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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의 성경&정치·경제
나는 ‘적폐청산’ 너는 ‘정치보복’ 냉소하는 국민들
욕망 이루고자 갖은 악행 다 저지른 리처드 3세
두려움에 미리부터 ‘정치보복’이라며 펄쩍 뛰는 듯한 그들
안호원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2-26 14:00:32
 
▲ 안호원 칼럼니스트‧목사‧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사회복지학과주임교수
“사람이 하나님의 뜻을 행하려 하면 이 교훈이 하나님께로부터 왔는지 내가 스스로 말함인지 알리라.” <요한복음 7 : 17>
 
대한민국 5년의 운명을 좌우할 3.9 대선이 10여일 남짓 다가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양강 구도’로 초박빙 경쟁을 하면서 여전히 승패는 그야말로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다음달 3일부터(D–6)부터는 여론조사 결과 공개가 제한되는 이른바 ‘깜깜이 기간’으로 돌입하면서, 남은 일주일 안에 유권자들의 선택이 대선 승패를 가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 대선의 마지막 변수로는 야권 후보 단일화와 네거티브 공방, 오미크론 확산세에 따른 영향 등이 꼽히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모두 ‘투표함을 열어볼 때까지는 아무도 자신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막판 선거운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단일화의 경우, 안 후보가 결렬을 선언했음에도 여전히 선거 구도를 가장 크게 출렁이게 하는 요소라는 점에서 ‘현재진행형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승패 예측이 훨씬 쉬워진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내달 2일 마지막 TV토론이 남아있지만 토론 자체를 변수로 여기지 않는 분위기다. 이제껏 진행된 토론이 비전 제시보다는 과거 의혹에 대한 공방 위주로 흘러간 데다, 특출난 수준의 토론을 보이는 후보가 없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유권자들의 고민이 커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오미크론의 확산세도 하나의 변수가 될 수도 있다. 확진자 급증은 유권자, 특히 고령층으로 하여금 지례 겁을 먹고 투표장에 나갈 의지를 낮출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요즘 같이 삭막한 세상에서 냉소도 때로는 필요한 것 같다. 신(神) 혹은 야수(野獸)만이 폴리스(정치 공동체)를 떠나 살 수 있다고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지만 지나친 정치 열정은 정신건강에도 해로운 것 같다.
 
지난번 토론에선 ‘알이백’ 때문에, 21일 토론 때는 ‘기축통화’와 ‘디지털 플랫폼’ 때문에 냉소를 표한 유권자들이 있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더니 경제 용어에 정치적 상상력을 입히는 능력 하나만은 기(氣)가 찰 정도로 놀랍다. 알이백 때는 단어가 생소해 포털사이트 검색창을 열었는데, 이번에도 혹시 무슨 다른 뜻이 있나 싶어 또 검색을 하는 수고를 덤으로 했다. 원화가 기축통화 즉 ‘국제간의 결제나 금융 거래의 기본이 되는 통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재명 후보의 발언은 실로 ‘가슴 뭉클한 일’로서 열린 입이 닫히지 않을 정도다. 무역적자는 기축통화국의 운명이라는데(그래야 해외에 자국 통화가 풀릴 수 있다) 마침 우리도 올해 들어 하루 평균 1억3000만 달러 적자가 쌓이고 있다. 기축통화 꿈을 위한 과정이 아닐까. 기축통화 희망가에 민주당이 전국경제인연합회 보고서를 인용해 제시했다. 해체해야 할 적폐라며 매섭게 몰아붙였던 전경련이 아니었던가. 잘은 모르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바스켓 통화’와 헷갈린 것 같다.
 
25일 네 번째 TV토론도 예외는 아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TV토론에 참가한 다른 후보들에게 “정치보복을 하지 않겠다는 대국민 선언을 하자”고 제안했다. 이 후보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 “특정 부분을 먼지 털듯이 기획사정하는 정치보복은 안 된다. 윤석열 후보가 정치보복 냄새 나는 말을 덜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보복하면 국민들이 가만히 놔두겠냐. 공정한 시스템으로 처리돼야 한다”며 “선언하면 나쁠 거야 없겠지만 자유민주주의 헌법 기본원칙인데 선언까지 해야 할 일인가”라고 답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 역시 “정치보복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행동”이라며 “(정치보복하면) 헌정질서를 유린하는 대통령으로 국민들로부터 응징 받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등불은 파리하게 타고 있구나. 벌써 한밤중이야, 덜덜 떨고 있는 내 몸은 공포의 싸늘한 땀방울에 흠뻑 젖어 있어....’ 위 독백은 리처드 3세가 자신이 살해한 사람들의 유령이 나타나는 악몽을 꾼 후 자신이 저지른 악행들을 생각하며 양심의 가책과 함께 두려움에 몸을 떨며 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욕망을 이루려고 갖은 악행을 다 저질렀다. 그 결과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양심의 가책, 두려움과 후회, 그리고 비참한 죽음뿐이었다. 정치보복은 없어야 한다며 강한 반발을 보이는 문재인정권을 보면서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정적을 ‘적폐 청산’이란 이름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제거한 후 이제 정권이 바뀌면 그 죗값을 받을 생각을 하니, 두려움에 미리부터 ‘정치보복’이라며 펄쩍 뛰는 것 같다. 권력을 획득하고 빼앗기지 않으려고 무슨 일이든 저지르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머리에 금방 떠오르지 않는 다면 셰익스피어의 리처드 3세의 행위를 보면 된다.
 
그는 사태를 정반대로 왜곡하고, 조작하며, 루머와 왜곡된 정보들을 유포하는 등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무책임한 언행과 폭력을 일삼았으며, 순리와 상식을 무너뜨리는 화법으로 상대를 압도하고, 나라의 안정을 꾀하기 위한 노력은커녕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고 오직 자신의 목적만을 거머잡기 위해 전횡을 저지른다. 그러한 지도자의 전횡에 어떤 자세가 바람직할까. 리처드에 의해 조작당하고, 파멸해가는 백성들과 나라의 비참한 모습을 보는 것은 지도자의 덕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한다. 오늘날 우리에게도 쉽게 볼 수 있는 아주 낯설지 않는 풍경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조국 사태 때도 침묵을 지켰던 문 대통령이 입장문 형식으로 명확하게 분노를 드러낸 것은 임기 중 딱 두 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분노 모두 ‘정치보복’ 혹은 ‘적폐청산’ 과 관련된 것이다.
 
2018년 1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검찰수사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규정하자 다음 날 “정부에 대한 모욕이며 사법질서에 대한 부정”이라며 분노를 표했다. 그리고 2022년 2월 유력한 야당 대선 후보가 기자의 질문에 적폐 수사 의지를 내비치자 4년 전과 똑같이 반응했다. 분노와 함께 사과까지 요구했다. 분명 야당 대선후보는 “정권이 바뀌고 비리가 밝혀지면 응당 수사를 통해 판단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잘못이 없다면 그렇게 분노할 일이 아니다. 이를 두고 반문 보수층에서는 대통령의 발언을 ‘내로남불’ 이중 잣대라며 냉소한다. 떠오르는 게 울산시장 선거개입,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옵티머스 펀드 사기 등의 권력형 비리 의혹인데, 이에 대한 방어막으로 정치보복으로 몰아세우는 것 같다. 결국 두 진영의 대립 저류에는 ‘기억투쟁’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피해자, 너희는 가해자라는 기억이다. 상대에게 가한 폭력과 박해는 잊어버리거나 외면한다는 게 특징이다. ‘정의’ ‘공정’이라는 가치어를 자기 진영의 전유물로 삼고, 상대 진영에는 ‘보복’ ‘적폐’라는 딱지를 붙인다. 우리가 하는 적폐청산은 ‘정의 실현’이지만 상대가 하는 적폐 청산은 ‘정치보복’일 뿐이다.
 
분명한 것은 고 노무현 대통령이 억울하게 핍박(검찰)을 받은 게 아니고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사건이 종결된 것이지 무죄 판결은 아닌데 부당한 권력에 희생된 비극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하게 했고, 그 계승자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 문재인 지키기를 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문 대통령은 지난 4년8개월간 국민과 약속한 공약 등 실책 목록을 꺼내들고 마지막 성의를 다하는 게 조금이라도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겠는가 생각된다. 국민에게 있어 문 정권은 암울한 시대였다. 옛말에도 ‘이 없으면 잇몸으로 먹는다’고 했다. 너무 걱정은 하지 말자. 대통령 잘못 뽑으면 나라 망할 것 같지만,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정부 수립 이후 탄생한 12명의 대통령이 하나같이 실패하고 비운의 길을 걸었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은 여전히 존재하며 여기까지 왔다. 잠시 마음을 비우자. 그리고 밝은 눈으로 바라보자. 하늘에 우리의 운명을 맡길 수밖에 없다. 선택에 따라 운명이 바뀐다. 모든 건 자업자득이다.
 
“너희는 내게 배우고 받고 듣고 본 바를 행하라. 그리하면 평강의 하나님이 너희와 함께 계시리라.” <빌립보서 4 :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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