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와 예술을 연결하다. 예술과 사회의 접점과 간극에 대해 고민하고 탐색해온 NA_MU(나 舞_나無)가 마련한 프로젝트 ‘PAUSE & POSE’가 세종시 일원에서 진행됐다. 단체를 이끄는 이윤희 대표는 그동안 인간, 사회 현상에 대한 탐구를 춤과 움직임으로 확장해왔다. 여기에 ‘장소 특정적(Site-Specific)’, 관객 참여(몰입)를 뜻하는 ‘이머시브(immersive)’ 공연을 많이 해왔다. 리더의 예술철학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9월 25일, 세종시 교육청 앞과 인근 지역(보람동과 대평동)에서 이색적으로 진행된 이번 프로젝트는 연구와 리서치에 기반해 도시성을 예술성으로 연결시킨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2021년 세종시문화재단 지역문화예술특성화지원사업 중 지역특화문화콘텐츠창작 분야에 대단히 적합한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집과 직장’, ‘학교와 학원’처럼 출발지와 목적지로만 한정짓고 사는 도시민들에게 ‘틈’을 주고자 하는 의도가 강하다. 이를 풀어내기 위해 세종시 곳곳에 있는 공공미술 설치물에 이윤희는 주목했다. 그저 풍경에 그칠 수 있는 피사체에 생기를 불어넣기 시작한다. 마치 도시 구성원이지만 서로가 타자가 된 우리네 삶과 맞닿아 있다. 쉴 틈, 놀 틈, 무엇보다 사람 냄새가 배어들 틈이 없는 회색 도시, 회색 사람들에게 색채성을 부여한 것은 따뜻한 시선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 간극을 채우기 위한 명제가 이번 프로젝트의 제목에 여실히 담겨있다. ‘PAUSE & POSE(포즈 앤 포즈)’. 거대한 간극을 메울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한 것은 바로 ‘멈춤’과 ‘마주하기’다.

도시를 깨우고, 예술로 담아 공존을 말한 이번 프로젝트는 2차년도 지원사업의 특성에 맞춰 진행됐다. 지난해는 세종시 내 공공미술에 주목해 조사에 기반한 도시 생태 미학성을 길어올렸다. 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3개의 경로를 설정, 구성했다. 각 경로는 ‘PLAY’, ‘ART’, ‘NATURE’로 각각 규정된다. 사진작가의 시선, 비평 등을 통해 다듬어지고, 아카이빙 되는 단계별 진화를 도모한다. 2021년도에는 3개의 경로 중 하나를 보여주기도 하고, 움직임의 이미지화, 영상을 담은 웹페이지 구축 등을 통해 종국에는 지속가능한 향유 문화콘텐츠로 자리잡고자 하는 로드맵이다. 이는 동시대에 요구되는 아트 플랫폼 역할에 대한 부응이다. 팬데믹 시대를 넘어서는 새로운 채널 탄생이라는 의의도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루트(경로・route)’가 주요 키워드 중 하나다. 3개의 경로는 다양하다. 루트1은 호수공원 중심 조형물, 루트2는 세종시의 현재와 미래를 디자인할 수 있는 장소, 루트3은 친근한 도시성을 열고 만날 수 있는 곳에 중심을 뒀다. 도시, 공간, 환경, 사람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민하지 않으면 불가능 일이다. 세 가지 생활권 루트 중 실연된 것은 루트3 ‘NATURE’이다. 공공미술 작품과 참여자가 상호 소통하는 ‘루트 재발견’은 도시미학을 견인하리라 본다.

이번 실연은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관객들이 퍼포머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며 이동한다. ‘마주하기-머무르기-스며들기’라는 구성미가 단단하다. 세 파트로 나뉘어지지만 하나의 연결성을 찾기에는 어렵지 않다. 첫 장면을 마주한 곳은 세종시 교육청 앞이다. 벤치에 무용수가 앉아 있다. 여자 무용수 한 명은 자전거 페달을 계속 밟는다. 공간을 자유롭게 누비며 활용한다. 원을 그리며 계속 돌기도 한다. 달림과 멈춤이 교차되는 순간이다. ‘나랏말싸미’라는 조형물을 중심에 두고 남자 무용수가 솔로춤을 밀도있게 보여준다. 마주한다는 것은 살아내기와 살아가기다. ‘살아내는’ 인간과 ‘살아가는’ 조형물은 닮은 듯 안 닮은 듯하다. 둘의 입장을 상호 이입하여 의인화된 조형물을 수면 위로 올렸다. 그 생명성은 바로 모두의 ‘숨’이 된다.

바람을 가르며 이동한 두 번째 장소는 앞 선 공간에 비해 넓고 시원하게 트였다. 여기에서 요구되는 ‘머무르기’에 적절하다. 하얀 의상을 입은 6명의 무용수가 조형물 사이로 공간을 크게 쓰고 움직이다.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조형성이 돋보인다. 조형물 색상과 의상 매치가 자연스럽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관심을 보인다. 장면 구성 중 작은 막대기를 손가락을 이용해 연결하는 장면이 있다. 관객참여가 자연스럽다. 어린이들 눈빛이 반짝인다. 머무는 순간에 이어짐은 형성될 수 있다. 하나됨의 묘미가 발산되는 도시 표정이 밝다. 손가락으로 이어지는 세상. 이윤희 대표는 이에 대해 ‘문화적 깍지끼기’라 명명한다. 적극 동의한다. 공공예술의 미덕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소는 공간은 넓지 않으나 담아내는 깊이와 시선이 크게 다가온다. 스며들지 않으면 조화성은 깨지기 마련이다. ‘의도하지 않은 의도’라는 부제가 보여주는 것처럼 몸과 몸, 조형물과 사람 사이의 틈은 이번 장면을 통해 빈틈없이 처리됐다.
‘PAUSE & POSE(포즈 앤 포즈)’는 아이디어의 참신성, 도시와 공간, 사람에 대한 관심, 루트 설정에 따른 연구와 실연 등이 유기적으로 이루어 진 지역 문화콘텐츠 개발의 모범 사례라 할 수 있다. 예술을 통해 도시 공간 미학까지 끌어올린 것은 유의미한 결과다. 다음 루트가 기다려진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