있다.
다만 진드기 기피제의 경우 진드기가 달라붙지 않도록 싫어하는 향이나 성분을 포함한 것으로 사용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진드기를 완전히 예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산책 후 확인이 필수적이다.
반려견 네로(3)와 다리(11)의 반려인은 “강아지들을 집안에서 키우지만 마당과 집안을 오가는 과정에서 풀숲을 자주 돌아다니면서 여기저기서 모르는 새에 진드기를 많이 묻혀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진드기 약을 쓰고 있다”며 “바르는 진드기 약의 경우 한 번 사용하면 충분히 효과가 지속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진드기를 예방할 수 있는 약을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부작용에 대한 걱정은 항상 존재한다. 한 반려인은 “먹는 진드기 약도 있지만 진드기 약을 자꾸 먹이면 몸에 좋지 않을까봐 걱정된다”면서 “바르는 진드기 약도 반려견이 핥을 수 없도록 등줄기에 발라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예방용품 사용으로 인해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김 교수는 “목걸이형 제품의 경우 최근 미국에서 신경마비를 유발해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게까지 한 사례가 있어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어 “반려견이 여러 마리인 집에서는 스프레이나 바르는 제품이 다른 반려견의 몸을 핥아서 약품을 먹게 되어 독성 문제가 유발될 수 있다”며 다견가정에 대해서는 바르는 제품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가장 안전한 방법은 동물병원에서 처방해주는 안전한 약품을 먹이거나 주사제를 이용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 수의사는 사전에 진드기 예방을 위해 반려견 산책시킬때부터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수의사는 “정기적으로 외부기생충 예방을 하고 산책 시 옷을 입히는 것이 좋고 가급적 산이나 수풀, 잔디밭은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정은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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