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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도가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라돈침대’ 유해성 검증에 나서기로 하면서 이른바 라돈침대 사태가 재조명되고 있다. 2018년 유명 침대 매트리스에서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검출되면서 사회 문제로 대두됐으나 아직까지 제대로 된 피해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발암물질 ‘라돈’침대 사태 3년…“국민 생명 등한시하는 文 정부에 실망감 느껴”
지난달 27일 오후 12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호병숙(여·59)씨는 라돈침대 환경보건사건 발생 3년 피해조사 및 대책요구에 대한 1인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호 씨는 이날 시위에서 명확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피해 배·보상을 위해선 라돈침대가 원인이라는 것이 입증돼야한다고 강조했다.
호 씨는 2번의 암 수술을 거친 아픈 몸을 이끌고 매주 목요일마다 12시부터 1시까지 마이크를 잡고 있다. 라돈침대로 인한 국민의 건강피해가 발생한 지 3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여전히 국민의 생명을 등한시한다는 주장이다.
1인 시위가 끝나자마자 기자는 호 씨를 만나 라돈침대 사태와 관련해 구체적인 피해 사례를 들어봤다. 호 씨는 지난 2007년도에 대진침대를 구입한 뒤 자궁경부암과 유방암 등의 투병을 겪었으며 아직까지 병마와 다투고 있다.
평생 건강에 대해서 걱정해본 적 없던 호 씨는 라돈침대로 알려진 매트리스를 10년 넘게 사용한 이후 돌연 암을 얻었다. 그는 “지난 2007년부터 매트리스를 구매하고 라돈침대라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 2018년까지 10년 넘게 사용했다”며 “평생 살면서 건강을 걱정한 적 없었는데 2015년 돌연 자궁경부암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암 유전력도 없는데 2년 뒤엔 유방암이 발병하면서 수술을 받았고 현재까지 암 재발 방지 차원에서 호르몬 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호 씨뿐 아니라 라돈침대로 불리는 대진침대를 이용하고 몸에 이상을 느꼈다는 피해자들만 500여명에 달한다. 그는 “무엇보다 가장 분노를 느끼는 이유는 정작 국민들의 안전을 책임질 의무가 있는 중앙정부의 수수방관식 태도다”며 “사태발생 3년이 지나도록 피해대책은커녕 라돈침대 사용자의 건강피해를 파악하기 위한 제대로 된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라돈침대 피해자 모임 단체는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피해 복구를 위해선 라돈침대 사용자들의 건강피해를 파악할 건강영향조사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피폭선량 연구·평가 결과, 피폭선량이 낮다는 저선량의 이유로 건강영향조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부나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라돈 침대 유해성에 대한 검증을 시도하는 것은 경기도가 처음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과학적으로 유해성 여부를 검증하는 프로그램을 하겠다는 신청이 있었는데, 보조금 교부 사업으로 과학적 실험 테스트를 진행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유해성 검증에는 시민단체인 ‘성남소비자시민모임’이 참여하고, 구체적인 실험 방식은 동물실험 또는 피해자 혈액검사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검증 결과는 올해 안에 나오도록 한다는 목표다.
WHO, 폐암 발병원인 2위 ‘라돈’ 지목…“정작 정부 차원 조사 이뤄지지 않아”
‘라돈침대’ 사태는 지난 2018년 시중에 판매되는 한 침대브랜드 매트리스에서 1급 발암물질로 알려진 ‘라돈’이 검출된 사건이다. ‘라돈’은 암석이나 토양 속의 우라늄이 붕괴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자연방사능 물질로 무색·무미·무취의 기체다.
주로 인체 폐의 피폭을 유발해 폐암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는 폐암 발병원인 2위로 라돈을 지목한 바 있다. 1위가 흡연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라돈은 폐에 가장 해로운 물질 중 하나로 손꼽힌다.
앞서 피해자들은 해당 침대 브랜드를 고발조치 했으나 검찰은 지난해 1월 라돈침대를 사용했다고 직접적인 건강상 문제를 일으켰다고 보기 어렵다며 불기소처분을 내린 바 있다. 검찰 측은 ‘라돈’ 물질이 폐암을 유발하는 건 사실이나 갑상선암이나 피부질환 등 다른 질병과의 연관성은 전 세계적으로도 입증된 바 없어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2018년까지 라돈침대를 사용한 사람은 1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약 5000명이 대진침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정부는 라돈 침대의 처리·재발 방지 법안을 마련했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침대 사용자 건강에 대한 정부 차원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라돈 침대를 쓴 분들에게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것은 암 진단 연령이 비교적 젊다는 것이다”며 “실제 사는 공간에서 피해자들이 얼마나 노출됐는지 모르는 만큼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백 교수 연구팀은 라돈침대 피해자 중 암 진단을 받은 180명을 대상으로 암 유병비율에 대해 조사·연구를 실시한 바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폐암을 비롯한 백혈병 등의 암 유병비율이 일반인구에 비해 높은 편이다.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47~48세로, 암 환자 평균 연령 65세(남), 59세(여)에 비해 훨씬 젊었다.
끝으로 호 씨는 이번 사태가 가습기 살균 피해와 흡사하다고 진단했다. 호 씨는 “이번 라돈 사태는 제2의 가습기 살균과 마찬가지다”며 “가습기 살균 사태 피해자들의 경우 정부의 판정으로 피해를 인정받은 케이스가 있는 만큼 차별성을 두면 안된다. 그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같은 국민이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이창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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