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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제트기처럼 달린다. 옆에서 치고 나가면 머리가 하얘진다. 스케이팅이 마치 아름다운 오로로 같다. (미국 선수) / 그는 나에게 재앙이면서 축복이다. 수없이 금메달을 잃었지만 그와 같은 시대에 경기하는 것이 영광이다. 존경한다. (캐다다 선수) / 그가 뒷짐을 지고 타고 다른 선수들은 양손을 흔들고 타도 간격이 멀어진다. 따라잡는 것을 결국 포기했다. (다른 캐나다 선수)”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빅토르 안)의 전성기 시절에 외국선수들이 그를 바라본 시선들은 이랬다. 그는 사실상 세계 쇼트트랙을 독주했다. 주니어 선수를 갓 벗어난 불과 18살의 앳덴 나이였던 지난 2003년 안현수는 쇼트트랙 월드컵에 나가 500·1000·1500·300m 전 종목은 물론 종합순위에서 정상을 싹쓸이했다. 이후 안현수는 신들린 듯 스케이팅을 타 2007년까지 거의 대부분 전 종목 월드컵 대회에서 연속 정상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는 1000·1500·1500m계주 금메달 3관광에 500m 동메달을 따냈다. 안현수는 지금까지 50여개가 넘는 메달로 쇼트트랙 부문 세계 최다 메달 보유자에 올랐다. 러시아로 귀화한 이후에도 그는 전성기에 비해 다소 못했지만 메달행진은 계속됐다. 그에게 황제라는 별칭이 붙는 것은 그래서 당연한 것이었다. 이번 소치 올림픽에서 그는 러시아 국기를 가슴에 달고 1500m 동메달에 이어 15일 저녁(한국시간)에는 우리나라 신다운 선수가 출전한 10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역주를 해 ‘황제의 귀환’이라는 세계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안현수의 금메달 소식에 우리 국민들이 환호를 보내고 있다. 안타깝게 우리 선수는 메달을 못 땄음에도 국민들이 안현수에게 박수를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언저리에 안현수를 사실상 강제로 내몰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국내 빙상계의 문제가 잠복해 있다. 국민들의 ‘빅토르 안’에 대한 박수는 ‘분노의 질주’에 대한 응원이자 국내 빙상계에 대한 ‘분노의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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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 아이스버그 팰리스에서 열린 남자 쇼트트랙 1000m 결승전에서 러시아 국기를 단 안현수(빅토르 안)가 금메달을 차지했다. 플라워 세리머니에서 두 손을 들어 기뻐하고 있는 안현수 선수의 모습에서 조국 대한민국의 사람들이 그를 가슴 아프게 한 일이 통한으로 남는다. <사진=뉴시스>
안현수가 러시아로 귀화할 당시 국민들은 깜짝 놀라 의아한 시선을 보냈다. 전후사정을 몰랐던 국민들은 안 선수에게 질책을 했다. 한동안 안 선수에 대한 싸늘한 반응과 쓴소리 여론들이 가시지를 않았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조국을 버리면서까지 하는 행동에 대해 고개를 흔드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후 여론은 그의 선택에 대해 동정을 보내는 쪽으로 바뀌었다. 빙상계 뿐만 아니라 국내 체육계 전반의 고질병인 파벌과 갈등 및 싸움 등의 난마처럼 얽힌 문제가 결국 하늘이 내린 선수를 내쫒은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안현수가 내몰린 죄가 있었다면 ‘너무 잘 나간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세계 쇼트트랙 빙상의 전무후무한 기록을 써내려 간 안현수가 ‘괜히 밉다’며 미워한 추잡한 몰골들이 그의 가슴에서 태극기를 떼냈다. 그런 배경에는 자신들의 이권에 줄을 대기 위해 노림수가 있었다는 게 빙상계 안팎에서 많이 흘러 나왔다.
한 선배선수가 자신의 금메달을 위해 세계대회에서 고의적으로 승부조작을 해달라는 제의를 받았지만 안현수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그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어진 안현수에 대한 폭행, 구타 등의 소문이 지난 2005년 빙상계에 충격적으로 회자됐다.
이어 코치진까지 나서 안현수를 미워하고 찬밥신세로 내몰아 선수들까지 이에 가세하면서 안현수는 밥도 혼자 먹어야 할 정도로 사실상 ‘왕따’의 참담한 고통을 겪어야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안현수는 그렇게 극심한 심적 고통에 내몰렸다. 열정적인 땀과 천부적 재능이 어우러진 안 선수는 가장 참기 힘든 고통인 ‘시기와 질투’의 깊은 수렁에 빠져들어 외로움과 사투해야 했다. 자신의 재능을 차라리 미워해야 할 만큼 안현수의 재능은 그를 지옥 같은 고통 속으로 몰아넣어 괴롭혔다.
너무나 뛰어난 재능에 선수들의 견제가 심해지면서 안현수는 금메달까지 박탈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빠지기까지 한다. 금은동을 국내선수들이 모두 휩쓸 수 있는 한 국제대회 경기에서 안현수는 1등으로 들어 왔지만 한국 선수간의 진로방해와 견제 등에 메달이 취소된 사례까지 있었다.
심지어 코치진은 ‘외국선수에게 메달을 줘도 되니 안현수를 막아라’고 하는 주문까지 했다는 소문이 빙상계에 나돌았다. 실제로 안현수의 아버지는 파벌싸움이 전개되면서 “상대파벌 쪽 코치·선수들이 안현수가 1등하는 것을 고의적으로 막았다”고 폭로했다.
참으로 믿고 싶지 않은 사건들이다. 만약 이 같은 안현수에 대한 참담한 공격들이 사실이라면 이는 국가의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 반드시 전후사정을 조사하고 추상같은 기강을 세워야 할 일이다.
이른바 ‘안현수 죽이기’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 빙상계 관계자에 따르면 안현수의 국가대표 진출을 저지하기 위해 선발 일정을 고의적으로 조정해 결국 안현수는 밴쿠버 출전이 좌절됐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도 안현수의 아버지는 “코치가 부상사유서를 쓰고 강제로 세계선수권 출전을 포기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대한체육회는 감사 후 이 같은 주장을 사실상 인정해 충격을 주었다.
당시 안현수는 무릎부상으로 네 번이나 수술을 받을 때였다. 무릎에서 철심을 제거한지 얼마 안 된 사실상의 중병이 있는 선수에게 가장 힘든 날을 골라 출전일을 강제화시켜 탈락시켰다고 하니 가히 점입가경이다.
이 문제는 사실관계를 지금이라도 명확히 규명해야 할 사안이다. 빙상계에 나도는 소문이라고 해서 일축하거나 개인사라고 치부하고 묻혀둘 사안이 아니다. 승부조작 강요설, 국가대표 선발 음모설 등이 사실이라면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국가적 체육사업을 방해한 반국가 사범에 준한 중범죄다.
여기에 학연 파벌이 난무하고 실력보다는 이른바 배경이 중시되는 속에서 안현수의 날개짓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다. 날개를 펴면 펼수록 그에게는 고통의 힘든 나날이 계속됐다.
더구나 소속팀이 해체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까지 안현수의 목을 사정없이 졸랐다. 시쳇말로 백수가 된 그를 한국 빙상계와 체육계는 외톨이로 남겨두었다. 그렇게 신이 내린 선수였던 그는 자신의 날개를 꺾고 싶지 않아 그를 알아주는 러시아 비행기를 타게 됐다.
사정당국은 안현수의 문제를 체육계의 국가기강을 바로잡고 엄정한 도덕률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늦었지만 관련 소문들에 대해 세밀히 수사해야 한다. 각종 의혹들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고 과장된 것이라고 희망하지만 혹시라도 사실로 드러난다면 관련자들을 모두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체육계의 고질적인 병폐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국민의 혈세를 아무리 쏟아 부어도 좋은 선수를 키우기도 어렵고 붙아아 두기도 어렵다. 당연히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도 불가능하게 된다.
이번 안현수의 소치 경기에 대해 언론들은 ‘분노의 질주’라며 대서특필하고 있다. 아니 안현수의 질주는 한국 체육계 전반의 병폐를 향한 ‘복수의 질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현수의 금메달이 한국 빙상계의 환골탈태에 일조한다면 그것은 러시아의 금메달이 아니고 우리의 금메달이다.
국내 체육계에서 우수 선수들이 마음껏 포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곧 미래의 금메달 밭을 일구는 일인 탓이다. 안현수의 러시아 금메달이 대단히 값질 수 있는 배경이다.
안현수가 러시아 국기를 흔들 때 우리나라는 1000m 남자 메달밭에서 단 한 개의 메달도 따내지 못하는 ‘소치의 굴욕’을 겪었다. 안현수가 결승에 올랐기에 동메달이라도 따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하나 더 주목할 것은 러시아 선수들이다. 1000m 결승에서 안현수가 우승한 배경에는 그의 재능이 우선적으로 작용했지만 다른 한 선수가 다른 국가 선수들 견제를 해주면서 안정적으로 결승에 골인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일조했다. 안현수 조국의 동료선수들은 그를 훼방했지만 러시아의 동료선수들을 그를 그렇게 품었다.
빅토르 안은 지금 2006년 토리노 이후 금메달 맞을 보면서 그가 세운 올림픽 전 정목 시상대에서 서는 사상초유의 기록을 다시 일구기 위한 메달밭 가꾸기에 들어갔다. 안현수는 세계언론과 전문가 및 해외선수들이 인정하듯이 ‘차원이 다른’ 경기를 펼치기에 그의 목표가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
맨 뒤에서 달리다가도 전광석화처럼 1위로 올라서는 스케이팅에 대해 해외선수들은 공포감에 전율까지 느껴진다고 할 정도다. 이처럼 안현수는 한국의 태극마크를 가슴에 붙이고 국민들을 시원스럽게 환호하게 할 선수였다.
빅토르라는 러시아 이름은 러시아의 전설적인 록 가수 ‘빅토르 최’(고려인)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가 교통사고로 요절하던 날 러시아인 수천만명이 거리에서 울분을 토했고 10대 여학생 5명은 빅토르 최의 뒤를 따를 정도였으며 푸틴 대통령은 그를 기념하는 석조비까지 세웠다.
빅토르 안이 빅토르 최에서 이름을 따 온 것은 어쩔 수 없이 러시아로 건너간 안현수의 닮은 운명이 자리하고 동시에 빅토르 최의 영혼을 다시 살리겠다는 의지가 배경이 됐다고 한다. 안현수는 그만의 방식으로 조국이 그를 버렸지만 아직 그는 조국을 버리지 않았다.
안현수에게 눈물을 펑펑 쏟게 하고 내몬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국민의 가슴에 비수를 꽂은 것과 다르지 않다. 빅토르 안의 손에서 러시아의 국기를 봐야하고 시상대에서는 태극기와 애국가가 사라진 모습을 봐야 하는 국민들은 지금 말없이 통분하고 있다.
전 국민에에 그런 멍에를 씌운 것은 어떤 범죄보다 중한 반국민적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는 점을 정부와 사정당국은 새김질하고 나서야 한다. <스카이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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